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 전인 2010년 뉴욕 현대 미술관에선 유고슬라비아 출신의 행위 예술가 마리나 아브라모비치의 조금 독특한 회고전이 열렸습니다. 회고전의 제목은 "<예술가는 여기에 있다.(The Artist is Present)>, 제목 그대로 그녀는 전시장 가운데 2인용 테이블과 의자 하나를 앞에 두고 앉아 있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아브라모비치는 묵념을 하며 앉아있었고, 관객이 앞자리에 마주 앉게 되면 고개를 들고 관객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약 1분 동안 마주 앉아 예술가와 관객은 아무 말 없이 눈빛만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감정을 교감했습니다. 그 교감 사이에 어떤 감정이 느껴졌는지는 우리가 모두 헤아릴 순 없지만 시선을 마주하던 중 눈물을 흘리거나 환하게 웃는 사람들을 통해 그 깊은 감정의 향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볼 수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의 회고전에서 이뤄진 이 퍼포먼스가 더욱 빛이 났던 건 그녀의 옛 연인 울라이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이미 60대가 되어버린 두 사람은 젊은 시절 사랑하는 연인 사이이면서, 함께 여러 작품을 만들어가는 파트너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2년 전, 중국의 만리장성 양 끝에서 서로 걸어와 만난 후 다시 서로를 등지고 헤어지는 퍼포먼스 <The Great Wall Walk>을 남기고 길었던 연인 관계를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그녀가 다음 관객을 마주하기 위해 감고 있던 눈을 떴을 때 눈앞에 옛 연인 울라이가 있는 것을 보고 조금 놀라는듯했지만, 이내 반갑다는 미소를 지어 보였습니다. 마주 앉은 울라이 또한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제스처를 취해 보이며 간단한 인사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곤 아브라모비치는 22년 만에 재회한 옛 연인과 눈을 마주하다 결국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퍼포먼스의 룰을 깨고 그에게 두 손을 내밀어 보였고, 다시 두 사람이 손을 맞잡자 관객들은 크게 환호했습니다. 이후 울라이가 규칙에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자 아브라모비치는 잠시 동안 계속해서 흐르는 자신의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The Artist is Present>의 클립 영상
아브라모비치의 이 퍼포먼스에는 매일 7000명의 관람객이 오갔고, 누적 관람객이 850만 명이 넘으면서, 뉴욕 현대미술관 역사상 최다 관람객이라는 타이틀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의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감정에 공감하며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새로 쓰여지고 5년 후, 아름답지만은 않은 그들의 현실이 드러나며 사람들은 조금 실망감에 젖게 됩니다. 그것은 울라이가 아브라모비치에게 소송을 걸었기 때문입니다. 소송 이유는 둘이 함께 했던 작품들에서 발생한 저작권 수익 중 자신의 몫을 적게 지급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둘의 법정 싸움은 약 10개월간 이어졌고, 1999년 두 사람이 작성한 계약서에 따라 미 지급된 저작권료 25만 유로를 울라이에게 지급하도록 판결 내려졌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스토리
일하고 뭐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