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양의 에너지
꾸준히 뮤지컬 필모그래피를 이어 나가며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채로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는 유태양.
이번에는 뮤지컬 <인간의 법정>의 안드로이드 ‘아오’를 맡아 로봇의 진심을 전달한다.
editor 조은화 photographer 김진호
인공지능 로봇은 더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AI를 장착한 기계들은 삶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고, 이제 그 모습은 낯설지 않으니까.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능가한, 인간만이 지닌 ‘의식’을 부여받은 안드로이드 로봇은 어떨까. 뮤지컬 <인간의 법정>은 22세기를 배경으로 주인을 살해한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법정에 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SF 드라마다.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의 주인공이자 안드로이드 로봇 ‘아오’를 맡은 이는 9인조 보이그룹 SF9의 유태양. 그가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뮤지컬 <알타보이즈>와 <온에어>에서 아이돌이자 아티스트의 캐릭터로 비교적 익숙한 연기를 했다면, 지난 7월 막을 내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 THE LAST>에서는 북한의 남파특수공작부대원 리해랑을 맡아 카리스마 있는 모습과 개구진 소년미를 동시에 보여주었을 뿐 아니라 파워풀한 군무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뮤지컬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해냈다. 이번 창작 초연되는 <인간의 법정>에서는 유태양만의 해석과 연기로 자신의 권리를 외치는 로봇을 선보인다. 처음 경험하는 창작과정 속에서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부담감과 책임감, 설렘을 고스란히 안은 채 관객들 앞에 선보일 첫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뮤지컬 <인간의 법정>은 어떤 작품인가요.
생명의 본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고민하는 작품입니다. 과연 의식이라는 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가 아니면 모든 생명에게 부여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죠. 저는 이 작품에서 안드로이드로 제작되었으나 인위적으로 의식을 갖게 되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로봇 ‘아오’를 맡았습니다.
창작 뮤지컬의 첫 시즌에 참여하는 건 처음이에요.
이전 작품들은 정해진 구조가 있는 상태에서, 기존에 연기했던 배우님들의 자료를 참고할 수 있었다면 이번 <인간의 법정>은 다같이 작품을 만든다는 개념이 큰 것 같아요. 색다른 매력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오를 처음 선보이는 사람들 중 한명이다 보니 제가 만든 캐릭터의 특징이 아오의 모습으로 각인된다는 사실에 책임감이 커요. 작품을 보는 관객분들과 연기하는 저 모두가 후회 없는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의 인상은 어땠나요.
아직 일어나지 않은 22세기의 사건을 상상으로 만들어낸 이야기이기 때문에 공감하기 쉽지 않았고 제가 구현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됐어요. 잘 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컸습니다. 하지만 점점 아오라는 캐릭터에 이입하며 초점을 맞춰야할 부분을 찾게 됐어요. 처음에는 시대배경과 안드로이드라는 존재를 무겁게만 생각해서 어려웠는데, 아오의 심리에 집중하다 보니 이해가 되더라고요. 덩달아 자신감도 붙었습니다.
홍보자료만 봐도 ‘아오’는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것 같아요.
의식을 갖기 전과 후의 아오는 상당히 달라요. 아오의 주인이자 가족인 한시로의 DNA를 바탕으로 제조되었기 때문에 초반에는 습관이나 제스처를 따라하는 등 한시로의 특징이 묻어난다면 의식을 갖고 난 후 부터는 아오만의 캐릭터가 드러나게 되죠. 세세한 차이들을 극대화해서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감정과 자아를 표현하려고 합니다. 관객분들이 ‘내가 만약 아오라면 어떻게 할까?’ 고민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변화를 겪을지 상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인물이라, 아오가 변모하는 과정에 집중한다면 극을 좀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안드로이드를 연기하는데 있어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나요.
뮤지컬 안에 원작의 모든 내용과 배경을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캐릭터가 무대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했어요. 사람이 아닌 안드로이드를 연기하려니 단순히 음악이 나오고 대사를 뱉는다고 해서 몰입이 깊게 되지는 않더라고요. 어설프게 표현되는 부분이 있어서 연출님께도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뒤 감정과 상황에 천천히 이입하려고 했어요. 사고와 의지를 가진 안드로이드가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할 것같아요. 단순히 사람이 로봇을 흉내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없도록 호소력을 높이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극 중 배경이 되는 시대를 상상해봤을 것 같습니다. 의식을 가진 로봇이 인간인지 기계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양가감정이 들어요. 인간의 존엄성과 영역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는 동시에 의식을 가진 로봇을 인간적으로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러 번 상상해봤지만 막상 눈 앞에 그런 일이 벌어 진다면 단번에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어느 한 쪽으로도 치우쳐서 생각하기가 힘들지만 아오를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의식을 지닌 로봇을 존중해야 한다는 쪽으로 포커스를 맞추려고 합니다.
안드로이드의 인권을 보호하는 ‘호윤표’라는 변호사가 등장합니다. 대선배님들이 이 역할을 맡고 계세요.
호윤표가 법정에서 공방을 펼치며 극 전체를 끌어가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이에요. 오종혁 배우님, 박민성 배우님, 임병근 배우님 세 분 모두 능숙하고 섬세하게 흐름을 이끌어주세요. 한 공간에서 연습하는 것만으로 감사하죠. 무엇보다 오종혁 선배님과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 다시 만나게 됐는데 아는 분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이 됐어요. 어색하지 않게 즐거운 분위기도 만들어 주셔서 가수이자 배우로 배울 점이 정말 많아요.
