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eaming Momentum
노래, 춤,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자신의 능력을 도장깨기하듯 하나씩 증명해보이는 레오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리프’로 돌아왔다.
editor 조은화 photographer 김태우 stylist 이은진
hair 소피아(제니하우스 프리모) makeup 김수연(알루)
<번지점프를 하다>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캐스팅이 발표되었는데, 그 사이 미니앨범도 발매했어요. 서울과 일본 도쿄에서 콘서트로 성공리에 치렀고요. 쉴 틈이 하나도 없겠어요.
컨디션을 조절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느껴요. 그래서 틈 날 때마다 지혜롭게 쉬는 방법을 찾으려고 해요. 특별히 건강 관리랄 것은 없지만 꾸준히 운동하고, 잠도 잘 자면서 균형을 유지하고 있어요.
3년만에 나온 세 번째 미니 앨범이 ‘Piano man Op. 9’이에요. 어떤 의미인가요.
저의 음악 인생이요. 뮤직비디오에는 당신이 원한다면 언제든 손가락에 피가 나도록 연주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피아노 맨이 재즈 바에서 피아노를 치며 관객을 위해 노래하는 사람이잖아요. 저도 피아노맨처럼 여러분 곁에서 음악을 들려드리겠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Op.9’은 ‘다시 시작’이라는 뜻이에요. 왜 다시 시작이냐 하면 1999년, 그러니까 제가 아홉살이었을 때 영화 ‘약속’의 테마곡이었던 제시카(Jessica)의 ‘굿 바이’를 처음 한글로 받아 적은 뒤따라 불렀거든요. 노래에 흥미가 생긴 순간이자 음악을 처음 사랑하게 된 시작이었죠. ‘9’은 제게 의미있는 숫자일 수 밖에 없어요.
앨범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 프로듀싱까지 다 해냈어요. 타이틀 곡 ‘Losing game’은 어떤 곡인가요.
R&B 스타일의 그루브한 곡을 쓰고 싶었어요. 드라이브를 하거나 저녁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걸을 때 듣기 좋은 미디움 템포의 곡으로, 베이스 소리가 포인트예요. 베이스가 지닌 질감과 리듬이 곡을 다시 듣게 만드는 힘을 줄 때가 있거든요.
진짜 공들여 만든 티가 나요.
이전에도 많은 곡을 썼지만 타이틀 곡을 제 손으로 만든 건 처음이에요. 타이틀 곡이라고 생각하기에 앞서, 제가 좋아하고 잘 부를 수 있는 곡을 싣고 싶었어요. 가사와 멜로디 라인 등 모든 요소들이 잘 어우러져서 타이틀로 내세울 수 있는 괜찮은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타이틀 곡 외에 특별히 마음이 가는 곡이 있나요.
모든 곡들이 제가 낳은 아이 같아서 애정이 가지만 팬분들이 ‘Chilling’이라는 곡을 많이 좋아해 주세요. 2년 여의 공백기간 동안 40곡 정도를 만들었는데한 곡 빼고 앨범에 실리지 못했거든요. 처음부터 다시 곡을 쓰는 과정에서 어느 순간 아이디어가 고갈되고 집중도와 흥미 모두 낮아진 상태가 되더라고요. 리프레시가 필요해서 바다로 훌쩍 떠났어요. 혼자 앉아 샴페인을 칠링하다가 문득 ‘칠링’이라는 단어가 너무 좋은 거예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뇌리에 꽂힐 만큼 인상적이었다고 할까요. 그날 강릉 바다에서, 그전에 만들어 둔 트랙 위에 올릴 수 있는 가사와 가이드가 모두 탄생했습니다!
얼마 전 일본 콘서트에서 통역 없이 진행했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공백 기간 동안 언어, 보컬, 연기 모든 공부를 정말 열심히 했어요. 어느 날인가, ‘레오가 아닌 정택운도 뭔가 배우고 싶은 게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지난 9년 동안 ‘오로지 저 자신’을 위해 살았던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전에 받지 못했던 춤 레슨을 받고, 작품을 위해서가 아닌 연기의 본질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죠. 오랜 시간 건강하게 노래할 수있도록 성대를 쓰는 방법도 공부했고요. 사회복무요원으로 보낸 2년이 저에게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 이번 일본 콘서트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 때의 노력과 배움이 많은 도움이 됐죠. 제가 편하게 쓸 수 있는 단어, 제게 어울리는 말들을 골라 대본도 수정했고요.
