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시간
금호아트홀 아름다운 목요일의 기획 공연 <인터내셔널 마스터즈>시리즈가 오랜만에 재개된다. 우리에게 익숙한 바이올리니스트 스베틀린 루세브(Svetlin Roussev)가 들려주는 무반주 바이올린독주.
editor 이민정
일찍이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롱티보 크레스팽 국제 음악 콩쿠르,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등에 입상하며 국제 무대에 데뷔한 이래, 세계를 무대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스베틀린 루세브가 오랜만에 한국에 왔다. 우선 7월 29일부터 8월 7일까지 열리는 평창대관령 음악회에서 지휘 없는 악단을 이끌 예정이고, 뒤이어 금 호아트홀 연세에서 바이올린 독주가 열린다. 솔리스트, 실내악, 오케스트라(그는 서울시향의 前 악장이기도 했 다)까지 모든 분야를 섭렵하며 음악을 입체적으로 해석하 는 스베틀린 루세브가 이번 무대에서 선보일 프로그램은 바흐, 파가니니, 이자이를 포함한 전체 무반주 바이올린. 평소 압도적인 카리스마, 탁월한 해석에 매력을 느꼈다면 이번 연주는 오롯이 스베틀린 루세브만의 절대적인 바이 올린 선율에 몰입할 수 있는 기회다.
한국에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연주자로서 다시 이곳에 오게 된 소감은 어떠한가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롱티보 콩쿠르 우승의 부상으로 아시아 투어 9회의 공연 중 한국을 처음 방문했던 때가 1997년입니다. 그 때도 이 곳이 맘에 들었는데 지금도 여전합니다. 사람도, 음식도, 공간이 지닌 분위기도 정말 좋습니다. 한국에 다시 오게 된 저는, 매우 운 좋고 행복한 연주자라고 생각합니다.
팬데믹 봉쇄 기간 중에는 어떤 일들을 하며 지냈나요.
쉬면서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우선 순위를 세워가며 지냈습니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몇 가지 큰 변화를 맞기도 했고요. 그리고 학생들을 온라인으로 가르치고, 틈틈이 운동도 했습니다. 바이올린과는 조금 멀리 있었는데 맛있는 음식과 와인과는 매우 가깝게 지냈네요.
금호아트홀의 <인터내셔널 마스터즈>에서 연주할 곡이 바흐, 파가니니, 이자이를 포함하여 전체 바이올린 독주 프로그램입니다.
이 공연은, 프로그램을 이미 알고 있거나 처음 발견하게 될 관객 모두를 위해 짜여졌습니다. 바이올린의 역사를 만화경과 같이 보여주면 어떨까 하여 구상했죠. 첫 곡은 모든 작곡가의 아버지이자 가장 전세계적인 음악가로 놀라운 경지에 도달했던 바흐의 파르티타 제2번으로 시작합니다. 이 곡에는 그의 기념비적인 샤콘느가 포함되어 있고요. 또한 이번 공연에서는 벨기에의 작곡가, 지휘자 겸 당대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혔던 이자이가 작곡한 6개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두 곡(2번 소나타, 3번 소나타)이 연주됩니다. 당시 2번 소나타는 자크 티보(Jacques Thibaud)에게, 3번 소나타는 루마니아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제오르제 에네스쿠(George Enescu)에게 바쳐졌습니다. 에네스쿠는 특별히, 저의 스승인 데비 얼리(Devy Erlih)와도 함께 연주했었던 특별한 인연이 있습니다. 프랑스 유명 작곡가 앙드레 졸리베(André Jolivet)의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주술; 이미지가 상징이 되려면’은 G현으로만 연주하는 독특한 곡인데, 참 훌륭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짧은 곡입니다. 참고로 졸리베는 앞서 언급한 데비 얼리의 장인이므로 이렇게 또 연결이 됩니다. 그리고 말도 안되게 어려운 곡들을 썼지만 훌륭한 음악적 완성도를 악기가 가진 극한의 가능성을 시험했던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의 5가지 변주곡, 브라질의 파가니니로 불리우는 발리(Flausiono Valle)의 곡이 함께 연주됩니다.
