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CAR GO! 특집 포스트

'자존심 구긴 현대차와 뜨거운 제네시스', 2020 국산차 연말정산 (상)

CAR GO STUDIOS님의 프로필 사진

CAR GO STUDIOS

공식

2021.01.10. 00:281,813 읽음

III 자동차 산업에겐 '재앙'이었던 2020년.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아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다. 2020년대를 시작한 첫해이자 전혀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집어삼키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힘들었던 해였는데, 많은 이들이 가족을 잃었으며 다른 이들도 생활에 여러 제약이 생겨 말 못 할 불편함을 겪기도 했다. 언제 이 사태가 끝 날진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겠지만, 올해는 적어도 작년보단 나아질 거란 막연한 기대를 걸어보는 연초다.

아무튼, 작년의 후폭풍은 자동차 산업도 피할 수 없었다, 많은 국가들이 봉쇄 조치를 포함한 강경한 조치를 취하며 자연스럽게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또한 공장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며 생산 역시 원활하지 못했다. 한국은 전 세계 요 판매국 중 유일하게 전년대비 판매량이 증가해 체감이 덜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 인도, 이탈리아, 영국 등을 포함한 전 세계의 차량 판매량이 매우 크게 줄었다. 이를 역설하면 차량 브랜드들에겐 재앙과도 같은 한 해였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신차들의 향연은 이어졌다. 오히려 이런 사회적 상황을 '진보'로 무장한 최신기술로 타파하려고 했다. 대다수는 모터쇼가 취소되며 브랜드 자체적으로 공개되었는데, '전동화', '고급화', '단순화'를 키워드로 포드 머스탱 마하-E, 폭스바겐 ID.3, 피아트 500, 그리고 롤스로이스 고스트와 벤츠 S 클래스 등 다양한 차량이 공개되었다. 특히 올해는 혼다 E, 닛산 400Z, 포드 브롱코를 필두로 작년의 '뉴트로' 붐을 이어갔으며 (본격적인 판매는 내년에 시작되는 차량도 있다.), 내년 역시 포니를 계승하는 현대 아이오닉 5 등이 출격하며 계속될 전망이다.

그러면 한국에서 어떤 차량이 출시되었을까? 그리고 성과는 어땠을까? 그리고 올해를 빛낸 차량은 과연 무엇일까? 오늘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 시점에서 2020년 출시된 국산차들의 성과를 정리해보는 '연말정산'을 해보도록 하겠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분량 조절을 위해 굵직한 신차들 위주로 임의 선정했으며, 차량의 성과를 명확하게 드러내고자 다나와 국산차 판매량 통계 자료를 준비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보겠다.

III 오랜만에 자존심 구긴 현대차.
작년에도 그랜저/포터/펠리세이드로 이루어진 '판매량 보증 트리오'가 매번 판매량 최상위권을 차지했던 현대차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판매량은 작년보다 5500여대 감소했다. 이유야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주력 판매 차량인 '싼타페'와 '쏘나타'가 사실상 K5, 쏘렌토에게 'K.O'를 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쏘나타, 싼타페의 판매량은 재작년보다 대폭 감소했는데, 구형 모델인 뉴라이즈를 포함해 10만여대를 아우르던 쏘나타가 올해는 7만여대 수준으로 떨어졌고, 싼타페 역시 재작년 9만여대 수준에서 작년 6만여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거의 두 차종에서만 6만여대가 증발한 셈이다. 특히 싼타페는 작년 F/L 모델까지 출시했음에도 맥을 못 추는 모습인데, '탐켄타페' 같은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해할 수 없는 디자인때문에 남은 소비자들마저도 등을 돌리게 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다.

2020년 1월부터 12월까지 현대는 67만 9544 대 (재작년 동 시기 68만 5041 대) 를 판매해 내수 1위를 지켰다.

III '준중형 1타' 아반떼의 성공적인 데뷔 (4월).
7세대로 돌아온 아반떼가 2020년 3월 18일 공개되고 4월 7일 출시되었다. 원래 6월 출시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삼각떼'라는 오명을 산 AD F/L의 판매 부진으로 조기 출시가 되었다. 전작의 디자인을 보고 후속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았으나 다행히도 디자인은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다. 다만 파격적인 외관은 아직도 호불호가 갈리는 요소다.

차량 자체의 평가 역시 나쁘지 않은 편이다. 3세대 신형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로 이탈 방지 (LKA), 차로 이탈 경고 (LDW) 등 여러 첨단 사양들이 '기본'적용되며 알찬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외에도 쓸 일은 잘 없어 보이는 음성 인식 차량 제어 기능, 10.25인치 풀 LCD 계기판과 네비게이션. 그리고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가 적용되면서 유행에도 뒤쳐지지 않았다. 하지만 값싸보이는 실내 내장재는 아쉬운 점이다. 주행성능 역시 K3에서 먼저 선장착된 스마트스트림 G 1.6리터 엔진과 무단변속기 조합이 무난한 성능을 내주고 있지만, 이가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는 소비자들은 올해 출시된 N라인을 기대해보자.

