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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기세중의 모험_뮤지컬 <난쟁이들> 배우 기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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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4. 18:482,336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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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중의 모험

행복이란 가까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배우 기세중의 나침판은 방향을 잃지 않는다. 
editor 손정은  photographer 박명희


뮤지컬 <이선동 클린센터(2019)>, 연극 <환상동화(2020)> <데스트랩(2021)>으로 매년 시어터플러스와 만났던 배우 기세중이 올해는 뮤지컬 <난쟁이들>의 찰리로 돌아왔다. 그동안 여러 배우와 함께한 인터뷰에서 케미 요정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기에, 이번에는 그의 이야기에만 귀를 기울여보기로 했다. 네 번째 시즌을 맞이한 <난쟁이들>은 기존의 동화를 비틀어 왕자와 공주가 아닌 난쟁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재기 발랄한 작품이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등 여러 동화의 주인공들을 한곳에 모은 것뿐만 아니라 팍팍한 현대 사회의 모습을 개그 코드로 가미해 웃음과 공감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번 공연의 중심에는 동화 나라의 주인공이 되어보겠노라 당당히 걸어가는 난쟁이 찰리처럼 뜨거운 기세로 세상을 헤쳐나가는 기세중이 있다.



이전에 뮤지컬 <난쟁이들>을 관람한 적이 있다고 들었어요.
조형균 배우가 할 때 봤는데, 진짜 재미있게 봤어요.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주는 에너지를 그저 기분 좋게 받을 수 있더라고요. 사실 가볍다고 하면 가벼울 수도 있는데, 그런 공연이 만들기 더 어렵거든요. 참 쉽지 않겠다싶었는데, 이번에 해보니 역시나 어려워요.

그때 공연을 보면서 이 작품을 하게 될 거라고 예상했나요?
전혀요. 하고 싶다고 느끼긴 했지만,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기회가 찾아왔네요. 선뜻 참여하겠다는 마음이 들었나요?
평소에 오랜 시간 고민해서 작품을 선택하는 편인데, <난쟁이들>은 바로 한다고 했어요. 제 성격에 잘 맞는 공연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취향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장난치는 건 다들 좋아하잖아요. 장난이라는 게 무대 위에서 배우들끼리만 하는 게 아니라, 잘 짜인 대본 아래에서 큰 흐름을 타고 이어지니까 매력적인 것 같아요. 이 작품의 전반적인 코드가 김동연 연출님이 장난치는 스타일이에요. 연출님이 장난을 되게 좋아하는데, 그 스타일이 대본에 그대로 쓰여 있어요.

그 코드가 잘 맞는 편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색깔이에요. 어두운 분위기의 공연도 매력있지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웃으면서 할 수 있는 공연이 좋더라고요.

배우들 중에서는 비극보다 희극이 더 힘들다고 하는 분들이 많던걸요.
물론 어렵긴 하죠. 비극은 그 자체가 비일상적인 사건인 경우가 많고 감정의 폭이 큰데, 희극은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기잖아요. 게다가 제가 무뚝뚝한 편이라 원래 표현을 잘 못하거든요. 그런데 작품을 계속 하다 보니, 편안하게 툭 던졌을 때 나오는 것들이 좋더라고요. 일상적인 저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표현에 서툰 편이었다면 연기를 시작했을 때 어려운 지점들이 있었겠네요.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어요. 사람들 앞에서 연기를 한다는 건 저를 보여줘야 하는 일인데, 나를 드러낸다는 것 자체가 평소의 제 기준에서는 선을 넘는 일이라고 느껴졌거든요. 잘 웃어야 하고 눈물도 펑펑 흘려야 하는데 그게 너무 어색한 거예요. 이제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괜찮아요. 이 일을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거든요. 이왕 할 거면 재미있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하고 있고, 결과적으로 저 자신도 더 행복해진 것 같아요. 사람들이랑 지내는 것도 행복하고, 공연할 때도 그렇고. 오늘도 <난쟁이들> 연습을 하다가 왔는데 모든 것이 되게 행복하더라고요.

안 그래도 연습실 분위기가 엄청나게 좋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해보려고 노력하고, 누구 하나 돋보이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 호흡도 잘 맞아서 그냥 고등학교 때 반에서 노는 것 같아요. 한쪽에서 장면 연습을 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장난치느라 못 듣고. 그러다가 김동연 연출님이 조용히 하라고 한마디 하시면, 죄송하다고 하고 나서 작게 떠들기 시작해요.(웃음)

안 떠드는 건 아니군요. 연출님이 담임선생님 같은데요.
진짜 말도 안 되는 것도 많이 해요. 한 명이 갑자기 물구나무를 서면 그 옆에서 다 따라 해요.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하는 거예요. 이런 편안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것이 작품의 힘인 것 같아요. 공연 자체가 밝으니까 배우들도 편하게 이것저것을 던져볼 수 있고, 결과적으로 무대에서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니까요.

