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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그림이 경매에서 낙찰되자마자 파쇄시켜버린 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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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16. 18:109,449 읽음

뱅크시의 "풍선과 소녀"

2018년 9월, 영국 런던의 소더비 경매장에서 마지막 순서로 '풍선과 소녀'라는 그림의 경매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두 명의 입찰자가 경쟁해 예상 낙찰 금액보다 훨씬 뛰어넘은 104만 파운드, 약 15억 4천만 원에 그림이 낙찰되었습니다. 

경매 금액에 놀라기도 잠시, 그림의 액자에서 기계음 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액자 속에 숨어있던 파쇄기가 '풍선과 소녀' 그림을 아래로 당기며 찢어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림이 반쯤 찢겼을 때 장치는 멈췄고 사람들은 웅성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최 측은 그 자리에서 그림을 회수했고 소더비 수석 디렉터인 알렉스 브란크칙은 "우리는 뱅크시 당했다."라고 발표하며 낙찰자와 다음 단계를 논의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2010년 뱅크시가 공개한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 다큐멘터리에서 뱅크시 본인을 인터뷰하는 모습

이 파쇄된 그림을 그렸던 작가의 이름은 "뱅크시" 영국 현대예술계의 악동이자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불리는 남자로 알렉스가 "뱅크시 당했다"라고 발표한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고가에 낙찰된 '풍선과 소녀'가 파쇄된 사건은, 뱅크시 작가 본인이 계획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그림의 액자 밑에 미리 파쇄기를 장치해 두었고 이를 원격으로 가동해 낙찰과 동시에 그림을 파쇄시켰던 것입니다. 하지만 뱅크시는 본래 그림을 완전히 파쇄시킬 계획이었지만 장치의 고장으로 반절만 파쇄되고 맙니다.

뱅크시가 공개한 '풍선과 소녀' 파쇄 사건 기록 영상

그는 범인이 자신임을 공개함과 동시에 액자에 파쇄기를 장치하는 영상을 공개하고 "파괴의 욕망은 곧 창조의 욕망이기도 하다"라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며 자신의 작품을 파쇄한 것은 의도된 것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뱅크시의 이런 발표에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는 원래 그런 예술가였기 때문입니다. 뱅크시는 평소 예술계와 사회 권위를 비판하는 '제도 비판 예술'을 해왔습니다. 그가 하는 거리낙서 예술은 실제로도 제도 안에서 범죄에 해당되므로 그는 언제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시각 자신이 준비해둔 구멍 낸 종이를 대고 스프레이를 빠르게 뿌리는 '스텐실' 기법을 이용해 작품을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그의 본명과 얼굴을 아직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뉴욕 센트럴 파크 가판대에서 단돈 60달러에 판매되고 있는 뱅크시의 작품과 고용된 판매인

그가 유명해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의 그림들은 낙서와 흉물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가 유명해진 뒤로는 그의 그림이 그려진 벽을 벽 주인이 보존하고 팔아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그는 자신의 그림을 길거리 가판대에 올려 놓고 단돈 60달러에 판매했는데 고작 3명이 8장을 구매하는 것에 그치면서 다시금 예술의 허례허식과 상업성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뱅크시의 다른 작품들

그의 작품 파쇄 사건 이후 새로운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경매전 작품의 상태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었을 텐데 파쇄장치를 내장하기 위해 두껍게 제작된 액자를 주최 측이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을 리 없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소더비 측 또 이미 작품에 파쇄기가 설치된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설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뱅크시와 주최 측 간의 사전 공모를 통해 작품을 반만 파쇄하고 일종의 해프닝을 일으켜 마케팅을 통해 그림의 가치를 더욱 올리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함께 나왔지만, 뱅크시는 이런 의혹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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