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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LIGHT IT UP_뮤지컬 <데스노트> 배우 고은성·김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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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2022.03.31. 17:5015,551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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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IT UP

뮤지컬 <데스노트>에서 ‘라이토’와 ‘엘(L)’로 만난 두 남자, 고은성과 김성철. 

editor 이민정 손정은 photographer 김태우 stylist 이은진
hair 이민아(알루) makeup 이은경(알루)



 GOING UP,   
KO EUNSUNG

에너지, 패기, 열정… 그동안 배우 고은성에게 붙어온 수식어는 대부분 그의 뜨거움에 관한 것이었다. 무엇을 하든 에너제틱한 모습을 보여줬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니, 패기보다는 진심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뮤지컬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질 준비가 된 사람. 그래서 고은성은 자신이 그렇게나 사랑하는 뮤지컬을 위해, 좋은 배우가 되고자 오늘도 스스로를 단단히 채워가는 중이다.



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이후 거의 1년 만에 다시 만났네요.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에요. 앞으로도 자주 불러주세요.

이번에는 <데스노트>로 돌아왔어요. 원작을 본 적 있나요?
그럼요. 어릴 때 만화도, 영화도 봤었어요. 친구들이랑 까만색 노트를 사서 ‘데스노트’라고 써놓고 가지고 다니는 게 유행이었거든요. 서로 이름을 적고 ‘너는 3시간 뒤에 매점에서 소시지 빵을 나에게 가져온 후, 수업에서 졸다가 죽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장난을 치는 거예요.(웃음) 철없던 시절의 이야기네요.

작품으로 다시 만난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캐릭터를 맡게 되면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미지를 떼어내요. 작품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작품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입장은 정말 다르거든요.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서 라이토라는 인물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라이토는 어떤 인물인가요?
원래 저는 캐릭터를 맡으면 특별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거든요. 저에게 와준 배역이기 때문에 저한테는 특별하지만, 이 캐릭터 자체는 나와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출발하는 거죠. 라이토도 별다를 것 없는 존재라고 생각하며 구체화하고 있어요.

원작부터 뮤지컬 넘버까지 워낙 인기를 끌었던 작품이라, 고은성의 라이토가 어떤 색깔로 무대에 설지 기대하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캐릭터를 보여줄 거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데, 사실 대답을 드리기가 되게 어려워요. 저는 어떤 캐릭터를 보여주겠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난 이런 캐릭터를 보여줘야지.’ 하고 마음먹고 들어가면, 그건 그냥 준비한 걸 꺼내서 보여주는 거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배우는 인물 간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사람인 것 같아요. 우리가 평소에 사람을 만날 때, 상대방의 행동이나 말을 토대로 성격을 판단하잖아요. 극중 인물도 똑같거든요.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서 장면들이 있는 거고, 그 과정을 관객들이 보고 느껴야 비로소 캐릭터가 완성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만드는 라이토에 대한 답을 드리자면, 저는 제가 어떤 캐릭터로 무대에 서게 될지 아직 몰라요. 그건 오로지 관객분들만이 평가해 주실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연기를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말이네요. 사실 지금까지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 많이 보여줘서 연기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궁금했거든요. 
제가 노래를 너무나 좋아하고 여러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지만, 원래는 연기가 좋아서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당장 힘들어도, 많이 부서지고 넘어지면서 연기력을 많이 쌓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었고요. 물론 노래도 많이 신경 쓰죠. 하지만 작품을 만나면 노래보다는 캐릭터에 먼저 다가가요. 연기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하고요.

공부를 많이 한 결과, 답은 좀 찾았나요?
할수록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모를 것 같아요. 예전에 뮤지컬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할 때, 한참 나이가 많으신 선배님들께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 할 수 있을지 여쭤본 적이 있어요. 그런데 다들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저 묵묵히 노력할 뿐인 거죠. 어떤 배우도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는 없을 거예요. 그건 노래도 마찬가지고요.

답은 아니더라도 지향점은 있을 수 있을 텐데, 고은성의 연기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나요?
제가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건 관계성이요. 상대 캐릭터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생각하면, 바라보는 눈빛이나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달라져요. 모든 게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되죠. 관계로 인해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과거를 엿볼 수 있게 되니까요. 그래서 관계성을 제일 첫 번째로 생각하고요. 두 번째는 무언가 표현하려고 하지 않는 거요. 그저 믿으려고 노력해요.

