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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에서 일어난 8억짜리 설치작품 고철 폐기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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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4. 18:104,594 읽음

데니스 오펜하임

2011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대지미술의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중 한 점이 부산 해운대에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2010년 부산비엔날레에 해운대구청의 위탁을 받아 작가를 선정하고 설치했던 작품입니다. 작품의 제목은 <꽃의 내부(Chamber)>, 제작비로만 8억 원이 들었고, 설치하는 데만 3개월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세상을 떠나기 전 작가가 직점 준공 과정을 지켜보고, 세상을 떠난 후엔 유가족들이 부산을 찾아 고인의 마지막 작품이 준공된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데니스 오펜하임의 <꽃의 내부(Chamber)>

하지만 작품의 소재 특성상 해풍이 부는 해변의 기후에 작품은 녹이 슬거나 파손되는 등 작품의 유지, 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던 실정이었습니다. 해운대구에선 작품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을 이유로 '보수'대신 '철거'를 결정했습니다. 당연히 작가의 유가족과 작품을 위탁 제작 받았던 비엔날레 측도 해당 작품이 철거될 거라는 결정을 통지받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데니스 오펜하임의 <일렉트릭 키스>(좌)와 <크리스탈 정원>(우)

해운대구의 결정에 따라 한 달 만에 작품은 철거됐고 철거된 작품의 잔재들은 고철과 폐기물로 분류되어 버려졌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던 이 일을 취재하던 기자에 의해 비엔날레 관계자에게 해당 사실이 알려졌고 작품 철거 사건은 미술계의 공분을 사고 말았습니다. 

해당 사건의 이야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미술계의 토픽에까지 올랐고,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족들에게까지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상당한 유감을 표명하고 "공공 미술의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된다"라며 해당 사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을 위해 한국 내 변호사를 선임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관련 내용의 해외 소식들

문제가 없다던 해운대구는 그제서야 관련 내용을 다루는 본 회의를 열고 재검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로 해운대구의 시민에게도 해당 사건의 소식이 전해졌고,  철거된 '꽃의 내부'에 대한 유지 동의 서명을 진행해 1000여 명의 서명지가 모여 유가족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여러 사람의 관심과 의견이 모여 해운대구는 철거된 '꽃의 내부' 재설치를 재설치하기로 결정하고, 재설치를 위한 비용 5억 원을 2018년 하반기 예산안에 포함시켰습니다. 결정 사항에 따라 유가족들은 다시 한국을 방문해 작품이 설치될 적합한 장소에 대한 검토를 함께해 
기존의 열악한 환경이었던 해변가를 벗어나 해운대구의 APEC 나루공원에 재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홍순원 해운대구청장의 메일로 보내온 유가족 에이미 오펜하임 씨의 편지

유가족 측은 주민들이 모아 보내준 의견과 서명지를 하나하나 읽어보며 의견을 내주었던 주민들 이름을 일일이 편지에 언급해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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