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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달라진 모습으로_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배우 최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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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29. 17:392,326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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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모습으로

이토록 달라진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와 이토록 달라진 배우 최연우의 재회.
editor 나혜인 photographer 박명희 place 인터미션


2019년 초연되었던 <이토록 보통의>가 김태형 연출과 조수현 디자이너를 만나 달라진 모습으로 관객 앞에 선다. 가까운 미래를 담은 이야기지만 아날로그 요소가 강했던 지난 시즌과 달리 무대를 보는 것만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게 만드는 변화를 몰고 온 것. 또한 관객들이 작품을 보다 쉽게 이해도록 대사와 넘버에도 변화를 더한다. 달라진 건 작품뿐만이 아니다. 초연에 이어 재연에도 ‘제이’ 역으로 참여하는 배우 최연우 역시 2년의 시간을 건너온 자신에게서 변화를 느낀다. 뱉은 말은 꼭 지켜야 하는 성격이라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던 그가 자진하여 재참여를 꺼낼 정도로 그토록 사랑한 작품이지만, 2021년이 된 지금에서야 ‘이토록 보통의’라는 말이 깊게 와닿고 있다.

요즘 날씨가 너무 좋죠. 반려견인 잎새랑 산책하기에도 좋겠어요.
작품을 하고 있으니까 늦게 끝나는 날이 많아서 요즘은 주로 해가 진 뒤에 산책하고 있어요. 물론, 잎새에게 양해를 구하고 있습니다. 내가 너무 바쁘다. 네가 이해를 해라. 너 맛있는 거 사주기 위해서 내가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금은 <메리셸리><이토록 보통의> 두 작품을 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짧은 공백기가 있었잖아요.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했거든요.
개인적으로 자아 성찰을 많이 하는 시기였어요. 제가 성격이 불 같거든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잔 다르크 같은 성격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데 쉬면서 조금 내려놓게 됐어요. 내려놓아야겠다고 생각하는 시기가 종종 찾아오는데, 한 번에 100kg만큼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는 없다 보니 이런 시간을 거치면서 2kg씩, 10kg 씩 내려놓는 단계를 거치고 있어요. 사실 제가 열일하는 스타일은 아니라 잘 쉬거든요. 하지만 제 의지대로 쉬는 것과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쉬게 되는 상황은 조금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것 같아요. 무대에 다시 오를 때 이전 작업과는 다르게 임하게 되기도 했고요. 저 자신도 조금 변한 것 같아요.

어떤 부분에서 다른 작업을 하게 됐을까요?
그동안은 창작진들과 공동으로 작업하며 연출과 작가의 입장에서 작품에 빠져들었거든요. 이제는 제가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은 것 같아요. ‘이 일을 즐겁기 위해서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고요. 그래서 이번 <메리셸리>는 오롯이 배우의 일에만 집중했어요. 아주 오랜만에 그런 작업을 해서 즐거웠죠.

<이토록 보통의> 초연에 이어 재연 ‘제이’로 돌아오게 됐어요. 초연을 접하지 못한 분들에게 작품을 소개한다면요?
단편적으로 보면 연인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연인의 이야기로만 이 공연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것 같아요. 죽음과 꿈, 선택의 기로, 후회, 외로움 등 인간이 겪는 다양한 상황과 감정을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초연 때보다는 마음이 편해졌죠?
모든 배우들이 재참여할 때 이전에 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참여하지만, 막상 재연에 참여하면 이전과 다른 작품인 경우가 있어요. 이번 <이토록 보통의>도 창작진이 새롭게 바뀌었기 때문에 기본적인 스토리는 같지만 달라진 부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재참여해서 편하다는 말은 못 하겠고요.(웃음) 이번에는 조금 더 많은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연이지 않나 싶어요. 초연보다 이해하기 쉽고 따라가기 쉽게 만들어졌죠. 넘버도 꽤 추가됐고요.

캐릭터들도 조금씩 바뀌는 지점이 있나요?
초연에는 하나만 가지고 갔어요. 은기는 현실적인 사람이고, 제이는 이상적인 꿈을 꾸는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둘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이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향해 가고 있는지를 더 세심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예를 들어 초연에 은기와 제이가 서로 말 없이 바라보는 상황이 있었는데, 관객들로 하여금 공연장에 흐르는 공기를 느끼게 해주는 장치였거든요. 재연에서는 이 상황을 대사로 직접 들려주고 보여주는 형식이에요. 그 부분이 좋으면서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죠.

여백에서 오는 것들이 있을 테니 아쉬운 마음이 이해되네요.
저는 여백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하지만 배우가 직접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알려주는 쪽이 작품을 이해하는 것에 있어 훨씬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장단점이 분명하게 있죠. 이전에는 작품 안의 빈 공간 속에서 관객 스스로가 발견하는 외로움이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지금은 대사가 캐릭터 개개인에 치중되어 있어서 기존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해요. 자신의 외로움을 투영해 작품을 바라봤던 것에서 은기와 제이의 외로움에 더욱 집중하는 것으로 변화했으니까요.