무엇에 대한 믿음인가요?
진짜라는 믿음이요. 예를 들어 어깨가 아픈 연기를 한다면, 어깨가 아픈 걸 표현하는 것과 진짜 아프다고 생각하고 하는 건 다르거든요. 진짜라고 믿으면 자연스럽게 몸이 움직여요. 그리고 하나 더 꼽자면 실제로 보고 듣는 거요. 무대에서 공연을 하다 보면 앞에 서 있는 저 배우가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안 듣게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주고받는 호흡이 없어져서 연기가 이상해져요.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과정 없이 그냥 대사를 쏟아내면, 보고 있는 관객들도 그걸 느껴요. 그러니까 무대 위에서 귀를 열고 눈을 떠야 해요.



배우라는 직업을 정말 사랑하는 것 같아요. 지금 눈이 엄청나게 반짝거리고 있거든요.
저는 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해요. 제 안에서 저절로 에너지가 생기게 만들어요.

더 공부해서 잘하고 싶은 마음인 건가요?
그런 것도 아니에요. 그냥 재밌고 좋으니까 저절로 되는 거죠. 게임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하잖아요. 잘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재밌으니까 하는 거예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저 스스로 열심히 했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것 같아요. 제가 진심으로 재밌어서 해온 거니까요.

그래도 무대 위에서 보여준 모습들은 그동안 열심히 쌓아온 것에 대한 결과물이잖아요
.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관객분들께는 조금 죄송한 말씀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했던 무대 중에 제 마음에 쏙 들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관객분들로부터 감동을 받은 순간은 있었지만, ‘나 오늘 진짜 잘했다.’ 이런 생각은 안 들더라고요.

스스로에게 너무 박한 거 아니에요?
저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에게 만족한 사람들이 무너지는 걸 많이 봤거든요. 저는 부족한 걸 찾아내기 위해서 제 노래도 많이 들어요. 계속 들어야 부족한 게 보이거든요.

그 과정이 힘들지는 않아요? 자신의 단점들을 계속 마주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힘든 직업인 것 같아요. 그러나 사랑받는 만큼 값어치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 준비가 필요한 거죠. 그래서 제 하루는 적당히 피곤한 편이에요.

왜 ‘적당히’예요?
저에겐 자유가 있으니까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노래 연습을 하는 루틴을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고 있는데, 누군가 저에게 시키는 건 아니기 때문에 적당히 자유롭고 적당히 피곤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이렇게 사는 이유는 제가 그걸 통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걸 느끼기 때문이에요. 그건 관객과의 약속도 아니에요. 관객분들은 그런 약속을 저와 한 적이 없잖아요.(웃음) 스스로 지키는 루틴이죠. 대신 그런 생각은 해요.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오는 건, 저희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거잖아요. 다른 장르와 다르게 공연은 관객들도 극장에 오고 저도 같이 가요. 물론 저희는 조금 일찍 와서 준비를 하고 그 공연을 올리기 위해 몇 달간 연습도 하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관객들도 극장에 오기 위해 일을 해요. 서로의 일을 한 후에 극장에서 만나는 거예요. 그걸 알고 있기에, 공연하는 시간 외에도 무언가를 계속하려고 해요. 가만히 있는 건… 왠지 기본에서 어긋나는 것 같아요.


이번 작품에 대해 관객들에게 힌트를 준다면?
일단 함께하는 분들이 정말 좋은 사람들이라, 이들이 모여서 만들어내는 <데스노트>가 정말 재밌을 것 같아서 저도 기대가 됩니다. 연습실 분위기가 좋고 재미있으면 결국 좋은 무대로 이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도 좋은 작품이 나올 것 같아요. 그동안 또래와 연기를 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성철이와 함께 하는 것도 기대되고요.

오늘 화보 촬영에서도 김성철 배우와 특별한 케미스트리를 보여줬어요.
성철이는 정말 영리한 친구예요. 저랑 비슷한 듯하다가도 나보다 더 머리가 좋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말하고 보니 마치 라이토와 ‘엘’의 관계 같네요.(웃음) 성철이는 정말 ‘엘’과 잘 어울려요. 항상 허를 찌르죠. 천재적인 배우라고 생각해요.

