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월의 어느 추운 겨울밤 고흐가 오랜 기간 머물렀던 도시 아를과 불과 몇 시간 떨어진 곳에서 미술교사 일을 하던 베르나데트 머피는 문득 한 가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의문은 고흐가 실제로 자신의 귀를 얼마나 잘랐을까?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어째서 그런 갑작스러운 궁금증이 생겼는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미술교사였다는 점과 평소 퍼즐을 좋아했다는 것 그리고 마침 건강상의 문제로 일을 쉬게 되면서 그녀는 자신의 궁금증을 풀기 위해 조금씩이지만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처음 그녀가 자신의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한 발자국씩 내디딜 때마다 의문들은 더 늘어가기만 했습니다. 그에 관한 전기를 읽고, 미술사 학자들의 토론과 논쟁들을 살펴봤지만, 그녀가 읽고 들은 고흐의 잘린 귀에 관한 내용에선 상반된 두 가지 설이 존재했습니다. 하나는 그가 면도 칼로 왼쪽 귀의 일부를 잘라 냈다는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는 귓불을 잘라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늘어나는 의문과 상반된 내용에 그녀는 좀 더 냉철하게 그날의 사건을 다시 조사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그녀가 향한 곳은 바로 그날의 범행 현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를에 있는 기록보관소에는 고흐의 일반적인 삶에 관한 기록이 몇 개 들어 있었을 뿐 별다른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귀를 자른 일에 대한 결찰 보고서도 없었고, 고흐가 빌려 살았다는 집에 대한 증거 문서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수확 없는 현장 조사에 그녀는 조금 실망했지만, 그녀는 좀 더 넓게 사건을 재조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고흐의 이웃에 살았던 사람들에 대한 기록을 수집했습니다. 그렇게 그녀가 수집한 정보는 약 15,000명 이상이나 되는 고흐의 이웃들에 대한 기록이었습니다. 그들은 마을의 목사부터 고흐의 집을 청소해 주던 청소부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박차가 가해지는 그녀의 추적에 또 다른 문제는 너무나도 변해버린 아를의 모습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아를은 연합군의 폭격으로 피해를 받아 이후 마을의 대규모 재건 프로그램이 진행되었습니다. 때문에 그녀는 아주 오래된 아를의 지도와, 토지 등록부, 당시의 건축이나 마을 전경의 모습이 담겨있는 얼마 남지 않은 사진 자료들을 통해 고흐가 살던 아를의 상세 지도를 재구성해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그녀의 끈질긴 자료 수집과 조사는 결국 고흐에 관한 의문을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에 다다르도록 이끌었습니다. 그녀와 같이 고흐의 삶을 추적한 또 다른 인물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미국의 저술가 어빙 스톤이란 인물이었습니다. 어빙 스톤은 1934년 고흐의 삶을 추적하며 그의 삶을 단서로 'Lust for Life'라는 소설을 써 출시했고, 해당 소설이 성공적인 결과를 내면서 책은 1955년 영화로 각색되었습니다.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에서 유명 잡지사 LIFE는 고흐가 그의 귀 전체를 잘랐다는 것에 주목하는 글을 기사에 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읽은 한 독자가 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편집자들은 어빙 스톤의 자료를 참조해 답변했습니다. 그 답변 내용을 본 머피는 그 자료에 적힌 한 남성의 이름을 즉시 알아봤습니다. '닥터 펠릭스 레이' 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부둥켜안고 몇 번이고 이름을 되새겼습니다. '닥터 펠릭스 레이, 닥터 펠릭스 레이' 그 이유는 고흐가 자신의 귀를 잘랐을 때 가장 먼저 그의 귀를 진찰하고 치료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그녀가 그의 이름을 보고 가슴이 떨렸던 이유는 만약 어빙 스톤이 더 자세한 닥터 펠릭스 레이에 관한 자료와 진찰 기록을 가지고 있다면, 긴 시간 동안 추적해온 고흐의 미스터리를 드디어 풀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곧장 스톤의 기록 보관소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녀는 이메일을 통해 잡지사에서 사용했던 자료에 대한 세부 자료가 더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받은 이메일 답변은 자료의 기록이 여전히 남아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 자료를 다시 한번 찾아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프랑스어로 된 답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문서를 찾았다." 기록 보관소에서 보내준 사진은 반으로 잡혀있던 그녀의 손보다도 약간 큰 닥터 펠릭스 레이의 진찰 기록이었습니다. 기록엔 고흐가 정확히 어떻게 얼마나 귀를 잘랐는지 그림까지 그려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게다가 추가로 알게 된 건 고흐가 귀를 건네준 여성이 마을의 매춘부가 아닌, 그곳의 잡부로 일하던 하녀였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발견에 스스로 놀랐지만, 5년 이상 그 발견된 증거들을 비밀로 간직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고흐의 귀에 관해 추적했던 자신의 자료들을 보아 <반 고흐의 귀 : 그 진실들> 이란 책을 출판했고 한 세기 동안 고흐에 관한 연구자들과 전기 작가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질문들의 결정적인 답변을 얻어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스토리
생생예술통
일하고 뭐하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