배우 관점에서 연기 방향이 달라지기도 했을까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랑 (정)휘는 초연에 참여하면서 앞서 말한 외로움의 과정을 다녀온 사람이니까요. 최대한 라이트하게 표현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딥해지는 부분들이 생기더라고요. 재연에 와서 휘랑 노력한 부분은 감정선을 다잡는 것이었어 요. 이전에는 딥한 감정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선으로 그려져서 잔잔하게 흔들리는 느낌이었다면 재연은 감정의 폭이 훨씬 커요. 밝을 때는 아주 밝아져야 하고 깊을 때는 더 깊게 빠져야 하죠. 배우들에게 어려운 작품이기도 해요. 한 감정으로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더 나락으로 갔다가, 하늘로 갔다가, 중간 지점을 되찾기도 하고. 그래서 더 다이내믹해지고 재미있어진 것 같아요.

창작진이 바뀐다는 이야기에서 예상할 수 있었지만, 정말 많은 것들이 바뀌는 것 같네요. 또 변화하는 지점이 있을까요?
영상이 정말 화려하게 들어가요. 자본주의의 끝판왕이 아닐까.(웃음) 실감형 콘텐츠처럼 시각적 착각을 주는 영상도 있어요. 지난 시즌에는 정말 심플한 무대였는데 바뀐 무대를 보고 휘랑 정말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초연 이후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으니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도 했을 것 같아요. 쉬는 동안 스스로가 변했다고 느끼기도 했으니까요.
작품 속 대사 중에 “그때 당신도 지금의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라는 말이 있어요. 그게 아주 적절한 것 같아요. 그때 그 순간과 모든 감각은 이미 과거의 것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초연을 본 관객분들도 재연을 보면서 분명 다르게 느낄 거예요. 과거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싶은 희망이 현재와 융합되는 경험, 이게 바로 계속해서 공연을 보게 만드는 이유가 아닐까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 참여하며 이전과 많이 다르게 느꼈고요.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꼭 지키고 싶은 부분이 있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이번에 연습실에서 전체 연습을 마치고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연출님이 갑자기 저를 안아주는 거예요. “이 사연 많은 여자여.”하면서요. 이 포옹에 제가 위로를 느끼기보다 포옹을 한 사람이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공연이 어느 한 지점에서 위로를 준다고 생각하는데 <이토록 보통의>는 ‘지금 당신의 외로움에 대한 아주 명백한 힐링’이라고 생각해요. 저 또한 작품을 하면서 정말 많이 치유받았거든요. 그래서 그 부분이 저에게 정말 소중했고 재연에 참여하면서도 이 의미만큼은 포기할 수 없었어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위안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해요.

그때는 ‘이토록 보통의 하루도 참 특별해.’였다면
지금은 ‘이토록 보통의 하루가 참 가치 있어.’로 바뀌었어요.
특별함이 감사함으로 변한 거죠.

혹시 초연에 이어 재참여를 결정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가 한 번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는 성격이거든요. 지나가다가 아는 배우를 만나 “네 공연 보러 갈게.”라고 말하면 꼭 지켜야 해요. 게다가 <이토록 보통의>는 너무 많이 이야기하고 다녀서 ‘<이토록 보통의>하면 최연우다.’라는 공식이 생겼더라고요. 아마 제 공연을 많이 보셨던 분들은 제가 재연에 꼭 참여하겠다고 말한 작품의 거의 없다는 것도 잘 아실 거예요. 이 작품을 그렇게 자주 언급해 놓고 안 하면 관객분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까요.(웃음)

재참여하면서 새롭게 와닿은 것이 있나요?
이제서야 ‘이토록 보통의’라는 말이 와닿게 된 것 같아요. 그때는 ‘이토록 보통의 하루도 참 특별해.’였다면, 지금은 ‘이토록 보통의 하루가 참 가치 있어.’로 바뀌었어요. 특별함이 감사함으로 변한 거죠.

초연에 함께 했던 정휘 배우 외에도 손유동, 신재범 배우와 합을 맞추게 되어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기도 할 것 같아요.
휘랑은 이제 죽이 착착 맞아서 무언가 달라져도 곧바로 맞받아 칠 수 있을 정도예요. 유동이랑 재범이는 각각 다른 은기를 보여주는 게 재미있어요. 재범이가 연기하는 은기는 제이가 첫사랑이자 현재의 사랑일 것 같은데, 유동이는 제이가 마지막 사랑인 것처럼 연기해요. 연습하다 유동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거든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고 연기한다고 하더라고요.