라이토는 왜 데스노트를 놓지 못할까요?
라이토는 정의의 심판을 하겠다는 신념이 확고해요. 그래서 이걸 방해하는 존재까지 없애게 되죠. 경찰과 ‘엘’은 올바른 일을 못 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이건 잘못된 판단이잖아요. 잘못된 생각에 사로잡힌 영혼인 거죠. 그러나 저는 라이토로서 무대에 서야 하니, 이게 정의가 아니라는 의심을 하면 안 돼요. 옳은 일이라고 제가 확신을 가질수록 작품이 재밌어질 거예요.

아까 말했듯 이것이 진짜로 정당한 일이라고 믿어야겠군요.
그렇게 믿고 무대에 오르면, 이 신념이 벽에 부딪혔을 때 진짜 ‘죽음의 게임’이 시작되겠죠. 무대 위에서 ‘엘’이 저의 앞길을 막으면 ‘엘’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강해질 거고, 그럼 저도 모르게 눈빛이 변하겠죠. 그런 것을 관객들이 포착하면서 공연이 더욱 생생하게 살아날 거예요. 이 모든 걸 잘 만들어서 관객분들에게 티켓값 이상의 만족감을 드리고 싶어요. 그만큼 저는 뮤지컬과 한걸음 더 친해지고 있고요.

아직도 뮤지컬과 친해지는 중인가요.
조금씩 계속 친해지고 있어요. 저보다 한참 먼저 이 길을 걸어오신 분들이 많은데, 제가 기껏 10년 했다고 ‘뮤지컬은 나의 반쪽’ 이러면 얼마나 가소롭게 들리겠어요.

그럼 고은성의 반쪽은 무엇인데요?

이 세상에 반쪽은 없어요. 뮤지컬 <헤드윅>을 하면서 든 생각인데, 사람은 항상 반쪽을 찾아 헤매지만 그 자체가 잘못된 것 같아요. 뮤지컬은 뮤지컬, 나는 나. 나의 반쪽이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면, 나중에 제가 뮤지컬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얼마나 슬프겠어요. 내 반쪽을 잃어버리는 거잖아요. 나도 상대도 각자가 이미 완전한 존재일 때 진짜 성숙한 사랑을 할 수 있어요. 그래야 함께할 때 더욱 행복할 수 있고,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도 서로의 안녕을 빌어줄 수 있는 거죠. 저는 뮤지컬을 정말 좋아하지만, 언젠가는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항상 가져요. 그렇기에 지금 더 마음을 쏟아서 좋아할 수 있는 것 같고요.

뮤지컬 외에 다른 걸 꿈꿔본 적은 없어요?
18살 때 처음 뮤지컬 배우를 꿈꾼 뒤로 저는 한 곳으로만 달렸어요. 정말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거든요. 처음 시작했을 때는 불안하고 힘든 것들이 있었지만 뮤지컬을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걸어왔고, 지금은 행복하게 제 앞에 놓인 것들을 하고 있어요. 사실 다른 활동도 뮤지컬 배우 고은성이기 때문에 시작한 거예요. 제가 어릴 때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는 제가 방송에서 노래하는 걸 보고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가질 수도 있잖아요. 일종의 ‘Circle of Life’를 실현하는 거라고 할까요.(웃음) 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제 역할을 잘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뮤지컬 배우 고은성이 있고요.
editor 손정은