유태양의 목소리가 선공개된 ‘내 피는 파랑’ 넘버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장소영 작곡가님이 정말 멋진 곡을 주셨어요. 아오의 솔로곡인데, 그게 아니더라도 두 손가락 안에 드는 곡이고, 저 뿐만 아니라 주위 분들도 너무 좋아서 계속 듣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왜 나는 의식이 있음에도 인간이 될 수 없는지, 아오가 자신의 노래를 듣는 사람들에게 간절한 마음을 전달하는 곡이에요. 연출님께서 아오가 느끼는 혼란스러움, 외로움 등을 살려서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저 또한 아오의 심정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최대한 이입해서 노래하려고 합니다.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아오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나요.
가수를 할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멋지고 예쁜 모습들만 드러내고 싶은 바람이 있잖아요. 무대 위에서 단편적으로 보여지는 모습과 자아 사이의 괴리감은 필연적인 것같아요. 언젠가 인간 유태양은 조금씩 작아지고 아이돌이자 연예인 유태양의 비중은 커지는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저는 그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수로서 드러날 수 있는 매력과 능력이 무궁무진하니까요.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빛나고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번 작품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쿼드 캐스팅의 배역을 처음 맡았는데 제가 맡은 역할을 다른 배우들이 연기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어요. 배우들마다 표현하는 캐릭터의 차이를 크게 느끼고 ‘저렇게도 하는구나, 나는 이렇게 해볼까’ 서로 비교하며 배우는 점이 많아요. 특히 류찬열 배우와 최하람 배우는 뮤지컬로 시작한 터라 저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훨씬 더 편하게 연기하고 극을 이끌어 나가는 힘이 있어요. 저도 연기의 자연스러움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요. 가수로 서는 무대는 표정과 눈빛, 시선, 제스처까지 모두 정해놓은 상태에서 올라가지만 뮤지컬을 그렇게 했다가는 무척 부자연스러워지거든요. 불필요한 부분들을 덜어내고 평정심을 다스리는 것이 저의 숙제입니다.
뮤지컬 필모그래피를 꾸준히 쌓아오고 있어요. 애정이 남다를 것 같아요.
무척 즐겁고 좋아하는 작업이지만 제 입으로 뮤지컬 배우다, 라고 말씀드리기에는 부끄러워요. 이전 작품인 <은밀하게 위대하게>만 봐도 아쉬움이 크거든요. 그럼에도 이제 막 시작한 단계이고 점점 발전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처음 노래하고 춤추기 시작했을 때의 감정이 느껴져서 즐겁기도 합니다. ‘배 움’에서 오는 재미를 놓칠 수 없어요. 새로운 것을 접하고 제 역량으로 만드는 과정은 언제나 즐거워요. 설렘과 걱정을 동력으로 열과 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뮤지컬 활동을 통해 스스로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점이 있다면요.
감정 표현의 스펙트럼이 넓은 것 같아요. 저는 감정을 크게 쓰되,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조절할 수 있어요. 연기를 하면서 제 안의 슬픔과 분노를 해소하기도 하죠. 혼자 울고 소리지르는 일이 쉽지는 않기 때문에 평소에 풀기 힘들었던 응어리를 극을 통해 쏟아 내기도 합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대사와 노래 모두 전달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SF9의 노래는 그룹의 전체적인 색깔과 퍼포먼스 위주로 가사를 전달한다면, 뮤지컬에서는 대사가 말하는 의미와 가사로 표현되는 감정에 객석이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음색의 매력을 강조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죠. 기존에 노래하던 창법과 완전히 다르게 불러야 하기 때문에 더 또렷하게 들리도록 신경을 쓰고 있어요.
어떤 시선으로 관람하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까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단순히 인간의 의식을 가진 안드로이드 로봇인 아오가 자신이 사람이기를 원하는 마음을 전달하고 있어요. 극 중 주어진 상황에서는 아오의 모든 행동이 최선이고 너무나 살고 싶다고 외치며 죽고싶지 않다고 간절히 호소합니다. 아오의 마음을 생각하며 당신이 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에요. 해석은 보시는 분들의 몫이겠지만 결말을 맞이하더라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질문을 곱씹으며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배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많은 작품들을 접하며 아직 제 안에서 터트리지 못한 부분들을 찾아보고 싶어요. 내가 할 수 있는 연기, 또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 제가 배우지 못한 것들을 접하고 느끼고 싶어요. 그래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며 가르쳐주세요, 알려주세요 하며 배우고 있습니다. 욕심이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저것 다잘 하고 다양한 감정을 모두 나타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폭넓은 스펙트럼을 보여드리면서도 어떤 부분이든 못하고 싶지 않아요. 여전히 부족함을 느낄 때가 있지만 뮤지컬 배우로 당당하게 멋진 무대를 보여드리는 유태양이 되는 날까지 나아가고 싶어요.
ATTENTION, PLEASE!
뮤지컬 <인간의 법정>
기간 2022년 9월 28일-2022년 12월 4일
시간 화·목·금 20:00 수 16:00 20:00
토 15:00 19:00 일 14:00 18:00
장소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가격 R석 6만 6천원 S석 4만 4천원
문의 070-7724-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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