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뮤지컬 <웃는 남자> 감상후기, 원작 소설과 뮤지컬 <웃는 남자> 사이 (feat. 빅토르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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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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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낮공연을 '마티네'라고 한다. 처음 <팬텀> 보러 다닐 때는 마티네가 뭔지, 그리고 마티네는 할인도 받을 수 있는데, 시간도 되는데 몰라서.

'박효신 공연은 할인이 1도 없어' 징징거렸던 기억이 난다. 다 예전 일이다.

얼마나 더 덕질을 해야 바보같은 짓을 멈출 수 있을지. 지금은 마티네가 뭔지 정도는 안다.(^^;)

오늘은 시간도 되기 때무네 '개인사정' 핑계 대지 않고 당당히 마티네 왔다. 10~30프로가 어디냐. 티끌 모아 관극 한 번 더 가겠다!

고 했는데 날씨 실화냐. 111년 만의 더위라고 하네. 끝나고 귀갓길에는 퇴근길 지옥이 펼쳐질 텐데 날씨까지 미쳤냐고.

[공연명]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날짜] 2018. 08.01 (15:00~  )

[캐스팅]

그윈플렌 : 박효신

 우르수스 : 양준모

 조시아나 : 정선아

 데아: 민경아

  더리모어 : 조휘

  앤 여왕 : 이소유

  페드로 : 이상준

오늘 나는 전캐스트를 완성했다. 그윈플렌은 트리플 캐스트지만 나에게는 원캐스트나 다름 없기 때문에 패스.

기대하던 정선아 배우. 기대하던 대로 노래 잘 하고 성량, 카리스마 넘치며 사랑스럽다. 오늘 알았는데 귀여운 보조개 어쩔.

조시아나로 분장한 배우 정선아의 모습. EMK뮤지컬 컴퍼니.

신영숙 정선아 배우 노래 연기 잘 하고 '웃남'에서 카리스마 여주인공 담당이어서 매우 만족한다만.

그윈플렌 유혹하는 장면에서 차이가 있다.

신조시아나는 거침없이 유혹함. 아무래도 두 번의 <팬텀>을 같이 해서 친해서인가.

정조시아나는 누군가 그러던데 <아이다>의 '암네리스'처럼 귀엽고 우아하게 유혹한다더니  보니까 뭔지 알겠다. 그런데 그 유혹도 내외하듯 조심스럽다.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스틸. EMK뮤지컬 컴퍼니.

관극을 두 번 했는데 결말도 이해가 안 되고. 그래, 데아는 죽는다쳐도 그윈은 왜 죽음? 살 사람은 살아야지, 키워 준 아버지 생각은 안 하나?

중간중간에 비는 듯한 스토리가 아쉬워서.

소설「웃는 남자」가 빅토르 위고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면 원작에는 뭔가 있겠지' 싶어서 두 번째 관극 후 원작을 읽기 시작했다. (아직 상권 밖에 못 읽음 주의.)

뮤지컬 <웃는 남자>와 소설 「웃는 남자」 대하여.

웃는 남자」. 상권이 470페이지, 하권까지 총 930페이지의 두꺼운 소설이다.

우르수스 캐릭터 설명부터 시작한 소설은 그가 인간혐오자이지만 사실은 정을 그리워하는 따뜻한 사람임이 암시된다. 인간혐오자를 표방하는 우르수스가 우리의 남녀 주인공 그윈플렌과 데아의 아버지가 된다.

뮤지컬 <웃는 남자> 블루스퀘어(2018.09.05 ~10.28)공연에서 우르수스 역으로 합류하게 될 배우 문종원.

이제 잉글랜드 귀족에 대한 설명 시작. 묘사가 묘사가, 왜 이렇게 긴 것이야. 귀족의 재산과 특권을 나열하는데 6장은 가뿐히 넘어감. 누구는 어디에 영지가 있고 성을 어떻게 쌓았고 건축과 색채와  호사스러움 등등.

그윈플렌이 버려지는 과정, 데아를 발견하고 우르수스를 만나는 과정도 지난하기는 마찬가지. 물론 가장 힘든 사람은 그윈플렌이었을 것이나. 읽기가 쉽지 않다.

콤프라치코스가 배로 잉글랜드를 탈출하고 바다에서 난파하는 과정 묘사가 길게 쓰기로는 하이라이트다. 선박, 항해기술, 기후, 날씨, 바다는 물론 거기 탄 사람들의 묘사가 이어진다. 선원 뺨치는 전문지식을 뽐낸다.