STEP BY STEP,
KIM SUNGCHEOL

뮤지컬,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김성철은 괴물인지 사람인지 한참을 헷갈리게 했다가(영화 <스위트홈>), 감빵 속 귀여운 척척박사로 미소짓게 했다가(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 어느 틈에 짝사랑에 괴로워하는 순정남(드라마 <그해 우리는>)으로 바뀌어 있었다. 어떤 모습을 마주하든 김성철이 지닌 공통된 코드는 늘 강렬했다는 것. 어쩌면 감각을 읽는 그의 천부적인 재능인지도, 좋은 대본을 발견하는 명석함을 지닌 덕분인지도, 작품을 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끝도 없이 파고드는 집요함일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표면적으로는 연기를 잘해서, 노래는 더 잘해서 좋아하지만, 이랬다저랬다 하는 그의 눈빛은 감히, 최고라는 사실이다. 카메라를 바라보는 눈빛도, 질문에 대한 답을 골똘히 생각할 때도 그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요즘 김성철이라는 이름 앞에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수식이 붙더라고요. 모든 역을 하든 맞춤옷을 입었다는 뜻이잖아요.
그 역할에 유일무이한 존재가 된다는 건 너무 감사하죠. 예전에는 대체 불가능하다거나 믿고 보는 배우라는 얘기를 들으면 진짜 좋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대체 불가능할 줄 알아서 김성철이 했는데 대체 가능한 연기가 될 수도 있고(웃음), 믿고 보는 배우인 줄 알아서 시켰는데 이거, 못 믿겠네 하실 수도 있으니까요.(웃음)  

드라마가 끝난 지 꽤 시간이 흘렀는데 여전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립니다. <그해 우리는>을 통해 얻은 것은 무엇인가요.
작품 속 ‘김지웅’은 표현을 잘 하지 않는 인물이라 실제 몇 개월 동안 감정 기복이 많이 없어졌어요. 표현에 익숙한 캐릭터를 좋아했었는데, 눈으로 얘기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할까요. 그리고 저의 ‘앳됨’이 좀 지워진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귀엽다’ ‘아이 같다’ 같은 얘기들을 많이 들었거든요. 때때로 소년미가 필요할 때가 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 이상인 듯 보였어요.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배역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고 또 끌어갈 수 있는 힘도 부족하다고 여겼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런 면모들이 지워진 듯해서 좋습니다. 작품은 물론 일상에서도 어린 모습이 많이 없어져서 좋고요. 

김지웅에 과몰입되어 있는 상태에서 <데스노트>의 소식을 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어떤 계기로 선택하신 건가요.
제가 워낙 좋아하는 작품인데다 또 좋아하는 ‘엘’ 캐릭터가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컸어요. 마침 스케줄도 맞고요. 무대에 오를 때는 ‘캐릭터성’이 있는 역할, 좀 강한 인물을 하고 싶거든요. 제가 기술적으로 부족한 사람이라, 드라마나 영화 작업을 하면서 동시에 공연을 하면 혼란이 와요. 무대 언어를 장착하려면 부팅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할까요. 

이 작품은 처음 어떤 장르로 만났나요. 
학교 다닐 때 ‘데스노트’ 만화는 난리였죠. 애니메이션도 봤어요. 그때도 전 ‘엘’이 정말 매력있다고 생각했어요. 최근 애니메이션을 다시 정주행했는데 역시 명작이고 수작이더군요. 작가님이 어떻게 이렇게 썼나 싶어요. 제가 아직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진 않았지만 천재를 표현하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요.

김성철이 생각하는 ‘엘’은 어떤 인물인가요. 
사회성이 결여되어 있는 천재, 직업은 탐정. 지금 이 세상에서 탐정이라는 직업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지 않잖아요. 모든 사건을 100% 풀어내는 유능한 이 탐정은 신비롭고 범접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엘’의 습관들이 있잖아요. 계속 쭈그려 앉아 있다든가 단 것을 미친듯이 먹거나 물건을 집을 때 엄지와 검지만을 주로 사용한다거나… 
저는 배우니까 ‘캐릭터성’으로 바라보게 되잖아요. 이 친구가 키는 저와 비슷한데 몸무게가 50kg 정도로 나와있어요. 단 음식을 계속 먹는다는 건 끊임없이 머리를 굴려야 하는데에 필요한 성분만 딱 보충하는 것일 테고, 구부정하다는 건 컴퓨터를 많이 해서 거북목이 된 걸 테죠. “이렇게 앉아야 추리력이 높아집니다.”라는 대사도 있어요. 어찌 보면 징크스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굉장히 공격적인 자세이기도 하거든요. 구부린 상태에서 고개를 내밀고, 한 곳에 몰두하고 있는 상태.

