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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홍진호 <첼로의 숲>_첼리스트 홍진호·화가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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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2. 14:57328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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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으로 가다

우리는 종종 다른 사람의 이야기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한다. 다른 장르와의 협업을 적극적으로 시도해온 첼리스트 홍진호가 이번에는 도도새 작가로 알려진 김선우와 특별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음악과 미술이 결합한 입체적인 무대에서 이들이 들려줄 따뜻한 이야기는 무엇일까.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문겨레


두 분은 서로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홍진호 (웃음) 저와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 메이크업 실장님 때문에 알았어요!
김선우 올해 초 다른 매거진과 독일 콘센트 기업 영상 촬영을 하게 되었는데, 그때 메이크업을 해주신 분이 진호 연주자에 대해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분이 아티스트를 찾고 계신데 작가님이 괜찮을 것 같다고요. 그분 덕분에 홍진호라는 첼리스트를 알게 됐죠.
홍진호 작년부터 이 공연을 위한 아티스트를 찾고 있었거든요. 미팅도 여러 번 했지만 서로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니 공연까지 연결되지 않더라고요. 메이크업 실장님한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는데 얼마 후 선우 작가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바로 연락을 드렸어요.
김선우 저와 작업하면 무조건 도도새가 나와야 하는데 괜찮으시겠냐고 여쭤봤어요.(웃음) 제 그림의 색이 강하다 보니 연주자의 색을 침범하지 않을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홍진호 저는 계획적이지 않고 마음가는 대로 행동하는 편이라, 도도새가 침범을 할 것 같다는 우려 자체를 하지도 않았어요. 그저 처음부터 좋았어요.
김선우 반대로 저는 몹시 계획적인 사람이라 협업을 하기로 한 순간부터 걱정이 앞섰어요.(웃음) 첼로 연주에 도도새가 등장하려면 이에 맞는 적절한 시놉시스가 있어야 하잖아요. 난데없이 도도새가 나오면 얼마나 이상해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계속 진호 님을 닥달했어요. 마침 제가 일본에서 작업할 때였는데 제가 먼저 글을 드리면 진호 님이 디벨롭시키셔서 스토리가 탄생할 수 있었어요. 연주자들은 대개 까다롭다고 들어서 작가님, 이건 아니잖아요하면 어쩌나 했는데, 전혀 그런 게 없더라고요.

배려왕두 분이 만나셨네요. 
홍진호 선우 님이 대신 쪼아주시니 회사에서 얼마나 기뻐하던지
김선우 드릴 때마다 너무 좋아해주셔서 진짜? 왜지? 계속 되뇌게 되더라고요. 저는 작업하면서 스스로 끊임없이 의심하거든요. 이게 베스트일까. 이게 최선인가.
홍진호 저는 진짜 다 좋았어요. 하하.
 
MBTI가 어떻게 되시나요?
홍진호 ENFP.
김선우 INTJ.
홍진호 너무 다르죠. 신기해요.
김선우 저는 제 자신을 잘 믿지 못해서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됐어요. 진호 님이 디렉터 역할을 해주시는데 디렉터가 괜찮다 해주시니까 조금 더 과감해도 되겠다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첼로와 그림이 만난 공연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홍진호 그동안 매일 조금씩 뭔가를 써왔어요. 하루의 기록을 적을 때도 있지만 상상하면서 만들어내기도 하는데, 이 조각들을 모으니 짧은 동화가 된 거예요. 이 이야기를 시각화할 다른 아티스트의 도움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출발이었죠. 예전 일기를 들춰보면서 받은 영감으로 1년 동안 5곡을 썼고요. 선우 작가님의 그림을 보고 기분이 좋았던 이유는, 일단 뭔가 거슬리는 게 없었어요. 그림만 보고 있어도 힐링이 되고 그냥 기분이 좋아지니까. 심각해지지도, 우울해지지도, 생각이 많아지지도 않았어요. 작가님이 우려하신 대로 도도새의 캐릭터가 강해서 주객전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도도새의 역할이 분명하고 그림마다 등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연결성과 통일성이 생겨서 좋더라고요. 관객분들이 공연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김선우 진호 님이 쓰신 동화를 바탕으로 제가 도도새를 끼워넣는 작업을 했어요. 곡마다 제가 만든 영상이 나오기에 음악을 수십 번을 들었죠.
홍진호 영상 작업도 혼자 다 하셨어요!
김선우 곡마다 그에 맞는 영상을 제작했어요. 음악을 해석하는 작업, 음악의 뉘앙스를 보여주는 작업이었어요. 관객들은 연주자에 집중해야 하고, 영상에 눈을 빼앗기면 안되잖아요.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한 끝에 도도새와 첼리스트가 만나 여행하고 헤어지는 스토리를 영상으로 표현한 겁니다.
 