판매량 역시 삼각떼를 능가하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전계약 하루 만에 1만여대를 성사시키며 좋은 출발을 했다. 이는 판매량으로 이어져 올해 12월까지 누적 8만여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시장 2위인 K3의 동 시기 판매량의 3배를 가볍게 능가하는 수치이다. 하지만 준중형차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서 전작인 AD의 출발보단 살짝 부진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당당히 2020년 차량 판매량 4위에 오르며 성공적인 데뷔를 했다.

III 싼타페마저 쏘렌토에 무너지다 (6월).
지난 2018년, 4세대로 풀체인지된 싼타페는 출시 이후 판매량 상위권을 장식하며 세단시장의 축소로 예전만 못한 쏘나타를 메우는 차세대 캐시카우로 떠올랐었다. 이런 과거를 떠올리면 올해 6월 30일 출시된 F/L은 그저 아쉽기만 하다. '더 뉴 싼타페'로 명명된 신형 싼타페는 먼저 출시된 쏘렌토 (MQ4) 에 대항하기 위해 휠베이스를 70 mm나 늘린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아쉽게도 전장이 15 mm 늘어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전면과 후면부를 비롯한 부분에 3세대 플랫폼을 적용시키며 F/L을 감안하면 나름 신경을 쓴 모습이다. 또한 '하이브리드'가 신설될 예정이었지만 국내에선 출시가 무산되었다.

하지만 디자인은 요즘 현대답게 평가가 안 좋다. 특히 전면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데, 대대적인 변화로 기존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게 되었으나 과한 크롬 장식, 혐오감을 불러오는 그릴-헤드램프 디자인은 예전만도 못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10.25인치로 커진 네비네이션과 풀 LCD 계기판, 버튼식 자동변속기의 장착으로 환골탈태한 실내는 평가가 매우 좋다. 또한 디젤 파워트레인이 단일화되고 2.0 터보 엔진이 2.5 터보 엔진으로 변경되며 한 층 여유로워졌다.

판매량 역시 본격적으로 출고가 시작된 7월부터 12월까지 3만여대가 판매되며 작년 동 시기에 판매된 구형보다 부진한 성과를 보였다 (2019 7~12월까지 4만 2000여대). 또한 동시기에 출시된 쏘렌토와 1만 5000여대 가량 차이가 나고 있는데, 나름 '신차 수준의 변화'를 내세우며 공개했음에도 풀체인지인 쏘렌토와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지난 3세대 쏘렌토가 출시되었던 2017년에도 보였던 양상이라 놀랄건 없다. 하지만 '신차 수준의' F/L이 무색하게 기존 판매량 방어에도 실패한 모습은 아쉬운 점이다.  2021년 말에 출시될 5세대 싼타페에서 다시 이변이 생길 수 있을지 기대를 해보는 대목이다. 2020년 국산차 판매량 17위에 랭크되었다. (구형은 20위.)

III '북미 스테디셀러' 투싼, 이젠 한국도? (9월)
지난 2015년 출시된 3세대가 5년 정도를 체우고 빨리 단종되었다. 2019년엔 현대차에서 국내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차종으로 이름을 올리며 아반떼를 제치기도 했는데, 이를 의식하기라도 했는지 2020년 9월에 벌써 4세대로 돌아왔다. 특히 북미에서 현대의 밥줄 역할을 하고 투싼이기에 차량이 매우 커졌는데, 전장이 무려 150 mm나 더 길어져 중형 SUV를 넘보는 크기가 되었다. 이로써 크기가 준중형 SUV와 맞먹던 소형 SUV와의 격차를 둘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3세대 플랫폼을 적용하며 무게와 오버행은 줄어 보다 효울적인 구성을 꾀할 수 있게되었다.

디자인 역시 형제차인 아반떼처럼 과감하고 급진적으로 변화했다. 뒷 유리창에 자사 최초로 히든 타입 와이퍼를 적용하는 등 디자인 완성도에도 신경을 썼으며, 결정적으로 기존 컨셉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디자인이 젊은 소비자층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파워트레인은 2.0 디젤엔진, 1.6 터보와 하이브리드로 구성되는데, 특히 하이브리드는 싼타페 f/l 하이브리드가 국내에서 출시 무산되며 생긴 빈자리를 체울 전망이다. 게다가 논란의 쏘렌토 하이브리드와는 다르게 투싼은 하이브리드카 세제혜택 기준을 일찌감치 통과하며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재는 쏘렌토 하이브리드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구형과 확연히 달라진 투싼은 호평을 받으며, 국내에선 위아래로 치이고 있는 준중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10월 부터 12월까지 무려 1만 3000여대를 판매했다. 특히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된 11월에는 6200여대를 판매해 싼타페를 가뿐히 넘어서 쏘렌토와도 800여대 차로 추격하며 호조를 보였다. 하지만 아직도 신차 효과가 가시지 않은 시점이므로 방심은 금물이다. 과연 투싼은 이 기세를 몰고 갈 수 있을까? 11월부터 본격적으로 판매되었음에도 2020년 국산차 판매량 37위에 랭크되었다.

