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고 싶은 이야기
지금은 ‘포레스텔라’를 잠시 옆에 두고, ‘PITTA 강형호’에 대해 얘기할 시간.
editor 이민정 photographer ROBIN KIM
강형호의 팬들은 그의 피 속에 ‘락 DNA’가 흐른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소프라노와 락 보컬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모습을 숱하게 목도해왔고, 포레스텔라 활동을 하면서도 학창 시절부터 음악 활동을 함께 했던 ‘PITTA’ 멤버와 두 개의 싱글(‘universe’와 ‘dandelion’)을 발표하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급기야 자신의 이름을 단 첫 번째 단독 앨범이 나온다. 11월 초, 두 개의 자작곡을 포함한 6개의 곡이 공개될 예정이고, 11월 12일과 13일에는 앨범 발매 기념으로 단톡 콘서트가 열린다.(공연 판매 시작 1분 만에 매진될 만큼 반응이 뜨거워 한 회 공연이 추가됐다는 소식이다.) 3년 전부터 틈틈이 밑그림을 그리던 노래들을 이제 꺼내 보일 수 있는 때가 되었다는 강형호와 앨범에 대해, 진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일상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았다.
하루도 쉬는 날이 없다고 들었어요.
지난 주말에 부산을 마지막으로 포레스텔라 3집 투어 공연이 끝났어요. 개인 앨범 작업하느라 좀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다 끝났고요. 단독 콘서트 준비하면서 포레스텔라 활동에 다시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주 ‘불후의 명곡’ 준비하느라 새벽까지 멤버들과 연습했고요.
마지막 공연이 부산이어서 반가웠겠어요.
공연 끝나면 9시 반이니까 나가서 즐길 겨를은 없었고요. 호텔에 들어와 바로 회 시켜 먹었어요. 부산 회는 역시 싱싱하고 맛있어요.(웃음)
인터뷰 준비하면서 11월에 발매될 음원을 살짝 들어보았습니다. 그동안 정말 하고 싶은 음악을 전부 보여주는 느낌이랄까요.
저는 더 마니아틱한 음악을 하고 싶었는데 많이 절충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이 한번 들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라 대중성과 거리가 참 멀어요. 너무 진하게 표현하면 기존의 팬분들에게 배신감을 드리는 것 같아서(웃음) 만들었던 곡들을 조금 쳐내고 다른 작곡가님들의 곡을 받았어요. 제가 뮤즈와 라디오헤드를 좋아해서 엄청 들었는데 음악 일을 하면서 대한민국에도 잘하는 아티스트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제 취향의 음악, 이번 앨범조차 기획사에서 좋아하지는 않을 테지만, 저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이런 마니아틱한 장르를 섭렵해서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일이라서요. 이 분야를 꼭 제 영역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 앨범은 저의 목표에 첫 발을 내딛는 정도랄까요?
처음에는 본인의 자작곡으로 다 채우려는 계획이었나봐요.
시간과 능력이 허락하는 한 다 하고 싶었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모두 털어내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저조차도 결과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어요. 여섯 곡 가운데 두 곡은 제가 만들었고, 세 곡은 다른 분에게 받았고, 한 곡은 커버곡입니다.
직접 만든 두 곡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페르소나(Persona)’라는 곡은 올 초에 만들었고, ‘프레이어(Prayer)’라는 곡은 작년 하반기에 스케치해 놓았다가 올초에 편곡을 맡겨 완성했어요. 제가 평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감사에 담았는데 페르소나는 가식없는 나의 삶을 찾자는 내용이고, 프레이어는 신에게 구원을 바라지 말고 본인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자라는 내용이에요. 프레이어의 부제가 ‘배수의 진’이거든요. 제가 그렸던 장면은 전쟁 중에 코너에 몰려 배수의 진을 쳐야 하는 상태에서, 누군가는 싸울 생각보다는 하늘에 매달리고 누군가는 끝까지 칼을 들고 싸워요. 물론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후자죠. 끝까지 싸우자. 제가 사실 보고서만 열심히 썼지 일기조차 쓰지 않는 사람이라 글 쓰는 능력이 없어요. 그래서 표현들이 간단 명료하고 직설적이에요. 사랑 이야기 이런 가사는 아마 평생 못쓰지 않을까… (웃음)
이렇게 스케줄이 빼곡한데 노래는 도대체 언제 만드나요.
만들기 시작한 지는 3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직업이 연구원에서 음악 하는 사람으로 바뀌면서 곡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저 혼자 머리에 있는 걸 꺼낼 수 없어서 함께 ‘PITTA’ 활동을 하는 ‘이용우’라는 친구와 차근차근 준비했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할 것 같아요. 암튼 그 친구와 음악 언어를 맞추고 작가의 취향과 레퍼런스를 공유하면서 기초를 다졌어요. 그 사이에 곡을 써보고 지우고를 무한 반복하면서 편곡도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했고요. 커버곡으로 유튜브도 하면서 언어와 취향이 일치된 상태를 맞이했고, 함께 싱글 두 곡을 발표했고, 시간이 또 지나면서 올해 초, 이 정도면 앨범 작업을 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요.
