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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Beyond the Stage_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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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30. 12:361,783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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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yond the Stage

뮤지컬 <데스노트>로 한국을 방문한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editor 조은화  photographer 문겨레


‘지금 이 순간’이라는 곡을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 결혼식 축가로, 응원가로 숱하게 불리는 이 곡의 작곡가가 바로 프랭크 와일드혼이다. 이 노래뿐만 아니라 그의 손에서 탄생한 수많은 곡들은 꾸준히, 오랜 시간 한국 관객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지킬 앤 하이드><스칼렛 핌퍼넬><드라큘라><데스노트><마타하리><웃는 남자>까지 작품을 나열하다 보면 새삼스레 놀라울 정도. 이렇게나 다양한 작품의 명곡들을 만들어 낸 작곡가지만, 그는 음악을 전공한 적이 없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났고, 보다 본능적으로 접근하며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음악에 담는 것에 집중했다고. 그가 여러 번 언급한 단어는 ‘소울(soul)’이었다. 영혼 깊숙한 곳에서 울려 퍼지는 감정에 귀 기울이고, 진심을 다해 자신의 소울을 무대 위에 내보이는 것. 계산적이지 않고 솔직함만이 가득했던 그와의 대화를 통해, 왜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지 알 수 있었다. 




뮤지컬 <데스노트>로 다시 한국을 찾게 된 소감이 어떠한가요. 
지난 2~3년 동안 코로나로 얼어붙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활기찬 극장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좋아요. 전 세계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공연되고 있는데, 얼마 전 중국에서 새로운 작품이 개막했는데도 코로나 봉쇄로 인해 직접 가보지 못해서 아주 아쉬웠어요. 그래서 <데스노트>를 통해 다시금 한국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프랭크 와일드혼에게 <데스노트>는 어떤 의미를 지닌 작품인가요. 
뮤지컬의 미래로 나아가는 과정의 첫 단추 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작품들이 고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이었어요. 사실 전 만화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래서 일본 프로듀서들이 <데스노트>에 대한 제안을 주었을 때 고민이 됐죠. 그때 일본 문화를 잘 알고 있는 저희 아들이 ‘굉장히 힙하고 재미있는 내용이니 꼭 하셨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아들의 추천에 따라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린킨 파크로부터 영감을 받아 록 스타일의 음악으로 주요 넘버들을 구성했어요. 록적인 요소가 많아서인지 제가 참여한 작업 가운데 가장 젊은 감각이지 않을까 싶어요. 작품의 세계관과 세련된 스토리, 실력 있는 배우, 오필영 디렉터의 무대 등 모든 요소들이 결합하여 신선한 작품이 탄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배우들이 작품과 함께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배우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모두 멋지고 훌륭한 배우라서 정말 어려운 질문이네요.(웃음) 전 세계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배우들을 고르라면 한국 배우들이 먼저 떠올라요. 특히 <데스노트>는 신춘수 대표님과 오디컴퍼니가 훌륭한 캐스팅을 꾸려 주셔서 참여하는 모든 배우에게 감탄할 정도예요. 그중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인연을 쌓아 온 배우들이 있어요. <지킬 앤 하이드><시라노>에서 만났던 홍광호 배우와 <엑스칼리버>에서 만난 장은아 배우는 과거에도 그랬듯 현재에도 멋지게 역할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김준수 배우 역시 <엑스칼리버><드라큘라><데스노트>로 함께 하며 호흡을 맞춰 왔기 때문에 신뢰가 가고요. 같이 작업하는 시간이 쌓이는 만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김준수 배우를 ‘한국인 브라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준수를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소울’이에요. 무대 위의 준수를 볼 때마다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온전히 느낄 수 있죠. 격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면 존경심이 생길 정도예요. 중요한 건 한국에서 만난 모든 배우들이 비슷한 감정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이에요. 준수와는 ‘코리안 브라더’라고 말할 정도로 워낙 오래 알아온 사이이기 때문에 더 깊은 유대감을 느끼고 있어요. 한국에는 형제 같은 준수가 있고, 일본에는 배우로 활동하는 저의 아내가 있습니다. 국적에 얽매이지 않는 관계들을 곱씹을 때마다 음악의 포용성을 인식하게 돼요. 음악과 사랑에는 국경도, 경계도 없죠. 음악이 있다면 누구와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마음 속에 깊이 자리잡은 철학입니다. 다양한 나라에서 각각의 언어로 공연되는 작품들을 관람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지난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데스노트>가 4관왕을 기록했습니다. 이 작품이 한국에서 이렇게 큰 사랑을 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성적으로 분석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요. 20년 전, 한국에서 처음으로  <지킬 앤 하이드>를 공연했을 때부터 한국 관객들과 저의 음악 사이에 말로 표현하기 힘든 케미스트리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한국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때마다 최선을 다하게 됩니다.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음악을 선물하고 싶어요. 한국 관객들과 제 음악 사이의 이끌림은 본능적이고 운명적인 것 같아요. 저의 음악을 통해 특별한 감정을 느껴 주시는 것 같아서 저에게도 의미가 남다릅니다. 모니터링을 위해 공연을 관람할 때마다 저 역시 관객들의 호흡을 느끼고 있어요. 특이한 점은 관객들이 작품의 음악과 스토리를 잘 알고 있다는 거예요. 음원 공개가 많지 않았음에도 작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건 여러 회차를 관람했다는 의미겠죠. 관객과 작품 사이에 특별한 유대감이 생긴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브로드웨이에서 오래 공연한 작품들에서 느끼던 감각들인데, <데스노트>는 벌써 그 정도의 자리를 잡은 것 같습니다. 

