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렌체 권력의 중심이었던 메디치 집안의 로렌조 드 메디치는 어느 날 자신 소유의 마르코 미술관 정원을 걷다가 한 소년을 발견합니다. 그 소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숲의 신이었던 사티로스를 대리석으로 조각하고 있었고 그 조각의 실력은 소년이 발할 수 있는 것이라기엔 믿기지 않을 만큼 뛰어났습니다. 로렌조는 소년을 집으로 데려와 작업할 방을 하나 내어주고, 예술을 공부하는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로렌조가 발견했던 재능 넘치는 소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예술가, 미켈란젤로였습니다.
하지만 곱고 아름다운 여러 조각 작품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미켈란젤로의 성품은 괴팍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런 그의 성격은 언제나 주변에 불화를 만들기 일쑤였습니다. 열다섯, 메디치 가문의 후원을 받으며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에서 공부하던 미켈란젤로는 그 거만하고 괴팍한 성격 덕분에 결국 평생의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는 사고를 당하고 맙니다.
미켈란젤로는 그가 다니던 아카데미의 학생들과 브란카치 기도실에 있는 마사치오의 프레스코화를 보면서 드로잉을 하는 수업을 듣고 있었고, 거만했던 미켈란젤로는 다른 학생들의 드로잉을 보며 그들을 폄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미켈란젤로만큼이나 고약한 성격을 지녔던 '피에트로 토리지아노'라는 인물이 있었고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미켈란젤로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습니다. 순간적으로 날아든 주먹에 미켈란젤로도 피할 새 없이 힘이 가득 실린 주먹을 얼굴에 그대로 맞고 맙니다. 주먹이 강타한 그의 코는 그대로 주저앉아 뼈가 부서지고 연골이 흘러내려 버렸습니다. 피는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내렸죠.
토리지아노가 미켈란젤로를 때린 건 당시 수업에서 그의 건방진 태도 때문도 있었지만 평소 미켈란젤로를 향한 열등감과 질투심이 폭발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코를 부숴뜨리고 떨어지는 피를 보자 토리지아노의 이성도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미켈란젤로는 메디치 가문의 로렌조로부터 열렬한 지지와 후원을 받는 일명 '강력한 백'이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토리지아노도 피렌체의 우수한 예술학도 중 한 명이었지만, 미켈란젤로에 버금가는 후원가나 지지자가 있던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신변에 위협을 가했다는 것이 로렌조의 귀에 들어간다면 토리지아노가 사형을 판결 받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토리지아노는 그대로 피렌체를 떠나 도망쳤습니다. 하지만 그에게도 일종의 행운(?)이 따랐던 것 같습니다. 당시 유럽 미술의 중심은 이탈리아였고 다른 주변국은 그러한 예술의 발전을 부러워하던 중이었습니다. 이탈리아를 이끌어갈 예술가 중 한 명이었던 토리지아노가 사고를 치고 도망쳐 살길을 찾고 있던 중 그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은 영국의 왕 헨리 8세였습니다. 헨리 8세는 토리지아노에게 자신의 조각상과 왕가의 무덤 장식을 해줄 것을 주문했습니다. 도망자였던 토리지아노는 적당한 보수와 신변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만족했고 영국의 왕 또한 영국에는 없는 실력 있는 조각가를 영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영국에 이탈리아의 예술이 전파됐던 것도 이 사건을 통한 토리지아노의 역할이 컸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영국으로 이주한 토리지아노는 적당한 명성과 부를 쌓을 수 있었고 그를 향한 작업 의뢰는 점점 늘어났습니다. 작업량의 증가로 그는 많은 조수가 필요했고 실력 있는 이들을 고용하기 위해 피렌체로 잠시 돌아갔습니다. 하지만 토리지아노의 군인만큼이나 격렬한 몸짓과 목소리, 그리고 오만한 성품은 모든 사람들이 기피했습니다. 그런 그를 고용주로 두고 일하고 싶어 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의 말년 또한 그의 성격 다운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그는 성 제롬의 의뢰로 작업한 조각의 지불이 제대로 이루어지 지지 않자 작업물을 절단하고 파괴하는 일이 있었고 그 사건으로 성인의 이미지를 파괴한 죄로 감옥에 수감되어 고독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