혹시 영화도 봤나요? 
일부러 안봤어요. <데스노트-L: 새로운 시작>에서 마츠야마 켄이치 배우가 굉장히 잘하셨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보면 또 따라갈 수도 있으니까 안봤죠. 저는 이 작품이 뮤지컬이라서 좋아요. 무대에서는 캐릭터성을 많이 부여해도, 비현실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또 기괴한 부분들이 어느 정도 통용되니까요. 

김성철을 아는 사람들은 “김성철이라면 ‘엘’을 다르게 표현할 거야”라는 기대가 있어요.
아직 연습이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지만 어쨌든 저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세계 최고의 탐정을 표현할 거예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비슷했으면 좋겠지만 보다 에너지를 많이 덧입혀서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엘’은 키라를 잡는 게 목표니까, 사냥감을 찾는 맹수의 모습을 그리고 싶어요. 그 맹수가 저는 거대한 사자나 호랑이가 아닌, 독수리였으면 좋겠고요. 눈에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다가와서 잡아채는 무서운 새요. 

가장 잘 부르고 싶은 넘버는 무엇인가요. 
‘죽음의 게임’이요. 키라와 본격적으로 싸우겠다고 공표하면서 부르는 노래입니다. 

평소 노래 연습은 어느 정도 하는데요?  
제가 노래를 계속 부르다 보면 성대 근육을 다르게 써야 해서 목소리가 바뀌어요. 저는 그 목소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평소에는 노래 연습을 못하고, 요즘 다시 성대를 갈아 끼우고 있습니다. 쉽지는 않아요.



작은 배역이라도, 한 장면이라도, 최선을 다해서 준비한다고 알려져 있어요. 뮤지컬을 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 최선을 다하나요. 
<데스노트> 같은 대작들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해요. 그래서 저는 빌드업을 중요시 여겨요. 시작부터 끝까지 촘촘하게 쌓아 나가서 결과적으로 훌륭한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말이죠. ‘엘’도 그렇게 할 거고요.

작품 영역이 다양한데 그 간극 또한 적절해요.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 같은 게 있는 걸까요.  
2년 만에 뮤지컬로 돌아온다는 기사를 봤어요. 장르만 다를 뿐이지 저에겐 영화든 드라마든 무대든 똑같은 작품이거든요. 무대를 떠났다고 생각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고, 오히려 너무 소중하죠. 기회만 주어진다면 계속 하고 싶어요. 행여 제가 찍은 영화가 대박이 나서 저에게 대본이 물밀듯이 들어온다고 한들, 제가 하고 싶은 공연이 있으면 할 거예요.

생각 이상으로 무대를 사랑하시네요. 
연기할 수 있고 노래 부를 수 있고 춤을 출 수 있는 곳이니까요. 물론 제가 공연하면서 춤을 춰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저는 이 쇼에 사용되는 매개체잖아요. 직접적으로 관객에게 에너지를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공연할 때 느껴지는 희열이 엄청 강력해요. 노래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사실도 좋고요.

영화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을 찍을 때 처음으로 두렵고 욕심이 컸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래서 유연해지는 방법을 배웠다고요. 배우로서 유연해지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흔히 말하는 ‘힘을 뺀다’는 거죠. 욕심을 버리는 일. 저는 다시 ‘장사리’는 못볼 것 같아요.(웃음) 제 얼굴에 욕심에 가득하고 ‘반드시 잘해내고 말겠어!’ 치기 어른 모습이 넘쳐나요. 불과 3~4년 전인데 말이에요. 당시 저는 최선을 다하는 것 이상으로 해야 직성이 풀렸고, 안 되면 무조건 되게 했어요. 그 영화의 전후가 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연기라는 것이 욕심대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고, 제가 잘하고 싶다고 해서 완벽하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거든요. 이제는 ‘캐릭터와 작품에 집중해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가 되었어요. 

<그해 우리는>도 힘을 뺀 상태였나요? 
진짜 다 빼고 했죠.

힘이 없어 보이긴 했어요.
하하. 가까운 분이 “왜 이렇게 대충해? 연기 그렇게 할거야?”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흘러가는 대로 맡겨봤는데 둘다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중도를 찾아야겠죠. 욕심 낼 때 내고 뺄 때 빼고.

작품을 하고 싶다는 끌림은 주로 대본인가요, 내가 할 캐릭터인가요. 
둘 다요. 첫 번째로는 작품성을 많이 봐요. 작품이 재미있느냐. 두번째, 재미있다면 내 캐릭터는 어떠한가를 생각해요.  

