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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그렸다고 비난받았던 앵그르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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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27. 18:108,593 읽음

앵그르의 자화상

19세기 프랑스의 신고전주의를 대표했던 화가 앵그르는 조각가였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그림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17세가 되었을 땐 당대 신고전주의의 대가였던 다비드의 화실에서 공부하며 그의 천재적인 소묘력과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하는데 열중했습니다. 그는 언제나 전통적인 고전예술 작품들에서 크게 영향받았으며 고전미술이 가진 로맨틱한 스타일들 이어가는 고전주의의 수호자가 되길 갈망했습니다. 

앵그르의 <토르소>

그는 스스로의 고전주의에 대한 갈망과 노력이 조금 더디지만 자신에게 명성을 가져다줄 거란 확신을 놓지 않았습니다. 그는 1800년 그가 다니던 학교에서 <토르소>를 통해 1등 상을 수상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로마상'에서 2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고 군 복무까지 면제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확신에 따라 명성을 얻었고 여러 대회를 통해 수상을 했지만, 당시 프랑스는 전쟁과 개혁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으면서 앵그르에게 수상금을 지불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대신 그는 스스로 쟁취한 명성을 통해 여러 부유층의 초상화를 의뢰받게 되면서 생계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앵그르의 <그랑 오달리스크>

그는 굉장히 성실하고 모범적인 생활을 유지했습니다. 긴 시간 동안 붓을 놓지 않고 작업했으며 완성된 그림들은 차곡차곡 쌓아 기회가 될 때마다 파리의 살롱에 출품하며 다시금 수상할 기회를 노렸습니다. 하지만 그가 1819년 그려 출품했던 <그랑 오달리스크>는 평소 그가 받던 평가와는 달리 상당한 혹평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다비드의 <레카미에 부인의 초상화>

<그랑 오달리스크>는 다비드가 그렸던 <레카미에의 초상>에서 영감을 받아 그리게 된 작품이었습니다. 터번을 쓰고 유연하게 옆으로 누워있는 여성의 누드를 표현했던 다비드의 <그랑 오달리스크>가 혹독한 비난을 받았던 건 다름 아닌 '해부학적 오류' 때문이었습니다. 비평가들은 누워있는 여성의 척추가 실제보다 두세 개 더 많게 표현되어 해부학적 오류를 지녔다는 것입니다. 척추뿐만 아니라 오른팔이 왼팔에 비해 너무 길게 그려진 것, 옆으로 누워있는 각도에선 취하기 힘든 얼굴의 시선과 각도, 근육이 없는 것 같은 자세도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런 오류로 당시에는 고전적 사실주의를 무시했다는 혹평을 받았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앵그르의 실수로 인한 오류가 아닌 의도적 왜곡이라는 의견도 등장했습니다. 당시 여성의 누드화는 인기 있는 주제였고 누드화가 전시된 장소에는 관능적 욕구를 지닌 부유층 인사들이 대다수였기 때문에 앵그르는 여성의 육채를 더욱 관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왜곡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앵그르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평가된 마네의 <올랭피아>

과거의 혹평과 달리 <그랑 오달리스크>에 대한 평가는 현대로 넘어오면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작가의 의도에 따른 미를 표현하기 위해 신체를 왜곡하는 것은 현대에선 당연시되었기 때문입니다. 현대에는 '사실'보다 작가의 '의도'가 그림에 더욱 중요한 요소로 평가받았습니다. 혹평으로 가득했던 <그랑 오달리스크>는 현대의 재평가와 작가들의 오마주를 통해 앵그르의 작품 중에서 그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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