
1481년 완공된 바티칸의 시스티나 성당 내부에는 미켈란젤로가 남긴 명작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습니다. 시스티나 성당은 교황을 선출하는 장소로 바티칸 내부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중요한 성당의 내부에 그림을 남긴다는 것은 큰 영광이 아닐 수 없었겠지만 그 노동의 고역을 생각한다면 이 일을 의뢰받았던 미켈란젤로도 크게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땅으로부터 20m 떨어진 높이 위에서 240평에 달하는 면적을 턱을 세우고 허리를 뒤로 휘어 천장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그리고 수년 동안 작업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당시 어떤 예술가도 이 일을 수락하는 것을 망설였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당시 최고 권력가였던 교황의 의뢰를 쉽사리 거부하기도 쉽지 않을 일이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이미 일전에 미켈란젤로는 40여 개의 조각으로 구성된 교황 율리오 2세의 거대 기념비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작업하다가, 작업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교황에게 자초지종을 묻고 싶었으나 교황은 만나 주지 않았고 그가 작업하며 들여온 대리석 비용도 일체 지불해주지 않아 스스로 감당해야만 했습니다. 화가 난 미켈란젤로는 그의 고향인 피렌체로 돌아갔지만 교황의 명에 의해 다시 로마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켈란젤로를 이토록 지독하게 괴롭히며, 이 고통스러운 천장 벽화 작업을 의뢰받기까지에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시기했던 한 인물의 음모가 숨어있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삶을 나락으로 빠트리기 위해 음모를 계획한 인물의 이름은 '도나토 브라만테'. 그는 성 베드로 대성전을 고치기 위해 일생을 바치고 르네상스 시대의 다양한 걸작을 남긴 선구적인 예술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미켈란젤로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각 작품들로 더욱 명성이 높아져가자 그를 시기하기 시작했고, 자신과 친화적이었던 당시의 교황 율리오 2세를 이용해 미켈란젤로를 괴롭히고, 그에게 시스티나 성당 내부 천장 벽화 작업까지 맡기도록 의견을 내세웠습니다.
브라만테를 신뢰했던 교황은 당연히 그의 의견을 따랐으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 벽화 작업은 미켈란젤로에게 맡겨지게 되었습니다. '조각가'였던 자신에게 '벽화'라는 일이 맡겨졌을 때 그는 너무나도 황당했을 것입니다. 당시 미켈란젤로의 라이벌이라 불릴만한 젊은 예술가 라파엘로에게는 시스티나 예배당에 걸 그림들이 의뢰된 것을 생각하면 그가 상당히 차별받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결국 물감을 만드는 조수 단 한 명만을 고용한 채 <천지창조>를 완성하는 긴 여정을 보내게 됩니다. 4년을 걸친 천장 벽화 작업에서 그는 여러 질병을 않게 되었습니다. 척추는 휘어지고, 관절염과 얼굴로 떨어지는 안료 때문에 안과 질환까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브라만테의 미켈란젤로의 인생을 망칠 계획은 성공하는 듯싶었습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의 재능은 브라만테가 생각한 것보다 더 뛰어났습니다. 조각가인 그가 당연히 회화 작업 중에서도 어려운 프레스코화를 잘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작업을 시작하고 1년이 지나 이미 천장화는 50% 정도 완성되었고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본 브라만테는 불안해져 교황에게 나머지 부분은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했지만 교황은 거절했습니다.
교황이 미켈란젤로에게 그림이 언제 완성되는지 물었을 때 자신이 끝낼 수 있을 때, 그림이 끝날 것이라고 말할 만큼 미켈란젤로와 교황의 사이가 좋지 못했지만 교황은 그의 실력만큼은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4년이 지나 <천지창조>는 완성되었고 이를 본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의 명성은 더더욱 높아졌고 교황 율리오 2세는 평생토록 미켈란젤로를 곁에 두고 여러 일들을 맡깁니다.
이렇게 브라만테의 계획은 오히려 미켈란젤로에게 견고한 명성을 쌓아주고 말았습니다. 브라만테는 건축가로서 평생 동안 성 베드로 대성전의 설계를 도맡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설계에 따른 대성전의 완공을 보지 못하고 죽었고, 그 후 그가 설계했던 대성전의 설계 작업을 미켈란젤로다 대신 맡게 되면서 대성전의 '돔'을 재설계 하게 되었습니다. 브라만테는 다시 한번 자신이 망치려 했던 미켈란젤로에게 자신의 업적까지 넘겨주는 수모를 당하는 벌을 받고 만 것이었습니다.
예술 속 비하인드 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