작품이 너무 재미있는데 내 캐릭터는 별로라면요?
아, 고민해야죠. 제가 어떻게 조금 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면, 하겠죠?

연기에 대한 접근이 이십 대와 삼십 대가 다른가요.
생각하는 것, 목표점이나 추구하는 것, 일상까지 다 달라요. 예전에는 강박이 있었어요. 뭘 먹으면 반드시 운동 몇 시간 해야 하고, 작품 들어가면 나는 이 캐릭터를 이 정도까지 준비했다는 저만의 합리화가 필요했고, 욕심도 많았어요. 이제는 흘러가는 대로 살아요.

뭔가 계기가 있었나요.
자연스럽게 이렇게 됐어요. 예전에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시도하면서 ‘어리니까 괜찮아’ 다독이곤 했는데 어리다는 사실이 핑계가 될 수 없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저의 선택이 저만의 선택이 아니고 주변 분들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되고요. 이제는 독단적인 생각보다는 어울리는 생각을 더 하게 됩니다.

배우로서 갖춰야 할 덕목에 직관, 경험, 상상력, 대본 해석력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해요? 
‘포용 능력’이요. 그에 따라 할 수 있는 캐릭터의 표현력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세월이 지나면서 젊었을 때 맡았던 선배님들의 역할이 달라지는 이유도 포용 능력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자신이 돋보이는 것보다 주변을 감싸는 힘에서 전 매력이 느껴져요. 몸, 목소리, 연기력은 어느 정도 키울 수 있겠지만 한계가 있다고 봐요. 경험보다는 인간성, 포용 능력, 내가 어떤 일에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생각이 원래 많은 편인가 봐요

할 때만 많이 하고 일상에선 별로 안해요.

생각이 많을 때는 언제인데요?
지금요? 인터뷰하고 있으니까.(웃음) 

연습이 없을 때는 주로 뭐하고 지내나요. 
운동하고 산책하고 책보고 레고 만들어요.

혼자요?
네. 최근에 어딘가에서 읽었어요. 코로나 안 걸린 사람은 친구가 없는 거라고… 그게 접니다.(웃음)



김성철을 성장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요. 
어릴 때부터 저는 기본의 탄탄함, 차근차근, 이런 것들을 좋아했어요. 8~9년 동안 여러 작품을 해오면서 조금씩 계단을 올라가는 느낌이고, 이것이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성장은 한계가 있잖아요. 제 키가 185cm였으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 멈춘 것처럼요. 천천히 올라가면 내려올 때도 천천히 내려올 수 있겠지, 생각해요. 

달관자 같아요.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데요? 
예전에는 목표의식이 분명했어요. 인터뷰에서는 “롤모델이요? 저 그런 거 없어요.” 했지만-이제사 말씀드리지만-있었습니다.(웃음) 특정한 누군가를 정해놓고 그 사람의 길을 가고 싶어했죠. 그 나이에 그 역할을 했으니까 나도 해야한다는 구체적이고 뚜렷한 계획이요. 지금은 그저 좋은 사람이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능력보다, 김성철하고 이 작품하면 재미있겠다는 얘기를 듣고 싶고요. 

건강한 사고를 가지고 있네요. 인생의 좌우명은 무엇인가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후회하지 말자’요. 후회할 짓을 하지 말자는 뜻이죠. 

인생에서 후회해본 적이 있나요?
아직까지 없어요. 아, <그해 우리는> 초반에 고등학생을 표현하겠다고 다이어트를 하지 않은 일이요. 퉁퉁하게 나오는 걸 보고 후회했습니다. 

천천히 계단을 오르다 뚝 떨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은요? 
너무 많아요. 계단을 헛디딘 적도 많고요. 왜 이렇게 했을까, 혼자 고민의 시간을 갖지만 오래 가져가는 편은 아닙니다. 하루?(웃음)

폭발적 반응으로 <데스노트> 티켓 오픈과 동시에 매진입니다.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오랜만에 서는 무대입니다. 열심히 준비할 테니까 기대 많이 해주시고요. 많이 사랑해주시고 칭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ditor 이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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