폭풍 속에서 세 번의 위기를 피해 살아 남았던 그윈플렌을 버린 콤프라치코스들은, 그 세 위기를 다 피했지만 배에 구멍이 나서 살았다 안도한 순간에 죽음이 닥친다. 이것도 인생의 진실을 보여주는 위트. 잔인한 위트.

콤프라치코스가 죽는 과정까지 읽는데 200페이지. 뮤지컬에선 초반 도입 5분까지 도달하는데 200페이지까지 걸린다. 장르의 차이가 절실하게 느껴진다.

역사 속 콤프라치코스에 대해 말하자면, 물론 천인공로할 범죄이지만 그 시작은 위정자와 부자들 때문. 수요가 생기니 공급이 생긴다.

권력자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콤프라치코스를 비호하고 이용하며 (얼굴을 부모도 모를 정도로 바꾸어놓으니까) 실컷 써먹다가 나중에, 나중에 이용가치가 떨어지고 여론이 안 좋아지니까 마치 지들이 정의로운 양, 콤프라치코스를 잔인한 범죄자로 몰아서 모두 죽인다. 전형적인 팽, 누가 더 나쁜가.

콤프라치코스들이 처형을 피해 바다로 도망가는 장면. 그러나 바다는 위정자들보다 더 무섭게 이들을 덥석 집어 삼킨다.

더 가보자. 하인 페드로는 왜 그렇게 귀족들을 미워하는 것인가. 극만 봐서는 모른다. 페드로는 재주있으나 귀족이 아닌지라 귀족에게 빌붙어 살아야하는 지식인이다. 잘 나가다가 주군의 몰락으로 한 번의 몰락을 거쳐 조시아나 여공작을 사다리 삼아 다시 도약하려는 인물인데.

그는 은혜를 베풀어준 조시아나에게 빅엿을 날리려는 계획을 품고 있는 배은망덕한 자다. 은혜를 베풀었는데 배신하려는 이유는 뭐지? 알 수 없는 것이 사람 마음이라더니 책을 더 더 읽어야 나온다. 페드로의 조시아나에 대한 분노를 인용해 보자면 이런 식이다.

"뭐라고! 그 계집이, 그 엉뚱한 것이, 임시 처녀인 음탕한 몽상가 계집이, 아직 소비자에게  배달되지 않은 살덩이가,

왕관 쓴 뻔뻔스러움이, 우연한 기회가 없어서, 모두들 그렇게 말하고 나도 동감이지만, 아마, 그래서 아무 놈팡이의 수중에도 들어가지 않은 그 오만한 디아나가,

기지가 모자라 자리를 지키지 못한 어중이떠중이 같은 왕의 사생아 계집이,

지체 높아지니까 여신 흉내를 내지만 가난했다면 창녀가 되었을, 요행수로 공작 작위를 꿰찬 계집이, 그 얼치기 레이디가, 추방당한 자의 재산을 훔친 계집이, 그 오만한 거지 년이,

(이렇게 11페이지 이어짐...)

일찍이 어떤 남자도, 한 여인을 아무 이유 없이 그토록 미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그에게는 그녀가 곧 불면증이었고, 괴로움이었고 치통이었다. 

"아마 그녀를 조금쯤 연모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

조시아나에 대한 분노를 기본 5장 쏟아낸 다음 마지막에 가볍게 한 마디. 진심이 나온다. 그는 어쩌면 그녀를 조금 좋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이거네. 좋아하는데 가질 수 없어서. 이해 돼. 완전 이해 돼.

민경아, 박효신 배우의 연습 장면. EMK 제공 사진.

드디어 우리의 그윈플렌과 데아 차례다. 극을 보면 오누이같았을 그윈플렌과 데아가 연인이라서 으읭? 스러운데 그 이유는 원작을 보아야만 안다. 아까 그윈플렌이 버려지고 데아를 찾고 우르수스를 찾아가는 과정은 앞에서(책에서) 길게 길게 설명했었다. 자신이 죽을 위험에 있는데도 데아를 찾아내고. 살리고. 얼어 죽을 위험에 처했는데도 옷을 양보하고.

이제 데아는 16세, 그윈플렌은 25세가 되었다.

