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의 전통적 성 역할을 중요시하던 시절, 흔치않게도 부모님의 영향을 받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소녀의 이름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그녀는 아버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를 통해 드로잉 하는 법과 물감 섞는 법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며 성장해 나갔습니다.
그녀는 아버지와 같이 화가로서 일을 하고 싶어 했고 그녀의 아버지 또한 아끼는 딸에게 시대적 여성의 역할을 강요하고 싶어 하지 않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아버지는 로마 궁전에 내부에 천장화 작업을 의뢰받았고 그 일을 동료였던 '아고스티노 타시'라는 인물과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타시를 믿을만한 동료라고 생각했던 오라치오는 일로 바쁜 자신을 대신해 그가 딸에게 그림을 가르쳐주기에 적합한 인물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오라치오는 결국 딸 아르테미시아를 위해 타시를 강사로 고용했고 그 일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타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테미시아에게 그림 교습을 시작했고, 젊은 그녀를 보고 어두운 마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타시는 코시모 쿠오리라는 남성과 함께 그림 교습을 받던 아르테미시아를 강간했습니다. 순결을 빼앗긴 아르테미시아는 자신과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강간 사실을 덮고 그와 결혼하여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지만, 타시는 그녀를 책임지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이런 사실을 그녀의 아버지가 알게 되었고, 그녀의 아버지 오라치오는 타시를 고발해 법정에 세웠습니다. 재판에선 타시가 아르테미시아의 순결을 빼앗았느냐를 두고 변론이 오갔습니다. 타시는 그녀를 문란한 여자라고 매도해 자신을 방어했고, 그녀는 자신의 순결을 증명하기 위해 진찰대에 올라 검사를 받아야 했으며, 지금은 이해할 수 없는 방법이지만 고문을 버티며 일관된 진술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해야만 했습니다.
7개월이 지나서야 길고 고통스러운 재판이 끝이 났습니다. 재판을 통해 타시가 아르테미시아를 강간했다는 점과, 오라치오의 처제와 간통해 그의 부인을 살해하려고 계획을 세웠다는 점, 오라치오의 그림을 일부 훔쳤고 추가적으로 더 훔쳐내려고 했었다는 점 등이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재편 결과로 타시의 죄에 비해선 가벼운 로마 추방령이 내려졌습니다.
아르테미시아와 그녀의 가족들이 재판과 범죄자들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아버지 오라치오는 더 이상 그녀가 고통받지 않길 바라며 그녀에게 피렌체의 검소한 성실한 화가였던 피에란토니오 스티아테시아라는 인물과 혼인하도록 했습니다. 혼인 후에도 그녀는 그림 그리기를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미켈란젤로 가문에 의뢰를 받아 카사 부오나로티에 <알레고리 델린클리나치오네>를 그렸고 이를 계기로 그 실력을 인정받아 궁정 화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성공 가도는 여기서 끊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피렌체 예술의 주 후원가였던 메디치 가의 지원을 받아 아버지와 같이 그림으로 생계를 이뤄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피렌체 미술 아카데미의 첫 여성 회원이 되어 당대 영향력 있는 화가들과 교류하며 여성에 대한 만연한 시대적 분위기를 극복하고 아카데미 내에서 존중받는 화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스토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