최연우 배우의 언어로 세 사람의 은기를 표현한다면요?
재범이의 은기는 파스텔톤 같아요. 유동이의 은기는 가을과 겨울에 볼 수 있는 앙상한 가지의 느낌이고, 휘는 아주 깊은 물에 빠져 있지만 하늘에 있는 밝은 빛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세 사람의 느낌이 너무 달라요. 그러니 모든 페어를 봐야 한다는 말이죠.(웃음)

극본과 작사를 맡은 박해림 작가와 오래도록 인연을 이어가고 있잖아요. <메리셸리>도 함께 하고 있고요. 그의 텍스트에서 느끼는 매력이 있을까요?
해림 작가님의 글을 상당히 좋아해요. 작가님 대본은 두껍지 않아요. 오랜 시간 작업을 해오다 보니 할 말이 없어서 쓰지 않는 것과 할 말이 많지만 대사 안에 압축시켜 넣는 것을 구분할 줄 알 게 됐거든요. 작가님의 작품을 보면 글은 짧아도 글 안의 공간은 엄청 넓다는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언니 글에는 언니 글 냄새가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언니에게 바라는 점은 앞으로도 언니의 냄새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거죠.

글 냄새라는 건 인간미 같은 건가요?
글을 퍼포밍해야 하는 배우의 입장에서는 대본을 파악하며 내가 어떠한 마음으로 이 공간에 있어야 되는지를 찾는 과정을 겪게 되어요. 그 과정에서 글의 빈 공간을 채워 나가는데, 작가님의 글은 빈 공간 안에 갈피들이 보인다는 거죠. 여기서 제가 뭘 해도 상관없는 게 아니라 수많은 갈피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 게 있어요. 그걸 캐치하는 재미가 있다고 해야 할까요. 어떻게 보면 어렵고 번거로워 보일 수 있는데 저는 너무 좋아요. 그래서 작가님한테 가끔 전화나 메신저로 “내가 이 상황에서 이런 걸 선택 하는 게 맞는 거지?”라고 묻는데,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죠.(웃음)

공연이 한창인 <메리셸리>도 보물찾기 과정을 거쳤겠네요.
오랜만에 작가님, 그리고 오루피나 연출님과 함께 하면서 서로 배려하며 만들 수 있는 작업의 결과물을 보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공연은 무거운 분위기지만, 만드는 과정과 공연하는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나중에 재연으로 올라온다면 다시 열심히 뛰어들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메리와 제이를 같은 시기에 그려내며 찾는 상관관계도 있을까요?
제 성향은 메리에 더 가까워요. 메리는 고통을 감내하고 혼자 물에 빠져들어 가는 쪽이라면, 제이는 솔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쪽이니까요. 제이를 연기하면서 느낀 건 감내하면서 사는 후회가 과감하게 선택한 뒤 후회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거예요. 그때그때 최선의 선택을 하면 되는 거죠. 작품에서 제이가 엄청나게 많은 선택을 하는데, 선택의 끝에는… 반전을 확인하러 오세요!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는데, 최연우라는 이름에는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어머님의 마음이 담겨있다는 인터뷰를 봤어요. 그런데 우리는 살아가며 겪는 외로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잖아요. 외로움을 어떤 동반자로 여기면서 사는지 궁금하네요.
저는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어디로 가려고 하지도 않고 가만히 나무처럼 뿌리 박고 서 있는 사람. 사춘기 때부터 친구를 사귀려고 부단히 노력해 온 사람도 아니고, 항상 혼자 있길 원했던 사람도 아니에요. 그래서 ‘어쩌면 외로움이라는 건 죽을 때까지 해결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종종해요. 어렸을 때는 그게 틀렸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관계에서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와도 변함없이 있어 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걸 느껴요.

은기와 제이는 프랑스 니스로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를 해요. 요즘 떠날 수가 없는 상황이니 팬데믹이 끝나고 여행을 간다면 어디로 가장 가고 싶은지 즐거운 상상을 한번 해보죠.
코로나 끝나면 어디든 가려고요! 일단 니스에 정말로 가고 싶은데 같이 갈 사람을 좀 모아야겠어요. 제가 원래 봄과 초여름 사이에 여행 가는 걸 좋아해서 2020년에 여행 계획을 세웠거든요. 그런데 연말에 갑자기 코로나가 터지더니 니스는 거기 있는데 제가 가지 못하는 상황이…

공연을 보러 올 예비 관객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있다면?
<이토록 보통의>는 삶이 나아가야 하는 길을 제시해주는 공연이라고 생각해요. 초연 때보다는 관객분들이 더 쉽게 마음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고요. ‘도대체 이게 무슨 공연이야?’ 라는 생각이 들면 와 주세요. 그리고 일단 공연이 개막하고 나면 화려한 영상미에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요. “어, 저기 난리났다.” 하고요.(웃음)

Attention, Please!
뮤지컬 <이토록 보통의>
기간 2021년 9월 14일-2021년 11월 21일
시간 화, 목, 금 20:00|수 16:00 20:00|
주말·공휴일 15:00 18:00
장소 예스24스테이지 3관
가격 R석 6만원|S석 4만5천원
문의 02-6925-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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