무반주 바이올린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싶은 특별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이런 프로그램은 피아노가 없다는 것 자체로 상당한 도전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무반주 프로그램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되었고 한국에서는 최초로 연주하게 된 기 회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를 넘어 왕성한 음악적 활동을 하십니다. 서울시향(SPO)의 前악장, 프랑스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거쳐 현재 스위스의 로망드 오케스트라의 악장을 맡고 있기도 하고요.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어떤 음악적 특징, 개성을 지닌 단체인가요.
얼마 전 스위스로망드오케스트라(OSR)의 악장으로서의 마지막 연주를 끝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결정했던 중요한 사항 중 하나는 바로, 지난 4년 간 함께한 음악적 가족을 떠나기로 결정한 일입니다. 오랫동안 이곳에 있으면서 음악을 만들고 주요한 음반을 작업하며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OSR은 전세계적인 오케스트라기 때문에 특정한 (지역적) 색깔을 지녔다기보다 프랑스나 독일 등 어떤 국적의 음악이라도 좋은 소리를 낸다고 얘기할 수 있어요.
오케스트라는 물론 실내악 멤버로도 활동하십니다. 이렇게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말씀하신 것에 더하여 학생들을 가르친 지도 벌써 20년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것은 여러 사람들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기에 축복과 같아요. 예를 들어 오케스트라는 무한한 색채와 역동성을 가지고 있어서 (이상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실내악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만 훨씬 더 많은 연주자들이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더불어 교수로 활동하는 것은 내가 가진 것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 그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오케스트라, 실내악이 솔리스트로서의 연주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제가 가진 전반적인 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즉 리허설이나 공연 중에 일어나는 일들을 처리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통해 음향에서부터 지휘자, 오케스트라 멤버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저로 인하여) 훨씬 더 나아지고 자유로워지기를 바랄 뿐입니다.
손열음이 사랑하는 바이올리니스트 가운데 늘 스베틀린의 이름이 거론됩니다. 그녀가 음악감독으로 있는 이번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지난해에 이어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와 함께 지휘자 없는 무대를 총괄합니다.
평창대관령음악제에서 놀라운 합을 자랑하는 평창페스티벌오케스트라(PFO)를 작년에 이어 올해도 리드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이렇게 훌륭한 음악가들에게 둘러싸여 함께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임에 틀림없습니다. 이 오케스트라처럼 긍정적인 분위기와 실력을 동시에 지닌 단체를 보는 것도 매우 드물고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오케스트라 리드를 위한 특별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아마 첫 번째 리허설을 함께한 후 모두 함께 논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스트라디바리우스 ‘캄포셀리체(1710년)’에서 지금은 ‘아마티(1651)’를 사용합니다. 이 두 악기의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이번 공연에서 연주하게 될 바이올린은 아마티라는 인물이 1651년에 제작한 것인데, 이 악기의 배경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가장 정교한 바이올린 장인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아마티가 사실은 스트라디바리우스의 스승이거든요. 실제로 이 악기의 상단 부분은 스트라디바리우스가 1720년에 직접 제작했습니다. 캄포셀리체(1710)와 비교하자면 아마티(1651)는 더 작고 좁아 소리의 밀도나 투과하는 힘이 덜할 수 있으나 악기 자체가 지닌 특성과 음역대, 따뜻함은 훨씬 폭넓은 것 같습니다.
제네바 국립고등음악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스스로 어떤 스승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리고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잔소리는 무엇인가요.
굉장히 어려운 질문이네요. 학생들이 무엇보다 제가 없어도 잘하는 독립적인 음악가가 되도록, 음악을 더욱 잘 이해할 뿐 아니라 테크니컬한 부분, 물리적인 부분들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를 총체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높은 퀄리티’와 ‘항상 더 나아지는 것’ 역시 늘 제가 추구하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스베틀린 부세르의 솔로 연주를 기다리는 관객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바이올린 소리가 주는 울림을 느끼며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하는 음악적 여정을 함께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매우 기대하겠습니다!
ATTENTION, PLEASE
아름다운 목요일 <인터내셔널 마스터즈 시리즈>
기간 2021년 8월 12일 20:00
장소 금호아트홀 연세
가격 전석 7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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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파르티타
제2번 d단조, BWV1004
외젠 이자이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소나타 제2번 a단조,
‘강박’, Op.27/2
니콜로 파가니니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24개의 카프리스,
Op.1, MS25 중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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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02-6303-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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