아무래도 분위기가 좋으면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겠네요.
만약에 연습실에서 누군가 애드리브를 던졌는데 다른 배우들이 자기 것에 집중하느라 반응이 없으면, 그게 아무리 좋은 소스여도 다시 안 하게 되거든요. 저희는 시답잖은 걸 해도 조금이라도 웃기면 재밌다고 해주고, 재미가 없으면 “그거 하면 망해. 안 돼.” 이러면서 장난을 쳐요. 서로가 정말 편하고, 진정으로 동료라고 여기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아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찰리와 닮은 점이 있나요?
많은 것 같아요. 찰리는 자기의 삶에 불만을 가지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힘써서 나아가잖아요. 어찌 보면 혁명이죠. 현실에 만족하고 사는 난쟁이들 사이에서 ‘나는 이 하얀 빵을 주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지 않을 거야. 나는 노동자에 그치지 않고 동화 나라의 권력자가 될 거야.’라는 야망을 품고 있거든요. 저도 어렸을 때 욕심이 많았고 야망도 컸어요. 고등학교 때도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지는 않았고요.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서 친구들끼리 새로운 반을 만들겠다고 한 적도 있어요.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고, 그 후에는 제가 주도적으로 만든 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같은 반 친구들 단속을 열심히 했었죠. 진짜 재밌게 다녔어요.

배우가 된 후에도 불합리한 건 참지 않는 편이었다면서요?
예전부터 ‘그건 원래 안되는 거야.’라는 말을 너무 싫어했어요. 부당하고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맞서는 편이죠.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작품을 잘 만들기 위해서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이 사람들이 각자의 몫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모두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잘못된 상황이나 행동을 그저 지켜만 보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똑같은 상황이라도 강압적으로 말하지 않고 양해를 구했다면, 저도 이해하고 넘어갔을 거예요.

일을 하면서 솔직한 의견을 피력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텐데요.
저희는 동료로 만난 거잖아요. 저한테는 연출님도, 제작사 대표님도 다 동료예요. 그리고 저보다 한참 어린 동생도 동료죠. 서로 불편함 없이 장난을 치고 기탄없이 의견을 나눌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간혹 대접해주기를 바라는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절대 안 해요. 저는 고용해서 온 배우일 뿐이고, 만약 직원이라고 해도 서로의 관계가 선을 넘으면 안 되는 거죠.

맞는 말이긴 하지만, <난쟁이들>의 가사처럼 ‘모두가 알아도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저도 지금 배우라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단체에 속해 있으면 여러 상황을 고려하게 되니까요. ‘어쩌겠어, 먹고살아야지.’ 하고 받아들이고 살았을 수도 있겠죠. 이 인터뷰를 보시는 분들도 조직 안에 있는 분들이 훨씬 많을 테지만, 다들 속으로 상상은 많이 하잖아요.(웃음) 사실 어릴 때 저 자신을 위축되게 만드는 상황들 속에서 연습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배우는 연습실에서 자유로워야 해요. 연습하면서 내 안의 최대치를 다 해봐야 무대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생기거든요. 그런 걸 느끼다 보니, 위축돼서 아무것도 표현 못 하는 바보가 되는 것보다는 터놓고 얘기하는 쪽이 낫다는 결론을 얻었어요. 누군가를 위축되게 만드는 상황도 제가 먼저 깨려고 하고요.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찰리와 비슷하네요.

그런 찰리에게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 와요. 그동안 옳다고 생각한 것이 사실은 틀렸다는 걸 깨닫게 되죠. 저도 그런 적이 많았어요. 사람을 대할 때도 진심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죠. 제 의도와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을 수도 있더라고요. 예전에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되게 놀랐어요. 나의 행동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겠구나. 그래서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설명하고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어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사과를 한다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잖아요.
저에게는 장난이었더라도 상대방은 불편할 수 있으니 당연히 사과해야죠. 그러나 만약 1%라도 진심이 담겨있었다면 사과하지 않아요. 대신 왜 제가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요. 그러면 대부분 납득하더라고요. 계속 얘기하다 보니 빌런처럼 보이네요.

빌런이라기보다는… 솔직하게 말하면 부러운데요. 그런 과정에서 고민이 되는 지점은 없었어요?
‘내가 싫어하는 누군가의 행동을 정작 내가 하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혹시 나도 저렇게 보이나,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이 무례한가에 대해 고민하게 되죠. 저와 같이 일하는 누군가는 저와 성향이 맞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는 것 같아요.