배우 정택운에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아홉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처음 뮤지컬에 도전했을 때와 지금의 마음가짐에 변화가 있나요.
연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니 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가수로서 무대에 올라 노래하는 것 외에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박효신 배우님의 <엘리자벳>을 보면서 완전 바뀌었어요. ‘토드’가 등장하며 부르는 곡을 처음 듣게 된 순간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과 호기심이 솟아오른 거죠. 자연스럽게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 날이 터닝포인트이자 뮤지컬 인생의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뮤지컬을 하며 희로애락을 느껴요. 무대 위에 서는 배우는 극적인 요소들이 담긴 한 편의 영화 같은 삶 속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느낄 수 밖에 없거든요. 처음에는 한 장면이 끝날 때마다 성취감이나 애틋함이 생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공연 전체가 막을 내린 후에야 마음 놓고 행복과 희열을 만끽해요. 현재 제게 주어진 숙제가 있다면 뮤지컬 배우로서 더 습득하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또다른 터닝 포인트,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계기를 가지고 싶어요. 물론 2년 동안 죽기 살기로 보컬과 연기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지만, 몇십 회를 반복해야 하는 공연에서 또다른 계기가 없다면 새로운 작품을 만나고 무대에 오를 때마다 제 자신을 소모하는데 그칠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이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가 아니었다면 아마 참여하지 않았을 거예요. 작품은 물론 제가 맡은 리프가 지닌 매력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또다른 정택운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요.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리프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처음 리프를 만났을 때 마치 ‘생 로랑(Saint Laurent)’의 모델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어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디자이너의 날 것의 느낌? 그 감성이 리프에게 보였어요. 캐릭터가 갖고 있는 멋과 서사가 정말 멋있게 다가왔죠. 처음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알게 되었을 때 오히려 토니보다 리프 역할에 큰흥미와 궁금증이 일었던 것 같아요. 과연 이 작품이 한국에서 공연될까 찾아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미 15년 전에 세 번째 시즌이 마무리 됐더라고요. 영화로 접한 작품이 뮤지컬로 제작되었을 때 어느 정도일지, 실제로도 안무가 많은지 궁금했는데 막상 해보니 상상 이상이에요. 엄청나게 춤을 춰야 하더라고요.
‘춤 하면 택운’인데 그럼에도 어려움을 느끼나요?
몸을 사용하는 방법이 전혀 달라서 지금 온 몸의 근육이 뭉쳐 있는 상태예요. 저는 주로 업&다운 비트와 힙합 스타일의 모션, 스트리트 재즈의 요소들을 첨가한 퍼포먼스를 해왔어요. 이 작품에서는 올드 재즈, 발레 등 접해보지 못한 장르의 무용들이 요구돼요. 기본 자세부터 몸의 움직임이 아예 달라서 워밍업이 굉장히 중요해요. 요즘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진행하는 워밍업에서 발레를 배우고 있는데 한 시간 동안 배우고 나면 저를 포함한 모든 배우들이 엄청 힘들어합니다.(웃음)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겠어요.
춤 자체를 처음부터 배워야 하는 상황이라면 아예 공연 진행이 안될 것 같아요.(웃음) 제가 지닌 멋과 작품의 특성을 연결시켜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작품에 어울리도록 저만의 매력을 끌어내는 것이 이 작품이 주는 숙제고요. 아, 숙제가 밀려 있어서 걱정이에요. (웃음)
리프는 갱스터잖아요. 공감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훌리오 몽헤(Julio Monge) 안무가님께서 샤크파(Sharks)와 제트파(Jets)가 활동하던 시대적 배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가르쳐 주셨어요. 두 갱단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캐릭터의 관계성을 설명해 주셔서 쉽게 몰입할 수 있었어요. 가장 마음에 걸리는 건 10대라는 나이예요. 10대에 초점을 맞추려니 충동적인 면이 강조되면서 다소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있어서 적정선을 찾으려고 해요. 제 상황을 대입해서 접근하기도 해요. 저 역시 아픔이 있고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까요. 리프가 제트파의 아이들을 보호해주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면, 저의 가족과 과거의 모습들이 생각나서 공감이 가요. 리프는 제트파를 가족이라고 생각해서 세상이 무너져도 우리가 함께 한다면 두렵지 않다고 말할 만큼, 제트파에 대한 애착이 강렬합니다. 갱스터일지라도 리프에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 하지 않아요.
