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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여전히 그 자리에_연극 <인사이드> 배우 윤소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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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09. 10:371,33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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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 자리에

20대의 윤소호를 보내고, 30대의 윤소호를 맞이하는 2021년의 끝자락. 배우 윤소호의 2막 1장은 어떻게 열릴까.
editor 나혜인 photographer ROBIN KIM place rctn332&coffe332


2019년 뮤지컬 <팬레터>를 끝으로 입대한 윤소호가 돌아왔다. “29살 12월에 입대를 했는데 나오니까 31살”이라는 유쾌한 입담은 그가 꽤 괜찮은 시간을 보내고 왔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복귀 후 선택한 첫 작품은 연극 <인사이드>. 뮤지컬을 택할 거라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연극을 통해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됐다. <인사이드>는 2020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쳐 올 9월부터 초연되고 있는 작품으로,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은 뮤지컬 <인터뷰>를 연극 텍스트로 재창작한 무대다. 텍스트가 뭍으로 떠오른 만큼 인물 간의 심리 싸움은 더욱 첨예해지고,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장면들로 가득 채워진다. 윤소호는 10월 26일 공연부터 합류하여 다중인격장애(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가진 ‘맷’을 선 보일 것. 후발 주자로 참여해 연습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는 먼저 막을 올린 배우들과 합을 맞춰보며 ‘배우 윤소호의 복귀’가 아닌 자신만의 맷을 보여줄 날을 고대하고 있었다.

윤소호 배우가 복귀하기만을 기다린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 같아요. 이렇게 기다렸다는 듯 작품 출연 소식이 전해진 데다 반응 역시 뜨겁더군요.
사실 처음에는 체감을 잘 못 했는데, 연습실에서 배우들을 만나고 나서야 실감이 났어요. “나 이제 돌아왔구나.” 하고요.

많은 분의 반응이 이러했어요.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지?” 아무래도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로 일상이 멈춰버렸던 터라 시간의 흐름이 크게 와닿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어요. 윤소호 배우의 시간은 어땠나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제 입으로 말하기 민망할 정도로 시간이 빨리 갔어요. 어제 들어갔는데, 오늘 나온 느낌.(웃음) 마스크를 끼고 생활하면서 ‘도대체 언제 끝이 날까.’라는 생각만 했거든요. 그런데 정말 웃긴 건 제가 29살 12월에 입대했는데 나오니까 31살이 된 거예요. 20대에 들어가서 30대가 되어버렸어요.

나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곧 다가올 생일이 지나면 만 30살이 되어서 정말로 20대와 헤어지게 됐어요.
제가 21살에 데뷔해서 오랫동안 어린 축에 속했거든요. 그때는 마냥 형이 되고 싶어서 하루빨리 30대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같이 작품을 하는 형들의 나이가 되어서, 그 나이대의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죠. 또 20대에 하지 못 했던 일들이 30대가 되면 가능해지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도 갖고 있었고요. 막상 되니까 좋긴 좋은데, 20대를 너무 알차게 보내서 그런지 큰 기대는 없어졌어요.

그럼에도 형 라인이 되려면 멀었죠?
<인사이드>는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많은데, 뮤지컬 <곤 투모로우>에서는 거의 막내예요. 서른 가지고는 턱없죠. 아직 갈 길이 멀었어요.(웃음)

많은 분이 군 생활 후 생각이 많아져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 보게 됐다는 이야기를 해요. 윤소호 배우에게도 바뀐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반대인 것 같아요. 오히려 입대하기 전에 생각이 많았고, 군 생활하면서 홀가분해진 느낌이에요. 제 커리어가 한동안 멈추는 것이니까 마무리를 잘하고 들어가고 싶어서 입대 직전까지 공연과 콘서트 등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았거든요. 입대 후 그간 겪어보지 못했던 세상에 새롭게 적응하면서 많이 정화됐어요.

소집 해제하자마자 두 작품이나 들어가는 걸 보면 그동안 무대가 많이 그리웠나 봐요.
저를 찾아 주신 제작사 대표님과 PD님들을 향한 감사함이 커요. 입대 전부터 대략적인 플랜을 세워놓기는 했어요. 물론, 코로나는 예상하지 못했던 전개였어요. 그래도 공연계에서 코로나와 함께 가려는 준비를 계속 이어가고 있으니까 곧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리워하던 곳에 안전하게 올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돌아오고 나서 처음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가장 많이 고민될 법한데, 그동안 뮤지컬 작품을 많이 해서 당연히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 했거든요.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인사이드>를 택했더라고요.
무대를 쉬면서 연기에 관한 고민을 했거든요. 돌이켜보니 뮤지컬은 많이 했는데, 연극은 비교적 많지 않더라고요. 30대가 되면 연극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예전부터 있기도 했고요. 그 타이밍에 <인사이드>가 찾아왔어요. 첫 단추를 다시 끼우는 과정에 적절한 작품인 거죠.

