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르웨이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에드바르 뭉크는 하나의 주제로 다양한 표현을 실험하기로 유명합니다. 뭉크의 <절규>는 4가지 연작이 제작되었고, 오늘 보게 될 <뱀파이어>라는 그림은 총 10가지 버전의 연작이 제작되었습니다. 그는 <뱀파이어>의 표현 연구를 위해 유화, 수채화, 목판화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제작을 진행하였습니다.
그의 첫 <뱀파이어>가 세상에 공개되었을 땐 그의 주제 때문에 상당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는 어두운 그림의 분위기와 힘없이 여성이 품에 안겨 있는 남성, 그리고 붉은 머리의 창백한 피부를 한 여성이 자신에게 안겨있는 남성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어떤 이는 뭉크가 매춘 여성을 만난 후 그린 그림일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뭉크의 아끼던 여동생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난 후 그린 그림이라는 이야기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뭉크는 그저 "여성이 남성의 목에 키스하는 것"을 담았을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그가 처음 그렸던 이 그림의 제목도 "사랑과 고통" 이었습니다. 슬퍼하는 남성을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는 여성. 단지 그것을 주제로 다양한 표현을 연구했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시각 안에서 그것을 해석하다 보니 여러 논란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런 논란 속에 그림의 제목이 바뀌기까지 한 건 뭉크의 친구이자 시인이었던 '스타니스와프 프르즈비제프스키'가 뭉크의 전시에서 이 그림을 보고 자신의 해석을 내놓으면서입니다. 스타니스와프는 <사랑과 고통>을 보고 "목을 물고 있는 핏빛 머리의 흡혈귀와, 흡혈귀에 순종하게 된 남성" 같다는 해석을 내놓았고 그로 인해 이 그림은 <뱀파이어>(흡혈귀)라는 제목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건들 속에서 뭉크는 그저 그림의 표현에 대한 연구에만 몰두했습니다. 그림이 보는 사람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여겼을 것입니다. 만약 그림을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사랑과 고통>이라는 제목대로 상처받은 남성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여성으로 보일 수도 있고, <뱀파이어>라는 제목처럼 그저 매혹에 넘어간 남성이 뱀파이어에게 목덜미를 물려 소비되는 그림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둘 중 하나로 해석될 필요도 없고, 그림을 보는 사람에 의해 그 의미가 다양하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뭉크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열려있는 감정이 그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뭉크 그림의 가치를 증명이라도 하듯 <뱀파이어> 시리즈 중,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는 1894년 제작된 유화 그림이 3,816만 달러, 한화 약 430억에 경매에서 낙찰되면서 뭉크의 그림 경매 중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스토리
일하고 뭐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