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유산
화려하고 눈부신 의상을 빼놓고 <오페라의 유령>을 말할 수 있을까. 초연 당시의 황홀한 아름다움과 경이로운 감동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는 이는 협력 의상 디자이너 질 파커(Jill Parker). 마리아 비욘슨의 어시스턴트로 시작해 35년째 <오페라의 유령> 의상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이 장인은 오리지널 디자인에 충실한 동시에 스승이 남긴 디테일을 찾아 진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editor 이민정 사진제공 에스앤코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벨 에포크 시대의 화려한 의상과 마주합니다. ‘한 벌 한 벌이 경이롭고 위대한 유산’이라 표현하신 바 있는데, 작품 속 의상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오페라의 유령>의 의상은 디테일에 대한 관심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희는 작품 속 모든 의상을 메인 의상이라 표현하는데, 각각의 의상은 저마다의 정체성이 있고(가끔 의상의 이름도 있어요!) 옷에 있는 레이어들은 각 장면에 대한 분위기는 물론 시각적으로도 온전하게 보여질 수 있도록 조합되어 있습니다.
마리아 비욘슨의 의상에 대해 ‘3차원적인 디자인’이라 얘기하곤 합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입체적인 특성을 강조하기 위한 키워드라고 할까요. 한 벌의 의상에 1백여 가지의 천을 덧대서 만드는 의상이 있을 정도로 마리아 비욘슨은 다양한 패턴을 합쳐서 표현하는 방법을 선호했습니다. 디테일에 놀라운 안목을 가진 분이죠. 저희는 그녀로부터 패브릭의 레이어를 겹겹이 쌓는 방법과 시선을 끄는 장식을 통해 의상이 어떻게 캐릭터의 성격을 나타낼 수 있는지, 또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유령’과 ‘라울’ 의상의 차이도 있을까요.
모든 의상은 캐릭터를 위해 디자인되었고, 그들의 이야기를 하고, 서사가 이어지는 것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어요. 그런 의미에서 유령은 매우 복합적인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흉측한 얼굴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 뒤에 숨어 살고, 비참했던 어린 시절에 사로잡혀있는 인물이라 현재의 모습에 그러한 까다로움이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령의 테일 수트는 날카로울 정도로 완벽하게 재단되어 있죠. 그가 익힌 우아함과 과장된 태도는 마스크의 확장이라 여기기 때문에 저희는 유령이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다락방에서 화려한 공연 의상을 입고 나왔을 거라 상상합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라울은 귀족에다 젊음과 잘생긴 외모까지 갖췄기 때문에 편안하고 자신감을 나타내는 의상을 준비했습니다.
비록 브로드웨이 공연이 곧 막을 내리지만 35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작품의 인기는 끊이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무대뿐 아니라 의상에서도 유독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눈을 사로잡는 시각적인 효과, 아름다운 음악, 마리아 비욘슨의 탁월한 재능… 이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리지널리티를 유지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2002년 작고하신 마리아 비욘슨의 제자입니다. 디자이너로서 마리아 비욘슨은 어떤 분이었나요.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역사 속 시대와 분위기를 파악하는 놀라운 재능이 있습니다. 자신의 일에도 매우 열정적이었죠. 그녀가 정말 특별하고, 함께 있을 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점은, 마리아는 늘 모든 팀원이 ‘같이 일을 하도록’ 격려했습니다. 모두의 재능을 인정하고, 팀원의 공헌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마리아와 일할 때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는데,-물론 같이 일할 때 항상 쉽기만 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웃음)-매우 따뜻하고 재미있는 분 이었어요. 저희 모두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배우들과의 피팅을 마친 상태입니다.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한국 프로덕션과의 컬래버레이션은 제 <오페라의 유령> 커리어에서 최고의 경험 가운데 하나입니다. 무대 위가 완벽하기 때문에 한국 공연은 성공할 수 밖에 없어요. 머지않아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35년째 의상 디자이너로서 참여하고 있어요. 이 작품을 통해 의상 디자이너로서의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마리아 비욘슨과 함께 했던 시간입니다. 그녀와 저는 리허설 중에 객석에 앉아 있곤 했는데, 마리아는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지켜보며 진심으로 행복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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