무슨 일을 하든 실행에 옮기기까지 신중한 것 같아요.
회사에서는 음반을 빨리 준비하자고 하셨는데 저는 시간을 많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방향성도 잡히지 않은 상태였고, 제가 뚜렷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었으니까요. 고찰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그러다가 포레스텔라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포레스텔라로 표현할 수 없는 갈증, 그러니까 원래 했던 음악들에 대한 갈증이 생기면서 이게 해소되지 않으면 포레스텔라 활동에 지장이 생길 것 같았어요. 제 안의 무언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억지로 포레스텔라 음악에 끼워 넣거나 편곡 과정에서 제 스타일이 많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요. 저만의 것을 분리시키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첫 개인 앨범인데 결과물은 마음에 드세요?
결과물이라기보다 이번 앨범은 5집 정도로 가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해요. ‘이제 우리의 음악을 시작합니다’라고 알려주는 포문의 역할로 안정감 있게 잘 출발한 앨범인 것 같습니다.
수록곡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은 무엇인가요.
‘이카루스’라는 커버곡이요. 일단 원곡이 너무 좋았어요. 원래는 그런 스타일의 곡을 비슷하게나마 만들려고 노력했는데 결국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회사 대표님한테 커버로 넣어 달라고 졸랐어요. 국내에 이런 곡은 돈이 안되니까 만드는 사람도 딱히 없거든요. 제 곡이었다면 바로 타이틀로 선택했겠지만 이 노래가 음반에 수록된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면서 마치 제 곡인 양 저작권 다 풀고 앨범에 넣었습니다. 엄청 유명하지는 않은 영국 밴드의 곡을 한글로 개사해서 불렀죠. 박효신 선배님의 ‘눈의 꽃’처럼요.
깊고 몽환적이고 어찌 보면 우울한 음악을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져요.
사람은 누구에게나 마음 깊숙한 곳에 우울한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요. 현대인은 밝은 모습을 유지해야 하잖아요. 모두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어요. 내면에는 보라색도 있고 시커먼 부분도 있는데 그런 감정을 표출하고 표현하는 방법이 점점 없어지는 것 같아요. 영화와 음악을 소비하는 이유 역시 자신의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저 역시 그런 음악을 들으면 오히려 치유가 되는 걸 느껴요. 계속 갇혀 있는 감정을 어루만지고 해소할 수 있는 음악이 저는 필요했고, 좋아하니까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곡을 듣고 포레스텔라 멤버들은 뭐라고 하나요.
외국 음악 같다, 정성을 쏟은 게 느껴진다, 라고 얘기해줬어요. ‘노력한 보람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멤버들이 모두 바쁘고 각자 일정이 많아서 매번 모니터링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민폐라 조언이 필요할 때만 들려줬어요.
팀 내에서 비슷한 음악적 취향을 가진 분이 계시나요.
저희는 4명이 다 달라요. 두훈이 형이 두루두루 좋아해서 저와의 교집합이 조금 있긴 하지만 각자 색깔은 다 다르죠. 민규는 디즈니스러운 아름답고 우아한 곡을 좋아하고, 우림이는 멋있고 힘 있는 곡을 좋아해요. 두훈이 형은 외국 팝 감성, R&B, 포근하고 아련한 곡을 좋아하고, 저는 약간 몽환적이고 꿈 속에 있는 듯한 느낌의 곡을 선호해요. 참고로 여기서 꿈은 동화 같은 꿈이 아니라 어른들의 꿈입니다.
음반을 만드는 과정에서 ‘Special Thanks to’에 넣고 싶은 분이 있다면요?
우선 ‘PITTA’ 멤버인 이용우 기타리스트요. 제가 취업과 음악의 길에서 취업을 선택했을 때 저보다 음악에 심취해 있던 이 친구는 음악을 선택했어요. 제가 취업하고 한 달쯤 지나고 같이 술 마시는데 제게 물어보더라고요. 직장에 들어갈까, 아니면 음악을 계속할까 하고요. 당시 제가 회사에 들어가자마자 음악기획사에서 제의가 왔었거든요. 조금만 빨리 알았다면 직장에 들어가지 않았을 텐데, 이미 운명은 정해진 거라 생각하고 거절했죠. 그래서 이 친구에게는 ‘너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얘기해줬어요. 그러다가 제가 ‘팬텀싱어’ 녹화하느라 서울에 올라갈 기회가 생겼을 때 예술대학 기타 전공으로 제대로 된 음악 공부를 하고 있는 이 친구를 찾아갔어요. 근데 너무 힘들게 살고 있는 거예요. 제가 제 생각만 하고 너무 가볍게 충고한 게 아닌가 얼마나 죄책감이 들었는지 몰라요. 지금 이 친구와 같이 작업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고 또 정말 좋아요. 그리고 앨범 작업에서는 아마 두 분의 편곡자님이 가장 힘드셨을 거예요. 저희가 나름 첫 앨범이라고 이것도 해달라 저것도 해달라 다시 해달라 요청사항이 엄청 많았어요. 트러블 없이 저희 의견을 수용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직장인밴드 ‘PITTA’는 원래 여섯 멤버죠?