뮤지컬에서 그윈플렌은 길게 찢어진 입을 가진 "괴물"이라고 나온다. 하지만 분장을 했을지언정 박효신의 얼굴은 너무나 아름답다. 잘 생겼자나. 입이 찢어지니까 더 매혹적인 거같아. 조시아나가 공감된다(^^;).

박효신 실물 이런 느낌. 출처 팬카페.

하지만 책을 보면 글자 그대로 그의 얼굴은 괴물. 콤프라치코스가 괴물로 만들었던 것이다! 그를 보는 어떤 사람도 즉시 웃음을 터뜨리게 되는 얼굴, 발작적으로 웃고 난 다음에는 웃음이 사라지며 전율하게 되는 기이한 얼굴이다.

반면 그가 목숨을 걸고 살린 데아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얼굴은 찬탄을 금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두 눈에는 빛이 가득하건만, 앞을 보지 못했다." 더불어, "본인의 눈동자는 빛을 보지 못하지만 그 빛을 밖으로 주어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빛을 내는 눈동자"를 가졌다하니 앞을 보지 못해 더더욱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천사와 같은 여인이었나 보다.

아항, 빅토르 위고 이 분은 '미녀와 야수' 좋아하시나 봄. 미녀가 보통 미녀가 아니라 천사같이 순수하고 아름답고 희생하는 여인.

<노트르담 드 파리>. 착한 야수 '콰지모도'와 순수하고 아름다운 집시 처녀 '에스메랄다'. 그리고 '프롤로'와 '페뷔스'의 죄와 욕망 때문에 희생되는 아름다운 여인.

<리골레토>. 죄 많은 어릿광대, 꼽추 아버지 '리골레토'와 천사같이 착하고 아름다운 딸 '질다'. 이런 아버지와 추악한 권력자 '만토바' 공작의 죄를 대신 희생해서 죽는 딸 '질다'.

레미제라블」에서는 외모가 흉측한 남자는 없지만 '장발장'은 죄를 지었으므로 그가 야수 역할이다. 이번에는 남자인 그가 희생한다. 천사같은 여자 '코제트'를 위해. (사실은 코제트의 연인을 위해.)

그런데 코제트는 장발장의 친딸도 아니고 죽어가는 여인 팬틴이 맡긴 수양딸이다. 죽어가는 여인에게서 데려온 여자아이, 왠지 데아 돋네. 이거 재밌다. ㅎ

박효신과 성유리. 미녀와 야수? (출처 인스타)

다시 「웃는 남자」로 돌아와서 발췌, 인용.

인간의 비참함이 요약될 수 있다면 그것은 그윈플렌과 데아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

볼 수 있는 그윈플렌은 데아에게 없는 고통스러운 기능이 있었으니 그것은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

데아는 빛으로부터 추방당한 사람이었고 그윈플렌은 삶으로부터 추방당한 사람이었다. 분명 두 사람은 절망한 이들이었다. 그들은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재앙 밑바닥을 건드렸다. 그곳에 가 있었다. 그들이 겪지 않은 고초가 무엇이었겠는가.

그 두 피조물을 불행한 칙령이 짓누르고 있음이 역력했다. 또한 숙명 (! anatkh, 노담의 화두)은 무고한 두 사람을, 전례가 없을 만큼 완벽하게 고통과 지옥 같은 삶으로 둘러쌌다.

그들은 낙원에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그 두 피조물을 불행한 칙령이 짓누르고 있음이 역력했다. 또한 숙명 (! anatkh, 노담의 화두)은 무고한 두 사람을, 전례가 없을 만큼 완벽하게 고통과 지옥 같은 삶으로 둘러쌌다.

그들은 낙원에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

더 읽어 보자.

그윈플렌은 데아를 숭배했다. 데아는 그윈플렌을 우상으로 삼았다.

이 지상에서는 오직 한 여인만이 그윈플렌을 볼 수 있었다. 그 여인이 바로 눈 먼 여인이었다.

... 데아에게 그는 자신을 무덤 속에서 거두어 밖으로 데리고 나온 구원자였고, 자신으로 하여금 삶을 감당케해준 위안자였으며, 앞이 보이지 않는 미로 속에서 손을 내민 안내자였다. 그녀에게는 그윈플렌이 오빠였고, 안내자였고, 지지자였고, 저 높은 곳과 유사한 존재였고, 날개 달리고 찬연한 빛 발하는 남편이었다.

