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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구하는 작품이 없었던 미술상이 알고 보니 위작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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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8. 18:107,654 읽음

어느 날 미국 전역의 미술관과 갤러리로 한 카탈로그가 우편으로 배송되었습니다. 카탈로그엔 유명 화가들의 작품과 주문서, 주문 문의를 위한 전화번호가 적혀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경제적 상황은 풍요로웠고 미술관과 갤러리는 유럽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주문만 하면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미국까지 들여와주는 미술상이 있었으니 미술관과 갤러리는 카탈로그를 보고 그림을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은 배송되었고 그림의 진품 여부를 확인한 후 그림의 금액을 미술상에게 입금했습니다. 말하기만 하면 못 구하는 게 없던 이 미술상은 업계에서 미술 유통계의 천재라고 불리며 명성을 쌓았습니다. 유럽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미국까지 들여온 그의 노고를 인정해 명예시민 상을 받을 정도였습니다.

엘미르 드 호리

그의 이름은 '엘미르 드 호리' 헝가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던 인물이었고 1947년 미국을 방문했다가 전쟁으로 황폐했던 유럽과 달리 평화로웠던 미국을 보고 이주를 결심한 상태였습니다. 그는 미국으로 이주해 미술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술상으로서의 그의 활약은 금방 미국 전역에 퍼져 나갔습니다. 

드로잉 중인 엘미르 드 호리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판매했던 작품이 모두 가짜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미국의 미술계는 발칵 뒤집히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범죄가 들통나자 그는 수사망을 피해 멕시코를 거쳐 스페인으로 도망쳐 버렸습니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그가 판매했던 그림 모두, 엘미르 드 호리 자신이 그렸던 그림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이 위작을 그림과 동시에 미술상으로 활동해왔던 것입니다. 자신이 그려 그림을 팔았으니, '못 구하는 게 없는 천재 미술상'이라는 칭호는 자연스럽게 따라붙을 수밖에 없던 것이었습니다.

엘미르 드 호리가 그린 모딜리아니의 그림(좌)과 실제 모딜리아니의 작품(우)

그는 스페인으로 도망쳐서도 위작을 계속해서 그려냈습니다. 자신을 대신해 판매활동을 하는 사람도 구했으니 그는 더욱 여유롭게 위작 생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뛰는 사기꾼 위에 나는 사기꾼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그가 위작 그림을 만들면 판매를 담당하던 '페르낭 르그로'에게 보냈고, 그가 그림을 판매하고 나면 그 대금을 모아 엘미르 드 호리에게 월급처럼 지불해 왔었습니다. 

위작 그림을 그리고있는 엘미르 드 호리

그런데 알고 보니 엘미르는 미국에서 자신의 위작을 상당히 싼 가격에 팔았던 것에 반해, 르그로는 원작과 가까운 가격에 판매를 했고 추정된 총 금액만 계산한다면 13조 원에 달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엘미르는 자신이 기존에 판매하던 금액, 월급 정도의 금액만 받았으니 사기에 사기를 맞은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 보다 뛰어난 사기꾼이 있다고 놀라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엘미르 드 호리가 그린 클로드 모네의 그림(좌)과 실제 클로드 모네의 작품(우)

게다가 그들은 곧 자신들의 죗값을 치르게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들에게 56점이나 달하는 그림을 구매한 거물 미술 컬렉터 '앨저 매도스'라는 인물이 있었고 그는 하루아침에 거물 컬렉터에서, 거물 위작 컬렉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대부가 그들을 가볍게 용서할리 없었습니다. 게다가 매도스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각지에서 자신의 산 작품이 위작이란 것을 안 컬렉터들은 그들을 잡기 위해 FBI와 인터폴에까지 신고했습니다. FBI와 국제경찰은 르그로를 쫓아 사기죄로 체포했고 이 사실을 안 엘미르는 다시 호주로 피신했다가 스위스로 숨어 지냈습니다.

하지만 긴 도피 생활에 지쳐버린 엘미르는 스페인으로 다시 돌아갔고 그곳에서 1968년 체포되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엘미르가 체포된 이후 감옥에서 2개월 정도만 지낸 후 풀려났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사기 금액치고는 상당히 가벼운 처벌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위작을 그린 후 화가의 '사인'을 하지 않아 그림이 '위작'이 아닌 '모작'으로 판명 받았기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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