이번에 찰리 역을 함께하는 최민우 배우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성격도 너무 좋고 장난치는 것도 좋아해서 잘 맞아요. 민우가 표현하는 찰리도 너무 매력 있고요. 그리고 둘 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해서 저의 ‘밥 메이트’예요. 김동연 연출님이 저희한테 그만 먹으라는 이야기를 피드백으로 주실 정도로.(웃음) 원래 다른 작품을 할 때도 저한테 매번 말씀하셨고 민우한테도 하셨다는데, 이번에는 둘 다 있으니까 묶어서 한꺼번에 얘기하더라고요. 그런데 민우도 저도 썩 타격을 안 받는 성격이에요. 

편안한 연습실 분위기가 생생하게 느껴지는데요. 사실 체력적으로 힘들어보이는 작품이라 오히려 잘 챙겨먹어야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난쟁이 역의 배우들은 무릎으로 걸어 다니는 장면도 있잖아요.
그런 장면들은 생각보다 괜찮은데, 작품의 텐션이 기본적으로 높다 보니 그게 힘들더라고요. 대사를 할 때도 텐션을 올려서 해야 하고, 호흡도 빨라서 땀이 계속 나요.

그리고 애드리브도 많은 공연에 속하죠.

막상 연습을 해보니 할 만한 구간이 많지는 않아요. 아마도 그동안 공연을 거쳐오면서 이전의 배우분들이 만들어낸 부분이 대본화된 것도 있을 테고요. 애드리브를 하더라도 사족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어요. 원래 대본 자체가 재미있고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어서, 애쓰지 않아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를 하나 뽑아볼까요?
저는 난쟁이 빅이 백설공주한테 마지막으로 불러주는 넘버 ‘오래 전 일이야’가 제일 좋아요. 뮤지컬을 일로 하다 보면 새로운 노래를 들었을 때 정말 좋다는 느낌을 받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 노래는 엄청난 감정을 담아서 부르는 것도 아니고 기교를 부리지도 않는데 저절로 빠져들어요.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의 마음을 담은 곡이죠. 이 넘버 좋아하시는 관객분들 많더라고요.
이 노래를 하는 순간이 되면, 지금까지 했던 재밌고 웃긴 장면들이 모두 여기까지 오기 위한 여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딱 맞아 들어간 느낌이랄까요. 표면적으로는 찰리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이야기는 빅의 사연인 것 같아요. 지금 말하면서도 그 장면이 떠올라서 소름 돋았어요.

담담한 고백이 묵직하게 마음을 울릴 때가 있죠.
옛날에는 화려한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제 삶도 화려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살다 보니 화려한 것보다 단순하고 일상적인 것을 유지하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화려해지는 건 적은 노력으로도 가능하지만, 담담하게 표현하는 것이 훨씬 어렵고요. 그런데 애써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아우라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 장면 자체가 그런 느낌이에요.

작품을 보러 오시는 관객들은 무엇을 준비하면 될까요?
아무 생각 말고 열린 마음으로 오시면 됩니다. 지금 행복해지고 싶은 분들은 다 오시면 돼요. 평소에는 웃을 일이 별로 없잖아요. 오셔서 저희가 장난치고 땀 흘리는 걸 보면서 그냥 웃고 즐기시면 돼요. 그러고 보면 일상생활에서 겪지 못하는 감정을 극장에서는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해요. 무대 위에 있는 저 사람이 울면 객석에서도 따라 울고, 웃으면 따라 웃을 수 있으니까요. 그 시간과 감정을 공유한다는 것이 되게 가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찰리는 “선택을 잘해라.”라는 아버지의 메시지를 마음에 품고 살아갑니다. 2022년을 시작하며 마음에 담은 슬로건이 있다면?
그저 흘러가는 대로 적당히 돈을 모아가면서 아프지 않게 나아가고 싶어요. 제 인생이 순탄하게 잘 가고 있어야 무대에서 집중이 더 잘 되더라고요. 제가 재밌다고 느낄수록 공연의 완성도도 좋아지고요. 그리고 늘 마음에 담아두는 생각은 잠깐 쉬어가도좋으니 무릎 꿇거나 포기할 상황을 아예 만들지 않아야겠다는거예요. 급하게 뛰다 보면 몸도 마음도 지치니까요. 그래서 급하지 않게 천천히, 여유 있게 걸어가려고 해요. <난쟁이들> 대사처럼 ‘무겁지 않게, 가볍게’ 가고 싶어요.


뮤지컬 <난쟁이들>
기간 2022년 1월 25일-2022년 4월 3일
시간 화-금 20:00 토 15:00 19:00
일·공휴일 14:00 18:00
장소 플러스씨어터
가격 R석 6만6천원 | S석 4만4천원
문의 070-7724-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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