홍진호의 이번 첼로곡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받았나요.
김선우 작업하면서 듣는 내내 감정이 올라오더라고요. ‘첼로의 숲에서 이 주는 공간, 사유할 수 있고 평화로우며 모두를 품을 수 있는 안온함 같은 것들이 제 그림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홍진호 제가 쓴 동화에 꿈을 찾아가는 어린 첼리스트가 등장하는데 도도새 역시 꿈과 희망을 얘기하다 보니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어요. 사실 첫 만남 후 집에 가서 선우 작가가 쓴 책 랑데부를 다 읽었거든요. 그때부터 그냥 딱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고 보니 엊그제 ‘Dear Forest(첼로의 숲)’ 앨범이 발매되었네요. 녹음은 어디서 이뤄졌나요.
홍진호 제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녹음도 저와 연관있는 곳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가 춘천에 ‘KT상상마당이라는 좋은 스튜디오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제가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고 자랐거든요. 23일 동안 홍진호퀸텟친구들과 숙박하면서 녹음했습니다.
 
새로운 자작곡 중에 소개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요?
홍진호 원래는 4곡이었어요. 녹음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편곡하는 친구가 귀엽고 발랄한 곡 하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거예요. “난 귀엽고 발랄한 곡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게다가 2~3일만에 곡을 어떻게 쓰냐.”하고 넘겼어요. 그런데 다음 날인가 공연 가는 기차 안에서 갑자기 뭔가 떠오르는 거죠. 곡 쓰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들 있잖아요. 술 마시다가 영감이 떠올라 금새 써 내려가는 갔다는. 저는 말도 안된다는 주의였어요. 그런데 그런 순간이 있더라고요. ‘고양이 다락방이라는 곡은 그렇게 탄생됐어요.

공연에서는 앨범에 수록된 자작곡과 더불어 요요 마, 클로드 볼링의 곡을 홍진호화시켜서 들려주시는 건가요.
홍진호 모두 다 제가 좋아하는 음악가들입니다. 제가 늘 영감을 받고 있는 요요 마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항상 말씀드리잖아요. 많은 이들이 요요 마가 첼로의 대중화에 기여했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중화된 건 맞으나, 그분은 첼로가 지닌 악기의 무한한 가능성을 이렇게까지 보여줄 수 있을까, 이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까 항상 경탄하게 되는 아티스트입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살타첼로의 두 곡(lullaby, Something’s Coming)을 선택한 이유는 오래 전 TV 포스코 광고 음악으로 살타첼로의 음악이 쓰인 적이 있어요. 어릴 때 광고에서 흘러나오는 첼로 소리에 감동을 받아 막 찾아봤거든요. 공연을 기획하면서 그때의 첼로 소리가 생각났어요. 첼로로 멜로디를 연주하는 그룹이 많지 않은데 살타첼로가 주는 묵직하면서 따뜻한 울림이 제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는 것 같아요.
 
선우 작가님도 공연장에 가끔 가시나요.
김선우 거의 없죠. 보통 작업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자주 가는 곳은 전시장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번 프로젝트가 더 흥미로워요. 이 공연이 열리는 LG아트센터 서울도 일부러 찾아가봤어요. 제가 연주하는 게 아닌데도 너무 두근거리더라고요.
 
그림 작업하면서 무슨 음악 들으세요?  
김선우 저는 밀리의 서재앱으로 책을 들어요. 일년에 2백 권 정도?
 
신기하네요. 책 내용이 머리에 안들어올 것 같은데.
김선우 다 들어요.(웃음) 대신 스케치하는 단계에서는 못 듣고요, 스케치하고 난 뒤부터는 말 그대로 노동이거든요. 인문, 역사, 사회 등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홍진호 미술하시는 분들 만나면 대개 열에 아홉은 음악을 들으시거든요. 게다가 본인이 좋아하는 취향이 아주 확고하세요. 저도 당연히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실 줄 알았는데 책을 듣는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김선우 좀 철저하게 나눠져 있어요. 집에서 쉴 때는 LP로 재즈를 듣고, 달리기를 할 때는 건즈앤로지스나 AC/DC, 운전할 때는 아이돌을 들어요. 색을 칠할 때는 머릿속에 완성된 그림이 있으니까 이 시간에 지적 허영을 채우고 싶은 욕심도 있고, 지루하지 않는 저만의 방법을 찾은 거예요.

대부분 예술가들은 협업을 그리 좋아하지 않잖아요. 협업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무엇인가요.
김선우 제 영역이 넓어져서 좋아요. 작업의 스펙트럼이 늘어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알게 돼요.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제 작품을 좋아하는 누군가가 홍진호의 음악을 좋아하게 되고, 또 진호 님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저를 알게 되잖아요. 그 교집합이 생기는 순간이 좋아요.
홍진호 그냥 이 모든 게 신나고 재밌어요. 제가 배우는 걸 참 좋아하는데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해요. 이런 걸 어떻게 알았지? 어떻게 이렇게 연주하지? ‘슈퍼밴드 나갔을 때 너무 힘들었지만 거기서 찾은 즐거움은 기가 막히게 연주하는 어린 친구들이었거든요.
김선우 이렇게 일을 하면 게임처럼 제 한계치가 올라가는 것 같아요. 달리기를 좋아하는 것도 고통스럽게 달린 만큼 그걸 성취했을 때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때의 기분을 상상하면서 계속 뛰어요.