2019년 I 2020년 현대차 판매량 상위 10대의 실적과 총 판매량. © 다나와 자동차

III "일단 한국에선 먹혔다, 이제 해외는?" 제네시스.
올해 가장 뜨거웠던 국산차 키워드를 뽑는다면 하나는 '쌍용의 위기', 또 하나는 '제네시스'일 것이다. 그만큼 제네시스는 한국인의 허세, 과시 정서에 딱 적합한 차량을 만들어 냈고, 6000만원은 우숩게 넘어가는 준고급차가 쏘나타보다 많이 팔리는 웃지 못할 상황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렇게 내수에선 대성공을 거둔 제네시스는 올해 본격적으로 해외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처럼 소비자들이 물고 빨아줄리 만무한 해외시장 공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일단 GV80이 북미에서 2만대 가량 사전계약이 되었다고 하니, 지켜볼 가치는 있어보인다.

III 제네시스 새 출발의 신호탄, GV80
작년 국산차 시장은 예측 할 수 없었던 이변이 많았다. 특히 펠리세이드에 맞먹는 크기의 준고급 대형 SUV가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3만 4000여대나 팔리는 놀라운 사건도 있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GV80이다. 제네시스의 첫 SUV이자 == 패밀리룩의 시발점인 이 차량은  상당한 호평을 받은 디자인, 그리고 '옵션 장사'의 누명을 벗기 위한 '비스포크' (즉 주문 제작 방식을 도입해 고객이 원하는 옵션만 선택할 수 있게 되는 혁신적인 시스탬)도 도입하는 등 나름 '고급차'임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결함 문제는 현대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한 쪽에만 다른 크기의 휠을 끼우거나, 외장/내장재 색상이 잘못 결합된 사례 같은 어이없는 결함부터 엔진 떨림과 시동 꺼짐, 변속기 오류까지 탑승자의 목숨을 위협하는 여러 결함들이 보고되고 있다. 그 까닭에 수차례의 리콜을 거치며 급기야 생산 정지까지 실시하는 등 GV80의 신뢰성에 의문이 가는 사건들이 있었다.

하지만 판매량은 이런 결함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호조를 보였다. 현대차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시키기 위해 사전계약을 정식 실시하지 않았음에도, 비공식적으로 1시간 만에 1만여대를 계약시키는 등 초반부터 판매량에서 호조를 보였다. 그 흐름은 올해 내내 이어져 1년 가까이 되는 시점 동안 월 3000여대를 안정적으로 판매하며 제네시스의 한 획을 그은 차량이 되었다. 작년 2020년 국산차 판매량 15위에 랭크되었다.

III 쏘나타보다 많이 판 제네시스 G80.
'브랜드' 제네시스 전에 '자동차' 제네시스가 있었다. BH, DH를 거치며 나름 내수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던 제네시스는 이제 'G80'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고 브랜드의 일환이 되었다. 이렇게 브랜드의 정신적 지주인 G80은 올해 출시된 3세대에서 기존의 판매량을 아득히 뛰어넘는 상상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한 층 유려하게 다듬어진 디자인과, 구형에서 지적받던 차체중량을 경량화를 통해 해결하는 등 안팎으로 성숙해져 앞서 나온 GV80을 뛰어넘는 호평과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GV80에서 부터 터진 품질/결함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비록 GV80처럼 '출고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치닫진 않았으나 단순한 조립 불량부터 전자 계통 오작동, 핸들 잠김과 엔진 떨림 등 다양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G80에 한해 소프트웨어 무상 수리로 전자 계통 오작동과 엔진 떨림을 잡기 위해 대처했지만,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결함문제를 완전히 잡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하지만 판매량은 논란을 떠나 충분히 '내수에선' 독삼사 부럽지 않은 매리트를 가지고 있는 차량인만큼 높은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다. 4월부터 팔리기 시작해 12월까지 5만 3000여대를 판매하며 제네시스 중 판매량 1위, 국산차 판매량 8위라는 엄청난 판매량을 보여주었다. 이는 일찌감치 1월부터 팔리고 있던 셀토스, 쏘나타보다 높은 수치이다. 필자만 빼고 다들 잘 사나 보다.

III (상) 편 마저 보기.


III 함께 보면 좋은 포스트 :


III CAR GO! STUDIOS 김동진 에디터
cargostudio@naver.com
본 포스트에 작성된 글의 저작권은 카고 스튜디오와 김동진 님에게 있습니다. 허가 없는 무단 도용 및 퍼가기를 금합니다.
2021.01.09 III CAR GO! STUDIOS.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