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1년,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던 갤러리 뇌들러가 문을 닫았습니다. 역사에 기록된 수많은 예술가들과 함께한 깊은 역사 덕에 모두의 존경을 받았던 이 갤러리가 문을 닫은 것은 미술품 딜러인 글라피아 로살레스에게 납품받아 판매한 40여 점의 작품들이 모두 위작으로 판명 받게 되면서입니다.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로살레스가 그동안 페이 센 첸이란 중국 이민자에게 의뢰해 위작을 만들어왔고, 그림을 수천 달러에 납품받아 화랑에 다시 수백만 달러를 받고 되팔아왔던 것입니다. 이 사건은 여전히 엮이고 엮인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예술품 위조에 관한 역사는 끊이지 않고 일어나 왔습니다.
뇌들러 갤러리 사건처럼 오랜 역사를 지닌 갤러리의 명성을 이용한 사기극이 그 깊은 역사의 가치를 온전히 앗아가는 일도 있지만 미술사에서 일어난 위작과 사기극을 돌이켜본다면 오히려 새로운 가치와 역사적 인물을 만들어낸 사건도 있습니다.
1480년대부터 피렌체의 예술 공방에 들어가 제대로 된 도제 생활을 시작했던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자신감에 가득 차 평소 동료 화가들을 조롱하고 비난하는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였습니다. 덕분에 주변에 적이 많고 이렇다 할 친구도 없었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모두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역사적으로 기록되며 현재까지도 최고의 보호와 관리를 받고 있지만 그가 그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스스로가 벌인 사기극이 만들어준 기회 덕분입니다.
고대 미술품이 높은 금액으로 거래되는 것은 지금이나 미켈란젤로가 살던 시절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때문에 미켈란젤로는 고대 조각품과 똑같은 조각을 만들고, 그것을 오래된 것처럼 꾸며서 당시의 자기의 작품보다 비싸게 거래하는 사기극을 계획하게 됩니다. 그는 실제로 2세기의 큐피드 조각상을 그대로 베껴 만든 조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조각을 땅에 묻어두었다가 충분히 오래된 것 같은 흔적이 만들어지면 유적에서 발굴한 고대의 미술품인 것으로 속여 내다 팔았습니다.
그리고 그 조각을 로마의 고위 성직자인 리아리오 디 산 조르조 추기경이 구매하게 됩니다. 당연히 고대 미술이라 믿고 자신의 컬렉션을 위해 구입한 추기경은 너무나도 온전한 조각의 보존 상태를 보고 의심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추기경은 대리인을 시켜 이 조각을 판매한 미켈란젤로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고, 위조품 제작자이긴 했지만 뛰어난 예술가였던 미켈란젤로의 다른 작품들을 보고 그에게 매료되고 맙니다. 미켈란젤로의 재능을 알아본 추기경은 자신에게 사기를 친 사기꾼이었지만 오히려 그에게 로마로 이주해 마음껏 재능을 선보일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사건이 바로 피렌체에 있던 미켈란젤로가 로마에 입성하게 된 계기입니다.
그렇게 리아리오 추기경은 미켈란젤로의 생에 첫 후원자가 되어 그에게 위작이 아닌 스스로의 작품을 제작해 달라 의뢰했고 미켈란젤로는 그 의뢰에 부응해 뛰어난 작품들은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게 단순히 돈을 더 벌 생각에 머리를 굴렸던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꾸민 일에 오히려 기회를 얻어 역사적인 대작 '피에타'를 만드는 예술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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