그림을 늦게 시작한 걸로 알고 있어요.
김선우 어릴 때 꿈은 탐험가, 중학교 때는 소설가, 고등학교 때는 시인이었어요. 2때부터 미술을 시작했는데 처음엔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러다가 입시미술을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여행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가 엄청 맞았죠. 결국 미술대학에 갔어요. 대학생이 되면 마음대로 그릴 줄 알았건만 짜여진 커리큘럼이 있더라고요. 1학년 때 영문학과로 전과 신청서를 준비한 뒤 제대하고 생각하자 하고 군대 갔어요. 다녀와서 조금 더 해볼까 하고 계속 학교를 다녔고요. 3학년 때 강사로 변웅필 작가님이 들어오셨어요. 학교에서 뵙는 여느 교수님과 다르게 생업전선에 계신 분으로 전투적으로 살아가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예술이 세상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방법, 예술가로 살아가는 방법들을 배웠어요. 내가 평생에 걸쳐 하고 싶은 이야기, 내 삶을 관통하는 언어를 이어나가는 것 자체가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그분 덕분에 예술가의 삶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 , 세상이 정해주는 기준이 아닌 나만의 것을 찾는 일에 관심이 많았으니까요. 그러면서 도도새라는 소재를 찾게 된 거예요.
 
새벽 5 30분부터 저녁 5 30분으로 하루의 작업시간을 정해놓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선우 저한테 제일 편한 루틴이라서요. 제가 생각하는 자유는 맘대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통제해야 누릴 수 있는 거예요. 온전히 컨트롤할 수 있는 에너지. 그런 의미에서 루틴을 실천해요. 저는 그림에 엄청난 재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요. 제가 하는 건 노력이에요. 작업을 하는 매 순간 좌절이거든요. 제 그림이 보기 싫을 때가 저는 되게 많아요. 특히 전시회 열리는 바로 전날. 이 따위 그림으로 전시를 열 수 있나, 자괴감에 빠져요. 루틴은 이런 것들을 회복할 수 있는 탄력 같은 거예요. 이른 시간에 나와 제가 잘하고 싶은 일로 채우고픈 저의 리추얼 같다고 할까요.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저만의 루틴입니다.
 
진호 님도 아침형 인간이시잖아요.

홍진호 어우, 이렇게까진 아니에요. 저는 아침형, 선우 님은 새벽형. 
 
작업이 끝나고 남은 하루는 어떻게 보내시나요.
김선우 5시반 쯤 끝나면 집에 가서 저녁 해먹고 조금 쉬다가 운동해요. 10키로쯤 달리면서 저만의 생각을 정리하죠.
홍진호 세상에!
김선우 익숙해지면 되게 편해요.
 
진호 님도 스스로에게 불만이 많아요? 
홍진호 음악하는 친구들 다 똑같아요. 늘상 자학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 나는 잘할까, 잘하는 날이 오기나 할까, 그런 생각. 

그럼 자신의 일로 희열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홍진호 다른 사람들은 어떻지 모르겠지만 저는 대부분의 시간이 불행이거든요. 그러다가 무대 위에서 연주하는 순간, 그 찰나의 행복이 있어요. 그거 때문에 계속 괴로워하는 것 같아요.
김선우 저도 비슷해요. 전시장 가면 관람객들이 가끔 제가 발견하지 못하는 곳에서 행복을 느끼실 때가 있어요. , 이래서 전시를 하는 구나, 세상과 소통하는 이유가 이거구나, 용기를 얻게 돼요. 
 
<첼로의 숲> 공연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홍진호 저는 집을 옮길 때마다 근처 나무로 둘러싸인 쉴 공간을 찾곤 해요. 종로구에 이사와서도 찾았어요. ‘백사실 계속이라고 매체에도 종종 소개되는 곳인데 제가 가는 오전 시간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한참을 앉아있으면 만들어진 소리가 아니라 자연의 소리만 들려요. 자연의 소리가 마치 아름다운 음악처럼 들리는데, 저를 정말 편안하게 만들어줘요. 제가 누렸던 그 순간을 공연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그 공간을 관객분께 전하고 싶어서 인트로, 아웃트로에 자연의 소리가 들어가고, 선우 작가님이 만들어주신 멋진 그림이 펼쳐집니다. 제가 휴식처럼 생각하는 공간에서 관객분들도 휴식을 누리셨으면 좋겠어요.
김선우 날지 못해서 멸종된 도도새를 통해 많은 이들이 교훈과 영감을 받기 늘 바라고 있어요.이번 공연에도 이런 저의 진심이 담겨 있고요. 우리는 <첼로의 숲>을 만들었지만 오셔서 자신만의 숲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ATTENTION, PLEASE
홍진호 <첼로의 숲>
일시 2024 11 17 17:00
장소 LG아트센터 LG Signature
출연 홍진호(첼로), 최문석(피아노), 렉토루즈(퍼커션), 김유성(베이스), 소상규(기타), 김선우(화가)
가격 R 10만원S 8만원A 6만원B 4만원
문의 1577-5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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