검색창에 ‘프랭크 와일드혼’을 검색하면 ‘한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작곡가’라는 말이 빠지지 않습니다. 멜로디, 곡의 분위기, 박자, 리듬 등 다양한 요소 가운데 가장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무엇인가요.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모든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야 합니다. 새로운 곡을 써야 할 때 최대한 생각을 줄이고, 작품과 저의 영혼이 통하는 지점에 집중하려고 해요. 이성적인 생각에 매몰되면 계산하게 되고, 계산하다 보면 멜로디나 분위기 등 한 부분에만 치우치기 십상이거든요. 굉장히 영리하고 잘 만든 작품들이 해외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하더라도, 한국 공연에서의 평이 좋지 않은 경우들이 있어요. 한국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영리한 프로덕션과는 또 다른 맥락의 무언가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감정적으로 깊이 이입할 수 있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뮤지컬의 넘버를 구성할 때,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 각 캐릭터의 특징 중 좀 더 치중하는 부분은 어떤 점인가요. 

가수들과 작업할 때는 가수가 돋보여야 하지만, 공연의 음악은 노래하는 배우 외에도 작품의 모든 부분을 아우를 수 있어야 합니다. 전체적인 스토리를 전달하기 위한 곡도 필요하고, 각 캐릭터의 내면을 표현하는 곡도 필요해요. 극 중 등장인물이 처한 상황과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면서도 전반적인 서사의 개연성을 잃지 않아야 감동을 느낄 수 있겠죠.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까지 만났던 캐릭터 중 특별히 이입하거나 마음이 많이 갔던 캐릭터가 있다면요. 
<시라노>의 시라노와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아요. 로맨틱하면서도 전사의 면모를 가진 시라노에게 유대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거든요.(웃음) 모든 작품의 넘버에 저의 감정이 실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홍광호 배우가 ‘거인을 데려와’를 부르는 장면은 정말 제가 노래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스스로의 내면을 담은 것 같아요.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와 달리 한국은 더블 캐스팅 혹은 트리플 캐스팅이라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어요. 이러한 방식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배우가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줌으로써 가진 역량을 모조리 쏟아낼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제가 작업한 작품들의 캐릭터는 대부분 감정과 체력을 극단적으로 쏟아내야 합니다. 부담스러운 게 당연하죠. 컨디션을 회복할 시간이 주어진다면 공연의 퀄리티를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아마 <지킬 앤 하이드>를 주 8회 동안 소화하는 배우는 많지 않을 거예요. 브로드웨이에서 <지킬 앤 하이드>를 했을 당시, 지킬 역을 맡았던 배우가 공연 외의 시간을 대기실에서 물리치료에 전념할 정도였어요. 부담이 많이 되는 캐릭터일수록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작용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타하리>와 <웃는 남자>는 한국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습니다. 음악적인 부분에서 다양한 캐스팅을 고려해야 했나요. 
특정 배우의 목소리를 염두에 두고 작업했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탄생했던 것 같아요. <웃는 남자>는 박효신 배우, <마타하리>는 옥주현 배우의 목소리가 가진 특징들을 생각하며 작업했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습니다.

특정 배우를 고려해서 곡을 썼을 때, 다른 배우들 역시 충분히 만족스러운 음악을 들려주었는지 궁금한데요.
언제나 만족스러웠어요. <데스노트>의 고은성 배우와 김성철 배우는 이번 기회를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지난해 공연을 보며 다음 세대의 <데스노트>를 기대하게 될 정도였습니다. 두 배우의 표현력과 카리스마가 선배들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했어요. 객석에 앉아 그들의 공연을 볼 때, 팬들이 두 배우에게 보내는 환호와 사랑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미국의 동료 작곡가들 혹은 제작진들에게 한국 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이 배우들을 모른다는 게 정말 아쉬워요. 

작곡가님은 음악을 독학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음악과 사랑에 빠졌던 결정적 순간이 언제였나요. 
어렸을 때는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했으니, 음악과는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 것 같았어요. 어느 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운명처럼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진로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셨고, 15살 때는 독학으로 피아노를 치며 스스로 작곡하는 과정을 거쳤던 것 같아요. 언제나 영혼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을 통해 본능적으로 음악을 쓰려고 한다는 점이 저와 다른 브로드웨이 작곡가들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을 시작하던 단계에서 흑인 밴드의 유일한 백인 단원으로 참여하며 ‘소울’이라는 걸 자연스럽게 익혔던 것 같기도 해요. 어떤 작업을 하더라도 마음 깊은 곳에서 나오는 음악적인 면모를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합니다. 

정말 많은 곡을 세상에 내보였습니다. 그중에서도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명곡이다’라고 생각하는 곡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자식들 중 누구를 제일 좋아하는지 고르라고 하는 것만큼 어려운 질문이에요.(웃음) 제 인생에서 큰 의미를 가지는 곡들이 몇 개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휘트니 휴스턴과 작업했던 ‘Where Do Broken Heart Go’예요. 전 세계 1위를 기록하며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준 곡이죠.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역시 특별합니다.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벤트에서 사용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이거든요.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을 포함해,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에서의 만남을 기대해 봐도 될까요. 
아직도 학생 같은 마음으로 출발점에 서 있는 기분이에요. 한국 관객들을 만날 때마다 신선한 감정을 느끼며 새로운 것들을 배우고 있어요. 앞서 언급했던 소울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포함해 제가 가진 열정을 기반으로 배움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 작곡가로서의 철학입니다. 이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며, 앞으로도 한국에서 많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면 정말 기쁠 것 같아요. 

뮤지컬 <데스노트>
기간 2023년 3월 28일-2023년 6월 18일
시간 평일 19:30 | 주말 14:00 19:00
장소 샤롯데씨어터
가격 VIP 석 16만원 | R석 14만원 | S석 11만원 | A석 8만원문의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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