군중에게는 괴물이었지만 그녀는 천사장을 보고 있었다. 데아는 소경인지라 영혼을 지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군중에게는 괴물이었지만 그녀는 천사장을 보고 있었다.

데아는 소경인지라 영혼을 지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데아와 그윈플렌간의 영혼의 결속이 어떻게 이루어졌는가에 대한 서술이다. 왜 남매처럼 길러진 이들이 연인인가. 이해하고도 남겠다.

얼굴은 괴물이지만, 어릴 때 납치되고 팔려서 얼굴이 흉측해졌지만, 별다른 교육을 받지도 않았지만(우르수스를 만나기 전까지) 어린 아이가 어떻게 그렇게 용기 있고 올곧고 굳세고 배려심 있고 순수한 지... 자신이 버려지고 죽을 위험에 있는 눈보라 속에서 데아를 찾아내어  살리고, 자신도 얼어 죽을 지경인데 옷을 양보했고 탈진 직전까지 걸어서 함께 우르수스에까지 찾아갔던 어린 그윈플렌.

영혼의 굳셈과 아름다움도 타고 나는 것인가? 그런 그윈플렌의 영혼을 눈 먼 데아만이 볼 수 있었다는 설정이다. 

그런 그가 왜 자신의 살로 된 가면을 쓰고 괴물로 살아가는 형벌을 받아야 하는건지. 이것도 그냥 숙명(anatkh)이라고 설명하면 다입니까...! (절규)

아 난 이제 못 읽겠다. 벌써부터 오열각이다.

그들은 지옥 속에 있었다.

그들은 낙원에 있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었다.

매혹적이다. ㅎ

나는 아직 '하권'을 읽기 전인데, 이제 그들의 낙원은 어찌되는 건가. 조시아나가 유혹하겠지. 순수한 사랑을 하던 데아와 그윈플렌은, 서로를 너무 숭배하고 사랑한 나머지 진도도 키스(!)까지밖에 못 나갔는데.

순진한 그윈플렌은 그 유혹에 넘어가서  부자들의 지옥에 정신이 팔려서 그들에게 노리개로 놀아나다가 다시 자신의 자리를 깨닫겠지. 데아에게 돌아갔지만 데아는 자신의 부재로 인해 데아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그렇구나. 그래서 그윈플렌이 데아와 함께 죽는 거군. 둘은 서로가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 처음 만남부터 서로가 서로를 살린 사이이니까.

아쉽게도 뮤지컬에서는 이런 설명이 없다. <노트르담 드 파리>처럼 주인공의 솔로곡을 통해 내면을 표현해주고 부족한 서사를 메꿔주는 세련된 장치?를 바란다면, 욕심이 너무 큰 것인가?

오늘 관객들도 데아의 죽음에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던데. 오늘은 나도 원작의 설명 때문에 눈물이 글썽거리기는 했다. 그렇다면 극을 보고 우시는 분들은! 다들 원작을 읽으신 분들?

오늘도 박효신의 노래는 말할 나위가 없었지만 머글님의 칭찬도 물론 들었지만 박효신 노래 얘기는 다음 기회에 하도록 하고.

오늘 박효신의 연기!!!  정말 잘 했는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데아의 죽음에서 그윈플렌은 진짜 오열. 얼굴 전체가 눈물로 젖었다. 오열 중에도 노래는 완벽하게 컨트롤한다.

다시 <우는 남자> 소환인 건가? 지금 뮤지컬 시작한 지 3주째인데. 지금부터 이렇게 울면 앞으로 점점 더 울텐데. 이제부터 <우는 남자> 시작?

극이 끝났다. 내가 공연한 듯 기운이 빠진다. 다음주에 확인해 봐야지.

그럼 난 이만.

뮤지컬 <웃는 남자> 감상후기, "상위 1프로는 뭐다?" 포스팅.

뮤지컬 <웃는 남자> 첫공(박효신) 후기, 빅토르 위고 원작의 뮤지컬 '노담'과 '웃남'사이에서^^ 포스팅.

뮤지컬 <웃는 남자>, 뮤지컬 배우 박효신에 대하여 포스팅.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생애 초연 감상후기, 아낭케(Anatkh,숙명) 과연~ 포스팅.

오페라 <리골레토> 감상후기, "누가 죄인인가?" (예술과 막장 사이에서) 포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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