가장 자신 있는 넘버는 무엇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넘버를 고르자면 굉장히 매력적인 피아노 라인이 돋보이는 ‘쿨(Cool)’이라는 곡이에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노래를 자신 있게 하려면 일단 안무를 잘 해내야 해요. 춤과 노래를 동시에 소화해야 하는 수준을 넘어, 안무가 펼쳐지면 ‘노래는 거들 뿐’이라는 느낌이랄까요. 안무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시각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이전에 공연된 영상을 보면, 태어나서 이런 뮤지컬을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요소가 적재적소에 잘 장착된, 배우도 관객도 만족할 수 있는 공연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습니다.
몸이 부서져도 무사히 끝나고 나면 성취감도 크겠죠.
갈 길이 멀어요. 원래는 큰 부담감이 없었는데 제가 상상한 것보다 안무가 50 배나 많아요. 정말 무슨 춤인지 알 수도 없는 춤들을 계속 추고 있어요.(웃음) 1분 동안 춤을 추면서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는데 7분이 더 남았다는 거예요!
잘 챙겨 드셔야겠어요.
라이벌인 샤크파 두목을 맡은 배우들이 워낙 몸이 좋으셔서 그렇지 않아도 벌크업을 하고 있어요. 열심히 먹고 몸을 키우려고 해도 워낙 미친 듯이 춤을 추기 때문에 소용이 없는 것 같아요. 땀이 끊임없이 흘러서 먹는 거랑 상관없이 살이 계속 빠지고 있어요.(웃음)
첫 번째 티켓 예매가 매진되는 등 15년 만에 올라오는 만큼 관객들의 기대감이 큽니다.
저는 티켓 스코어를 확인하지 않아요. 무대에 올라가서도 휘둘리는 느낌을 받아서 최대한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고 해요. 공연의 매진 여부와 상관없이 막은 올라가고, 티켓 값을 내고 들어온 관객들에게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결과물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관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숫자로 나타나는 수치보다 공연이 끝난 후 들려오는 ‘작품 재밌다’라는 말이 가장 기분 좋고 행복해요. 저를 좋아해 주는 분들께서도 많은 칭찬을 해주시지만, 결국 관객들이 보러 오시는 건 작품이기 때문에 최대한 캐릭터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해요. 작품을 즐겁게 봤다는 말이 배우로서 가장 행복한 평가입니다.
공연 이후의 평가는 그래도 좀 찾아보시는 편인가 봐요.
잘 해내면 자연스럽게 들려오더라고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끝난 후 사뭇 다른 반응을 느꼈던 것 같아요. 스태프 분들도 칭찬해주시고 지인들에게도 연락이 많이 왔어요. 정말 열심히 했다, 이번에 잘 끝냈다, 라는 느낌을 받았죠. 동시에 지금까지 해왔던 작품들을 생각하니, 부족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엘리자벳>의 ‘토드’는 춤 추고 노래하는 가수의 모습이 드러났던 것 같고, <더 라스트 키스>의 ‘루돌프’는 감정이 많이 앞섰던 것 같아요.
그럼 <프랑켄슈타인>과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어떤 작품이 더 힘든가요?
<프랑켄슈타인>은 기괴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높은 난이도의 넘버를 소화해야 해서 노래와 감정 모두 힘들었다면 이번 작품의 어려움은 춤입니다! 난관을 겪고 있어요. 사실 제가 메인 보컬이니 ‘노래 좀 하냐?’ 하면 ‘좀 한다!’ 대답할 수 있지만 ‘춤 좀 추냐?’ 하면… (웃음)
정택운에게 ‘9’가 특별한 의미인데 9번째 작품인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역시 특별하게 남을까요.
공연이 올라가는 날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제 모든 열정을 불태우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어려운 작업과 연습을 거쳐가고 있지만 열심히 해서 뜨거운 에너지를 전달하겠습니다.
ATTENTION, PLEASE!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기간 2022년 11월 17일-2023년 2월 26일
시간 화-금 19:30 주말 14:00 18:30
장소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가격 VIP석 16만원 R석 13만원
S석 10만원 A석 7만원
문의 02-3485-8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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