연극을 더 많이 하겠다는 건 배우로서 연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건가요?
사람이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어떤 걸 잘했지?’보다 ‘내가 어떤 게 부족하지?’를 떠올리게 되잖아요.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해 재시작점을 어떻게 잡으면 좋을지 고민하다 보니 연극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저는 연극 무대를 할 때 ‘배우로서 이런 게 필요하구나.’ ‘배우로서 이런 표현을 꼭 해야 하는구나.’를 가장 많이 느꼈거든요. 그래서 기회가 되면 1년에 한두 개씩은 꼭 연극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어요.

바람대로 하게 된 연극 작품이자, 복귀작이기도 한 <인사이드>는 어떤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일단 뮤지컬 <인터뷰>에서 변형된 연극 버전이에요. 그러다 보니 <인터뷰>를 보지 못한 관객분들이 관람을 망설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앞선 작품을 보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빠져들 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에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인간이 가진 여러 인격에 관한 이야기라고 봐주시면 됩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인사이드>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인터뷰>에서 일어난 일을 상당수 가져왔지만, 내용은 완전히 달라요. 원작을 봤던 입장에서 뮤지컬을 이런 방식으로 연극화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선했고. 노래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잘 어우러진 느낌이라 새롭게 다가왔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해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작품이죠. 음악과 연출이 도움을 주긴 하겠지만, 배우로서 분위기를 어떻게 끌고 갈지 고민될 텐데 방법을 찾았을까요.
무수히 많은 방법이 존재해요. 배우마다 선택지도 다를 거고요. 오늘도 오면서 대사 연습을 했거든요. 정답이 없는 공연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이전에는 이렇게 후발 주자로 작품에 합류한 경우가 없었어요. 물리적인 시간이 남아있다는 게 다행스럽기도 하고, 남은 시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해요.

이번 작품에서 ‘맷’을 맡았어요. 어떤 인물인가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해리성 정체감 장애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에 집중해서 말씀드리자면, 맷에게 벌어진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예민할 때나 피곤하고 힘들 때 충분히 머릿속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거든요. 우리 역시 머릿속에 수많은 자아를 가지고 있잖아요. 회사에 있을 때와 집에 있을 때, 친구와 있을 때 서로 다른 얼굴을 하는 것처럼요. 이런 관점에서 접근하면 관객분들도 작품에 쉽게 접근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이 어렵게 느껴지는 분들은 자아와 자아 간의 싸움으로 보면 정말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거예요. 

맷은 기억을 잃은 인물이기도 해요. 작업하면서 한 번쯤 ‘내가 기억을 잃으면 어떨까?’라고 가정해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연습하다가 실제로 기억을 잃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했거든요. 대본에 “내가 누구죠?”라는 대사가 있는데, 저는 기억을 잃어본 적이 없으니까, 어떻게 표현해도 거짓 같은 거예요. 살면서 기억을 잃어버리는 경험을 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도 배우로서 잘 풀어나가 보려고 합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있다면?
저조차 어마어마하게 바뀐 저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해서 익숙한 모습 그대로라는 평을 바라지도 않고요. 배우 윤소호가 아닌 작품 속 인물 그 자체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인사이드>에서 어떠한 모습을 발견하는 건 관객분들이 판단하실 몫이니까요.

앞으로는 배우 인생 2막을 여는 순간이기도 한데, 어떤 길을 걸어가고 싶나요?
20대에 이런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항상 ‘후회 없이 해보자.’라는 말을 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그 동안은 정말 감사하게도 할 수 있는 역할뿐만 아니라 과분한 역할까지 맡겨졌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30대의 제가 20대를 돌아보니까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당시에는 그런 아쉬움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빨리 지나간 거죠. 이제는 조금 더 여유가 생겼으니 이전보다 아쉬움을 덜 남겼으면 해요.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은 것이 있을까요?
도전이라기보다 기회가 된다면 엄청난 대선배님, 선생님들과 연기를 해보고 싶어요. 이를테면 제 스승님이셨던 남경읍 선생님이요. 그게 연극이면 더더욱 뜻깊을 것 같고요. 그동안 3, 40대 형들과 공연을 많이 했는데, 제가 점점 그 나이가 되어가니까 더 높은 선생님들과 고민을 나누는 시간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Attention, Please!
연극 <인사이드>
기간 2021년 9월 30일-2021년 11월 21일
시간 화·목·금 20:00|수 16:00 20:00|
토 15:00 19:00|일·공휴일 14:00 18:00
장소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4관
가격 전석 5만원
문의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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