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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와 동생 테오도 일했던 165년 전통의 갤러리가 하루아침에 문 닫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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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1. 18:104,941 읽음

뇌들러 갤러리

2011년 11월 28일, 뉴욕 메디슨 에비뉴 70번가 부촌에 위치한 '뇌들러 갤러리'가 갑작스럽게 문을 닫았습니다. 문을 닫는 갤러리는 많지만, 이렇게 명성이 있던 갤러리가 하루아침에 문을 닫은 건 흔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뇌들러 갤러리는 고흐가 화가가 되기 전 동생 테오와 미술 판매상으로 일했던 '구필 화랑'의 뉴욕 지점으로 1864년 문을 연 갤러리입니다. 

구필 화랑의 내부 모습

뉴욕 지점이 생기고부터 165년 후 이 뇌들러 갤러리가 문을 닫은 이유는 '위작 판매 혐의'였습니다. 그들이 판매했던 위작 그림은 추상화가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의 작품이었습니다. 이 위작을 산 인물은 다름 아닌 전 구찌 회장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경매 회사인 '소더비'의 대표 '도메니코 산 데 솔레'였습니다. 

도메니코 데 솔레

수많은 예술품을 거래하는 경매 회사의 대표가 어쩌다 위작을 구매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도메니코 데 솔레는 "뇌들러 갤러리의 명성을 믿고 작품을 구매했고, 나는 가방은 잘 알지만 그림은 잘 모른다."라고 답해 인터넷상에서 조롱거리가 되었지만 사실 이 사건은 더 복잡한 내막이 있었습니다.

위작으로 판명난 마크 로스코의 그림과 뇌들러 갤러리의 대표 '안 프리드만'

먼저 뇌들러 갤러리에 마크 로스코와 잭슨 폴록 등 추상 화가의 작품 40여 점을 구입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이 그림을 납품한 미술상은 '글라피라 로잘레스'. 그는 1994년부터 뇌들러 갤러리와 손을 잡고 일한 미술상이었습니다. 처음 그는 그림의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그저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작품이며 아버지는 화가들에게 직접 작품을 구매했다고 둘러댔습니다. 뇌들러 갤러리는 크게 여의치 않고 작품을 구매해 몇 배를 덧붙여 여러 컬렉터들에게 그림을 판매했습니다.

로잘레스에게 위작을 판매했던 중국 화가 '페이 센 첸'

하지만 로잘레스가 뇌들러 갤러리에 판매한 그림은 사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중국 화가로부터 구매한 위작이었습니다. 뇌들러 갤러리로부터 그림을 구매한 컬렉터들은 자신이 구매한 작품이 위작임을 알게 된 이후 뇌들러 갤러리와 갤러리의 대표 앤 프리드만을 고소했습니다. 조사를 통해 뇌들러 갤러리에서 2003년부터 판매한 그림 100여 점이 모두 위작임이 밝혀졌습니다. 갤러리의 그간의 명성을 이용해 사기 사건을 벌인 전대미문의 사건이었습니다. 

재판에 참석한 '글라피라 로잘레스'(가운데)

자신이 그림이 이렇게 큰 사건을 겪고 있는지도 몰랐던 중국인 화가는 검찰에 잡혀 증인으로 출석해 모든 것을 진술 후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다 재판 휴정 기간을 이용해 다시 중국으로 출국해 재판이 끝나기도 전에 도망쳐 버렸습니다. 이 사건의 원흉이었던 로잘레스 또한 그의 애인의 고향이 있는 스페인으로 도망쳤고 미국과 스페인 간에 맺은 범죄자 인도 조약에 의해 그를 다시 미국으로 데려오려 했지만 스페인에서 그의 건강상의 이유로 신병 인도를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더불어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로잘레스가 위작을 판매한 범죄를 저지른 것은 단독으로 진행한 것이 아닌 상당히 계획적인 범죄였고 그뿐만 아니라 그의 동생, 그리고 스페인에서 미술상으로 활동했던 애인까지 합세해 위작 유통뿐만 아니라 돈 세탁까지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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