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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억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가 바나나 하나와 자신의 작품을 교환하자고 제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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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12:102,365 읽음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코미디언>

지난 12월, 마이애미에서 열렸던 아트 바젤에 1억 4천만 원짜리 바나나가 등장해 논란이 됐습니다. 이 1억 4천만 원짜리 바나나는 마트나 시장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바나나를 그저 은색 테이프로 벽에 붙인 것입니다. 이 장난스러운 예술 작품의 제목 <코미디언>을 만든 것은 예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 입니다. 그는 익살스러운 콘셉트의 예술작품을 만들기로 유명한 예술가입니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논란이 없을만한 작품이 없습니다. 

마우리치오 카텔란(좌)와 그의 작품 <Him>

그는 히틀러의 얼굴을 한 작은 체구의 남성 조각을 만들어 그가 무릎을 꿇고 기도하며 자신의 죄를 회개하는 듯한 연출을 한 작품을 만든 적이 있습니다. 그 작품의 제목은 <Him>이며, 엄청난 죄악을 저지른 죄인도 회개를 통해 용서받고 천국에 갈 수 있다는 어떤 종교적 가치를 풍자하기 위해 이러한 작품을 만들었던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황금으로 된 변기, 머리를 바닥에 대고 뒤집힌 채 세워져있는 경찰, 창문으로 날아 들어온 운석에 깔려 버린 교황 등 사회적 이슈를 풍자적으로 다루어 왔습니다.

<Frank and Jamie>(좌)와 <La Nona Ora>(우)

다시 그의 바나나 작품 <코미디언>으로 돌아와 보자면, <코미디언>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카텔란 스러운 작품이지만 사회적으로 논란과 이슈가 된 것은 실제로 해당 아트 바젤에서 그의 작품을 구매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한화 약 1억 4천만 원에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런 소식을 듣고는 이 바나나에 다른 특별한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작품을 구경하기 위해 아트 바젤에 몰려드는가 하면, 자신의 작품도 1억 4천만 원에 구매해 달라며 이런저런 물건들을 은색 테이프로 벽에 고정시켜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이슈는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에게 있어선 좋은 마케팅 기회입니다. 해당 작품을 거래했던 갤러리 측은 바로 인스타그램에 @cattelanbanana 페이지를 열고 사람들이 카텔란의 작품을 모방하는 것을 공유했습니다.

사람들이 카텔란의 작품을 모방해 공유한 사진들

그런데 이 어처구니 없이 비싼 바나나를 사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선 단순히 설치된 작품을 산다는 것의 개념을 벗어나야 합니다. <코미디언>을 산 사람들은 카텔란이 만든 이 작품의 개념을 소유하는 계약을 구매한 것입니다. 어떠한 바나나를 가져다가 은색 테이프로 붙여 놓는다 한들 그것은 카텔란의 개념과 계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 그의 작품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마치 말장난 같지만 카텔란의 작품을 산 사람들에겐 그의 개념을 사용하는 인증서와, 그 개념을 실행하기 위한 예를 들어 바나나를 붙이는 방법과 바나나를 교체해야 하는 주기 같은 매뉴얼이 제공됩니다. 이것은 개념미술이라는 예술품을 계약을 통해 소유하고 컬렉팅 하는 방법인 것입니다.

그리고 이 작품에 영국의 세계적인 예술가 데미안 허스트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지금까지 누적 2000억 이상의 작품 판매 기록을 세운 시장에서도, 대중적으로도 인기 있는 예술가입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작품은 한 주제의 이야기를 진중하게 다룬다는 측면에선 카텔란의 작품들과 다르지만 충격적인 이미지와 개념 때문에 항상 논란이 따라다는 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유사한 측면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데미안 허스트가 카텔란의 작품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데미안 허스트의 <신의 사랑을 위하여>(좌)와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우)

데미안 허스트의 <코미디언>을 향한 관심은 자신의 작품과 교환하자는 제안까지 하게 만들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카텔란의 작품에 너무나 열광해서 <코미디언>을 구매하기 상당히 필사적이었습니다. 자신과 친한 큐레이터에게 그의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하는가 하면, 카텔란 또한 상당히 비싼 가격의 거래되는 작가이긴 하지만 자신의 작품과는 가격차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작품교환 제안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카텔란은 허스트의 이러한 관심과 열성에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그는 데미안 허스트의 이러한 제안을 거절했습니다. 

가짜 <코미디언>을 선물받은 데미안 허스트

실망한 데미안 허스트를 위로하기 위해 그를 도와줬던 큐레이터 보나미는 가짜 <코미디언>을 만들어 그를 위로했습니다. 사람들이 데미안 허스트에게 어째서 그런 작품에 그토록 관심을 갖느냐는 질문을 하자 그는 "그것이 나를 웃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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