드럼, 베이스, 건반, 기타 두 명, 그리고 저 이렇게 여섯 명이요. 저와 용우 빼고 다 직장 생활하고 결혼해서 만나기 힘들어요. 그래서 유튜브로 추억이라도 쌓으려고요. 퀄리티 좋은 음악이 아니라 일 년에 하나라도 좋으니 만나서 하고 싶은 음악 하며 사는 얘기 나누자 정도요. 어릴 때 생각도 나고 마음에 편해요.
앞으로의 개인 작업도 곡 쓰는 일일까요.
저희는 모두 무조건 포레스텔라에 집중해요. 절대적으로! 팀 스케줄이 끝나면 틈틈이 각자 취미 활동을 해요. 그게 저에겐 곡 만드는 일이고요. 팀 연습이 주로 새벽 3시에 끝나면 저는 바로 작업실로 직행해서 5시에서 6시까지 용우와 개인 작업을 해요. 직장 다니다가, 또 4대 보험 되다가(웃음) 이제 프리랜서 혹은 개인사업자의 삶이 되다 보니, 저라는 상품을 마케팅해서 가치를 올려야 하니까 사실 쉽지는 않아요. 쉼 없이 자기계발을 해야 하고 제 능력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려야 좋은 곡이 나올 테니까. 잠을 많이 줄였는데도 Netflix 영화 하나 제대로 잘 못봐요. 틀었다가 얼렁 다시 끄고 컴퓨터 앞에 앉죠.
그 유명한 ‘오징어게임’하고 ‘디피’도 못보신 거예요?
‘오징어게임’은 1편인가 봤고, ‘디피’는 1편 보다가 화나서 다시 못 보겠더라고요. 영화 속 군대 시절이 제 군시절과 시간이 겹쳐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KTX타고 이동할 때가 영화 볼 수 있는 시간이거든요. 이 시간이 너무 좋아요. 아무것도 안 해도 되는 시간… 잘 바에야 저는 영화를 택합니다. 그런데 제가 아침잠이 많아서 회사 다니는 생활보다 제게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새벽 6시에 잠들어 12시에 일어나는 이 생활이요.
만약 스케줄이 한 달 동안 없다면 무얼 하고 싶은가요.
산속에 들어가서 곡 쓰고 싶어요. 제게는 이제 곡을 만드는 게 일일 수도 있지만 치유가 될 수도 있거든요. 직장 다닐 때 음악으로 힐링한 것과 같아요. 힘듦과 재미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왔다갔다하지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사니까 행복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곡을 만들고 그러다가 문득 ‘이걸 누군가 듣는다고?’ 생각되면 허투루 만들면 안된다는 강박에 스트레스가 몰려오고요. 아이러니하지만 흥미로운 삶인 것 같아요. 요즘은 포레스텔라를 위한 곡도 만들어보고 있어요. 평소에 해놔야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는데, 쫓기면서 만들면 적당선의 음악이 나오더라고요. 저는 억지로 만들면 억지로 만든 티가 나요. 뻔하게 흘러가니까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 음악이 나오죠. 타이밍이 오면 꺼낼 수 있게 미리 쟁여놓고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강형호의 출근길 사진’이 다소 어색하다고 여겼는데, 음악 얘기를 나누고 보니 이해가 됩니다.
사진은 제게 너무 힘든 일이에요. 최대한 몰래 들어가려고 노력해요. 음… 이런 저의 생각이 ‘페르소나’라는 곡에 들어가 있어요. 제가 메이크업을 하고 좋은 옷을 입고 카메라에 찍히고 방송에 담기는 것, 이것이 진짜 나의 모습이 아닌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니까요. 친구들이 연예인이라고 부르는 걸 제가 되게 싫어해요. 제가 많이 유명해지면 얼굴 없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는 포레스텔라의 계획도 말씀해 주세요.
여전히 저희는 발버둥치고 있고요. 노력은 정말 많이 하고 있는데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스스로 뜯어고쳐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느껴서 연구하고 있고요. 기존 크로스오버에 대한 느낌을 탈피하려고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모두 많이 해요. 유튜브 공식 채널도 만들어서 커버 음악도 꾸준히 올릴 예정이고, 궁극적인 계획은 아무래도 다음 앨범입니다.
ATTENTION, PLEASE
강형호 단독콘서트 <ID:PITTA>
일시 2021년 11월 12일(19:30)-11월 13일(19:00)
장소 블루스퀘어 마스터카드홀
가격 R석 12,1000원|S석 110,000원
문의 02-3443-9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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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일 제목에 [강형호 이벤트 참여] 말머리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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