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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 데이나 슈츠의 <열린 관>을 향한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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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5. 12:1018,250 읽음

에밋 틸과 어머니 메이미 틸

1955년 8월 20일, 14세의 흑인 소년 에밋 틸은 미시시피 주에 살던 사촌들을 만나기 위해 기차에 올랐습니다. 틸에게 있어 그날은 생에 첫 여행이었고 또래 친구들인 사촌들과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습니다. 그리고 24일 틸은 사촌들과 어울려 브라이언트 식료품점에 들러 풍선 껌 한 통을 샀습니다. 그리고 8일 뒤 틸은 인근 강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발견 당시 틸의 얼굴은 끔찍하리 만치 뭉개져있었고 몸 곳곳에 총상이 남아있었습니다.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에밋 틸의 어머니와 공개된 틸의 시신

틸을 살해한 것은 로이 브라이언트와 그의 이복동생 밀엄. 틸이 방문했던 식료품점의 주인입니다. 이들은 살해 혐의로 체포되었고 조사 과정에서 밝힌 살해 동기는, 틸이 식료품점에 들러 껌을 샀을 때 가게를 보고 있던 로이 브라이언트의 아내, 캐롤린 브라이언트에게 추파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어처구니없는 것은 그의 살해 동기뿐만 아니라, 이후 진행된 재판에 구성된 배심원이 모두 백인이었다는 점, 그리고 그들이 무죄로 풀려났다는 것입니다. 

재판장에 있는 밀엄과 그의 아내(좌)와 로이 브라이언트와 캐롤린 브라이언트(우)

틸의 어머니는 교회에서 진행된 장례식에서 5일간 아들의 관을 열어 두고, 참혹하게 살해당한 아들의 시신을 시민 모두가 볼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틸의 어머니는 아들을 잃은 좌절 속에서도 인종차별로 인해 일어난 이 참혹한 살인 사건의 진상을 세상이 알아야 한다며 틸의 시신을 모두에게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약 10만 명의 시민이 틸의 시신을 보았고 애도를 표했습니다. 이 사건은 흑백을 분리하는 인종차별 대항 운동을 촉발했고 50년 뒤인 2004년 해당 사건을 재수사했지만, 사건 당사자였던 로이 브라이언트와 밀엄은 이미 편안하게 세상을 떠난 후였습니다. 단지 로이 브라이언트의 아내가 사건 조사 당시 거짓 진술을 한 것을 인정했을 뿐 이렇다 할 처벌이 이루어 지진 않았습니다.

데이나 슈츠의 <열린 관>

에밋 틸 사건은 이후 여러 권의 책과 다큐멘터리로 제작되면서 세계 사람들의 기억 속에 각인되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열린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유대계 여성 화가인 데이나 슈츠가 에밋 틸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열린 관>을 공개했습니다. 그림에선 제목 그대로 관에 안치되어 있던 에밋 틸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은 에밋 틸 이야기를 다뤘던 여러 매체들과 달리 크게 논란이 되었습니다.

백인 여성 화가가 인종차별을 당했던 틸의 이야기를 그저 구경거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이 일어나면서 논란이 시작된 것입니다. 전시 개막 당일, 예술가 파커 브라이트는 "스펙터클이 되는 흑인의 죽음"이란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해당 그림 앞에 서서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을 생중계하며 그림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데이나 슈츠

일부에선 흑인 살인사건으로 이득을 보는 백인 여성이라며 비난이 이어졌고, 전시에서 그림을 철수 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파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데이나 슈츠는 이후 성명을 통해 "미국에서 흑인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엄마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알고 있다"라며 어머니로서 자식을 잃는 것에 대한 고통에서 비롯된 작품임을 시사하며 비판에 반박했습니다. 

이후 그림은 전시에서 철수되었고 큐레이터인 미아 록스는 "우리는 이것이 민감한 작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틸의 끔찍한 살인은 인종을 불문하고 우리 모두가 맞서야 할 일"이라며 사람들의 분노를 어느 정도 가라앉히려 노력했습니다. 이후 슈츠는 해당 작품은 판매되지 않을 것이며, 틸의 사건을 돈벌이로 만들지 않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이 그림을 그려서는 안되는 많은 이유들이 있었겠지만, 예술은 언제나 사람들의 연대와 공감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작품 제작을 고수했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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